교황의 한국 방문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시각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15일 보도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격식을 차리지 않는 겸허한 몸짓으로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교황이 300명 이상이 숨진 세월호 참사로 수개월간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에 도착한 첫날 희생된 학생의 아버지 등 유가족 4명을 만난 자리에서 ‘내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사랑을 주목한 외신의 평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황의 애뜻함은 16일에도 이어졌다. 시복미사가 거행된 광화문 광장에 입장하던 차량이 멈춰 세웠다. 그리곤 노란 깃발이 나부끼는 세월호 유족들 앞으로 걸어갔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고 34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 김영오씨의 손을 잡았다. 김씨가 ‘꼭 읽어 달라’ 전해준 편지를 수행원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17일 오전에는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유족에 대한 비공식 세례성사를 가졌다. 앞선 만남에서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교황이 대한민국 사회가 겪고 있는 세월호 갈등을 모를 리 없다. 그런 교황이 방한기간 내내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랑을 반복적으로 표시했다. 분명히 사랑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우리 정치는 싸우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힘겨루기다. 조사기구에 기소권을 주느니 마느니를 두고 싸우고, 조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느냐를 두고 싸우고, 주도권을 여당이 갖느냐 야당이 갖느냐를 두고 싸웠다. 이런 정치 상황 속에서 교황이 연일 세월호 유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없는 자와 낮은 자를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런 교황의 또 다른 모습도 우리는 알고 있다. 마피아를 향해 목숨을 건 비판을 실행했던 것이 교황이다. 방탄 차량을 거부하며 ‘살만큼 산 내가 무엇이 무서워 신도들과 칸막이를 치느냐’고 했던 것도 교황이다. 세월호를 향한 그의 계속된 행보의 틈새로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의미 이상의 강력한 메시지가 얼비쳤던 이유다. 세월호 유족을 보듬지 못하는 집단이나 세월호를 정쟁 삼는 집단 모두가 진지하게 복기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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