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소통, 깊은 울림… “사랑해요 파파”

공항서 환한 미소로 인사 신자ㆍ시민들 출국길 배웅

한국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항을 찾은 시민들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떠나는 교황을 향해 손을 흔들며 출국길을 배웅했다.

18일 낮 12시32분 성남시 서울공항 청사 2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교황의 모습이 보였다. 정홍원 국무총리, 방한 기간 통역을 맡은 예수회 차기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가 함께했다. 흰색 수단과 목에 걸린 은색 십자가, 아무런 장식이 들어가지 않은 검은색 구두와 왼손에 들린 낡은 가죽가방 등 교황의 모습은 방한 기간 내내 보였던 소박함 그대로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교황은 자신을 기다리던 주교단과 취재진 등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정부 관계자 등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부로 나가지 않고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트랩으로 이어지는 복도 앞에 일렬로 늘어선 주교단으로 향했다.

교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 등 10여명의 주교단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일부 주교와는 포옹하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주교단과 짧은 인사를 마친 교황은 전통복장을 한 의장대를 사열하고, 복도 입구에 서서 정 총리, 정제천 신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 교황은 취재진이 “파파”를 외치자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교황이 한국에서 남긴 마지막 모습이었다.

교황은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의전차량으로 선택한 국산소형차 ‘쏘울’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특별한 환송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공항 정문 맞은편 인도에는 이날 오전 8시께부터 천주교 신자와 인근 주민 등 25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교황의 출국길을 배웅했다.

이들은 교황이 탄 차량이 공항에 도착하자 ‘교황님 사랑해요’, ‘I pray for papa’라고 적힌 피켓과 손을 흔들며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연호했다.

일부는 오후 1시께 교황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바티칸을 향해 이륙,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아쉬움을 달래듯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공항을 찾은 김모씨(32·여)는 “항상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돌보라는 교황님의 가르침을 직접 느끼고자 이곳에 왔다”면서 “짧은 일정이었지만 교황님이 우리나라에 머무는 동안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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