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용서·평화 일깨워… 물질주의 유혹에 빠진 현대인에 경종

교황이 한국사회에 남긴 것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출국했다. 그가 한국에 있던 96시간 동안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열광이 아닌 하나의 ‘현상’이었다. 12억 가톨릭 교인의 수장으로 신과 인간 사이 ‘가장 높은’ 존재였으나, 그가 보인 실제 행보는 ‘가장 낮음’이었다. 겸허와 소탈, 위로의 96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종교의 세속과 자본의 야수성을 비판하며 그 어떤 지도자도 보여주지 못한 공감과 위로를 우리에게 전했다.

이 같은 지지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기반했던 정신적 토대의 부실함과 척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지난 5일 동안 교황이 우리 사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이고, 그 과제를 정치, 경제, 사회분야로 풀어봤다.

■ 정치:한국사회 갈등과 반목, 진심어린 ‘소통’과 ‘대화’가 해법

5일간의 방한에서 교황은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작게는 소통이었고, 크게는 진심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입국 직후 청와대에서 가진 연설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정치권에도 고스란히 통용된다. 극렬하게 분리된 지역주의와 여야의 대립, 남북한 갈등을 해소할 대화의 조건으로 교황은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상대를 공감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공감’을 갖추지 못한 대화는 ‘독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황은 16일 진행된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도 이 같은 강론을 펼쳤다.

교황은 “생각과 함께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진정한 대화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은 남북 문제에 관해서도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교황은 강론을 통해 “죄 지은 형제들을 남김없이 용서하라”며 의심·대립·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 경제:가치와 문화 짓누르는 물질주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자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언급했던 역대 교황은 없었다. 그 만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워왔던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월가에서 그의 성향을 두고 ‘Red Papa’ 즉, ‘붉은 교황’이라고 부를 정도다.

지난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2012년 기준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지니계수)가 OECD국가 중 6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라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경제 주체들의 분발과 함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복지 확대를 위한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사회: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교황은 방한 내내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방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교황과 끝까지 함께한 사람들도 바로 이들이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하나가 됐으며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이 같은 교황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아픔을 넘어 전진할 새로운 힘을 얻기도 했다. ‘빈자의 아버지’라는 별명답게 교황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을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서는 이주노동자·새터민 등 소외계층을 초대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부유함 속에서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의 울부짖음이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 살고 있다”며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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