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기일보 연중기획

함께 토닥토닥

[함께 토닥토닥] 연천 5사단 표범여단, 6년째 이웃사랑… 명 받았습니다!

“그간 지켜온 ‘이웃사랑’의 가치를 잊지 않고 노력해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군 부대가 되겠습니다” 연천군에는 6년째 지역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군 부대가 있다. 5사단 표범여단이 그 주인공. 강원 철원군 일대에서 유해발굴 작전에 투입되며 ‘중서부전선의 수호자’라 불리는 표범여단은 최전방 부대로 평상시엔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위해 힘쓰면서도,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표범여단 소속 간부들은 봉급 중 일부 금액을 연천군 신서면 일대 복지사업인 ‘오복주머니’를 통해 매달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면사무소에 모여 반찬이나 보행기 등 어르신들이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사용된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이 같은 선행은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소규모였던 참여 인원도 100여명까지 늘었다. 특히 이 지역에는 형편이 어려운 6·25전쟁 참전용사 어르신들도 많이 거주하는데, ‘후배’들의 도움을 받고 입가에 웃음꽃이 만연한 모습에 이들은 군인으로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낀다. 이들의 선행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6년 당시 이미 지역사회와 꾸준히 교류해 왔던 표범여단은 ‘정기적으로 선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월급이 밀리지 않고 나온다는 군인의 ‘최대 장점’을 살려보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그렇게 적게는 1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매달 기부하며 소외된 이웃의 믿음직스런 그늘막이 되고 있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부대의 ‘선한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표범여단은 다양한 종류의 대민 지원을 통해 지역 어르신들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있다. 모내기부터 연탄 배달까지 지역주민들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 달려간다. 특히 재작년에는 연천군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이 일대가 물에 잠긴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여단은 집 전체가 침수 피해를 입은 아흔 넘은 6·25 전쟁 참전용사 어르신이 다시 살 수 있게 집을 지어 주기도 했다. 이 같은 긍정적 영향력이 간부들과 장병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일까. 표범여단에선 최근 그 흔한 악성 대민사고나 간부·병사 관련 사고도 없었다. 향후 표범여단의 꿈은 민군이 협력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부대 인근의 대광초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재능기부 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선행을 인정 받은 표범여단은 지난 4월 경기북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착한 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주현 5사단 표범여단장은 “표범여단은 국민의 군대 일원으로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군 부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함께 토닥토닥] 이웃들 ‘웃음소리’ 반주로 부부가 전하는 사랑의 합주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소외된 이웃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나누는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20일 오전 파주시 목동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전국 각지를 다니며 공연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부부공연단인 남편 김수경(80), 아내 이옥자씨(75)의 따뜻한 연주 소리다. 이들은 8년 전부터 요양병원·요양원, 장애인 복지시설, 교회 등에서 아코디언, 키보드를 연주하며 희망을 나누고 있다. 홀몸 어르신, 장애인, 한부모 등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준다는 의미에서 공연단 이름도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지었다. 부부는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6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남행열차’를 시작으로 5~6곡의 대중가요 메들리를 연주하면서 부부는 중간 중간 눈빛을 맞추고 함께 발을 구르며 박자를 맞춰갔다. 부부의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옥자씨는 “복지시설에서 아이들이 ‘할머니·할아버지 공연하러 또 언제 오냐’고 물어볼 때나, 장애인 친구들이 휠체어를 타고 집에 찾아와 명절 인사를 할 때 등 그간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낄 때가 수도 없이 많다”며 “환자들에게 되레 ‘건강하게 오래 오래 공연해달라’는 말을 들을 땐 가슴이 찡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도매업을 하던 이들 부부는 8년 전 사업이 실패하면서 경기도에 오게 됐다. 막대한 빚을 지고 몸 누일 곳 없이 친척 집을 전전하던 시절의 부부는 희망을 잃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파산면책 뒤, 파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되면서 부부는 ‘주위 사람들과 나라에 받은 도움을 봉사하며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수경씨는 72세에 노인복지회관에서 아코디언을, 이옥자씨는 65세에 키보드를 배우기 시작했다. 황혼에 악기 연주를 시작한 이들은 도내 봉사 시설을 한 군데씩 늘려나가 현재 50여군데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엔 이들의 선행을 알게 된 이웃이 악기를 운반하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손뜨개와 손편지 등을 건네주기도 한다. 오랜 봉사활동으로 부부는 지난 9월 ‘파주시 자원봉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지난 2019년엔 윤후덕 국회의원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1월 김수경씨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정식 예술인으로 인정받아 창작준비금도 지급받았다. 김수경씨는 “주위 이웃들, 정부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은혜에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해 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면서 “공연하며 같이 웃고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함께 토닥토닥] 순댓국에 우려낸 진한 사랑

‘송송’ 썰리는 청양고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성인 남자가 두 팔로 겨우 감싸 안을 정도인 지름 150㎝의 거대한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나는 수증기가 구수한 순댓국 냄새와 함께 가게 안으로 퍼지자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방영선 수원 A순대국 대표(48)는 육수가 푹 고아졌는지, 가마솥 뚜껑을 열어봤다. 직원 김선실씨, 방선자씨는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방 대표는 이처럼 정성을 들여 만든 순댓국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매달 홀몸 노인 등 관내 저소득층 가구 20여명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등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나눔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특히 감성적인 성격의 방 대표는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TV프로그램을 즐겨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 같은 다짐을 되새겼다. 이를 실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방 대표는 주방보조 등 밑바닥부터 일하다가 지난 2019년 A순대국을 인수했다. 직원에서 사장으로 호칭만 변경됐을 뿐 병원 갈 시간도 없는 등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다만, 순대국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줄 수 있는 결정 권한은 생겼다. 비록 자신과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로 음식을 직접 배달하지 못해 소외계층의 반응을 몰라도 정자3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로부터 ‘할머니가 아주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없던 기운도 생겼다. 순댓국을 더 맛있게 끓이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오전 9시에 가게에 나와 육수가 진해졌는지 살폈다. 이 때문에 달력에 ‘순댓국 봉사’라는 글귀를 적을 때 설렌다. 가족과 같은 단골손님들이 “좋은 일한다”며 치켜세우면 쑥스럽기도 하면서도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나눔 실천의 의지를 되뇌였다. 방 대표는 “사정상 직접 배달하지 못함에도 동사무소 직원들이 대신 순댓국을 갖다주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없다면 이러한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옛날에는 연말연시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구세군 냄비가 가득했는데,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는 거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저도 언젠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살 수 있다”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순댓국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민기자

[함께 토닥토닥] "딸과 특별한 첫 여행"… 행복한 '한부모가정'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지나면서 가족의 의미를 한층 새롭게 곱씹게 된다. 과거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의 의미를 강하게 품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혈연이 아닌 관계도 폭넓게 ‘가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는 각양각색 가족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포용될 수 있도록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가족 기능의 회복 및 유지, 자립생활 지원 등에 집중한다. 보다 행복한 가족 구축을 위해 힘 쓰는 경기남부한부모가족지원거점기관(이하 기관) 이야기다. 수원특례시, 김포시 등 경기남부지역 21개 시·군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기관은 해마다 ▲부모·자녀 교육 운영 ▲자조모임 운영 ▲심리상담서비스 연계 ▲고위험군 한부모가족 집중 사례관리 ▲우리 가족 나들이 등 프로그램을 꾸린다. 올해의 목표는 지역의 소외된 한부모가정 발굴 등에 집중하면서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내년에는 프로그램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을 꿈꾼다. 이후 2024년엔 경기도 한부모가정의 전반적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외롭지 않고 편견에 숨지 않는 한부모가정을 위해 기관은 달린다. 최근에는 강원도에서 이틀간(9월3~4일) ‘나눔의 숲 체험’ 캠프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일상생활이 제한받는 이때에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할 수 있는 한부모가정에게 행복한 여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캠프에는 12가정 30여명이 함께 했다. 캠프에 참여한 익명의 한 부모는 “딸과 함께하는 여행이 처음이었다. 함께 스탬프도 찍고 퀴즈도 풀며 마음을 나눠 뿌듯하고 좋았다”며 “한부모가정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명화 경기남부한부모가족지원거점기관장은 “전문성을 높인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 권역별·연령별·성별 등에 따른 차이를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부모가정이 온전한 ‘가족’으로 인식되게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함께 토닥토닥] 손에서 손으로…‘사랑의 소리’ 들리나요

수어 봉사 ‘손으로 하나되어’ 화려하고 논리적인 어법으로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요즘, 특별한 힘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표정과 입모양, 손에서 마음의 진심이 오고간다. 농아인들만의 농문화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어봉사동아리 ‘손으로 하나되어’의 이야기다. ‘손으로 하나되어’는 지난 2003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수원시지회 소속으로 수원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직장을 다니는 20대부터 자녀를 둔 50대 회원까지 실질적으로 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인원은 10여명. 송남숙 회장(57)과 19년째 함께 해온 원년 멤버 4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10년을 훌쩍 넘겨 활동해왔다. 가장 연차가 적은 회원도 6~7년 차여서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마 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수원시농아인쉼터를 찾았을 때도 6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집에만 갇혀 있는 농아 어르신들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얼굴을 마주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윤영선 할아버지(79)는 “회원들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수어로 흐뭇함을 드러냈다. 회원들은 장애인복지센터 교육, 각종 장애인 축제, 체육대회 등에 참가한 농인을 위해 통역 지원을 나가며 농인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든 발벗고 나섰다. 오랜 기간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게 소통자의 역할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끊긴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농인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해왔고, 최근에는 농인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수어를 배우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렵게 배운 수어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만은 같다. 큰 금액을 후원해주는 단체도 없고 오로지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인 탓에 지속되기 어려울 법도 한데 20년 가까이 농인들과 살갗을 맞대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을 살펴봐도 이들처럼 농인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봉사 동아리는 드물다. 회원 이민자씨(47)는 가치관과 표현법이 다른 이들과 오랜기간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된 비결에 대해 “처음엔 농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히고 만났다”며 “농인분들도 점차 편견없이 마음을 열어주셨고 농인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의외로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송상호기자

[함께 토닥토닥] 절망 걷고 희망 더하기 ‘온힘’

“제가 할게요!” 18일 오전 광주시 회덕동의 이소자 시인(79) 집에 모인 20여명이 너도나도 외쳤다. 최근 중부지방을 덮친 집중호우로 이 시인 주택 뒷산의 구거(溝渠·인공수로)가 무너져 내려 수해를 입으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소매를 걷고 나선 봉사자들의 목소리다. 이 시인은 지난달 ‘월간문학’에 첫 번째 시를 싣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집이 몽땅 잠기는 아픔을 겪었다. 거실과 방 3칸, 화장실, 창고 2곳까지 곳곳이 60㎝가량 침수됐다. 일부 천장은 무너졌고 전선은 벽지 밖으로 튀어나왔으며 온갖 가구는 곰팡이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집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던 이 시인은 “종아리까지 물이 차서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아랫집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라’면서 사다리를 연결해줘 그걸 타고 나갔다”고 회상했다. 주변 이웃들은 현재까지 열흘간 이 시인의 잠자리와 식사까지 책임져주고 있다. 또 이 소식이 알음알음 퍼져 한 주민은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날 회덕동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광주지역 울타리봉사회·오포봉사회·도척봉사회, 시 자원봉사센터 등의 봉사원 25명이 힘을 합쳤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원들은 온 집 안에 묻은 폭우 피해를 땀방울로 닦아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토사를 쓸고, 바닥 장판을 뜯고, 가재도구 전부를 밖으로 옮기는 등 하루종일 청소에 매진했다. 소파, 테이블, 옷장 등을 집 밖으로 빼내는 내내 봉사자들은 “손 조심하자”, “더워도 조금만 참자”며 서로를 북돋았다. 이 밖에도 시흥·성남·수원·하남·안산 등 여러 수해 지역에서 1천300명 이상의 봉사자가 100여개 셀터를 방문해 세탁 봉사·급식 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1천200개가 넘는 응급구호세트, 취사구호세트 등도 지원됐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12일 양평군 강상면에서 농업기반시설 피해현장 복구에 나섰고, 경기농협 함께나눔봉사단도 지난 17일 광주시 퇴촌면 하우스농가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하는 등 희망을 전했다. 최근 남한산성 일대와 이소자씨의 자택 등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최문희 경기적십자 광주지구협의회장(67)은 “80여년 만의 유례 없는 폭우로 수도권 곳곳의 피해가 크다. 모든 봉사자가 자발적으로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해 봉사를 진행한다”며 “봉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편하게 참여해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함께 토닥토닥]세상 이야기 담아내는 낭독봉사단체 ‘책 읽는 사람들’

‘읽어 주는 기쁨.’ 여섯 개의 점으로 이뤄진 점자를 벗어나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이들이 있다. 얼굴, 나이, 사는 곳, 목소리는 다르지만 낭독봉사라는 한마음으로 모인 ‘책 읽는 사람들’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고양시에 있는 자그마한 녹음실에서는 3명의 봉사자들이 각각 부스에 앉아 소리 내 책을 읽고 있었다. 짧은 글부터 시, 수필, 소식지까지 다양하다. 한 번 녹음에만 2~3시간 정도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녹음을 마치고 나온 봉사자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좁은 부스 안에서 오래 있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행복해할 분들을 생각하며 한 글자라도 힘줘 읽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10년째 녹음실을 제공하고 있는 장영재 소리와사람들 대표의 음악작업까지 가미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질의 오디오는 어느덧 10년째 전국 각지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전달되고 있다. 지금이야 전문 성우 버금가는 실력의 이들은 “오랜 연습 기간을 버텼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단순히 글을 읽어 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왔지만 1년이란 긴 낭독연습 기간을 거치지 않는다면 녹음실에 들어갈 수 없다. 성우 경력이 있더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봉사자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성우 경력이 있는 장 대표는 지난 10년간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음과 발성은 물론 국어교육까지 도맡아 봉사자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있다. 이렇게 고된 수료기간을 거친 봉사자 수는 어느덧 100여명. 연령대도 다양하다. 1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저마다 목소리를 통해 세상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들려준다. 이들의 노력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얻어 세상과 단절했던 한 청취자가 책 읽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어둠에서 나왔다. 복지관으로 나가 다른 이들과 만남을 갖는가 하면 최근에는 책 읽는 사람들에 직접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처럼 목소리로 큰 울림을 전하는 책 읽는 사람들은 오늘도 좁은 녹음실에서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 가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진정한 낭독봉사라고 느낀다”며 “그런 낭독봉사자들과 함께 오늘도 즐겁게 녹음하고 있다”며 웃음 지어보였다. 김현수기자

[함께 토닥토닥] 장정희 빵사랑생활개선 회장 “대이은 봉사의 길, 빵으로 나눠요”

어릴 때부터 남들을 위해서만 일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당시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영향일까. 어느 순간 아버지의 봉사의 길을 그대로 밟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은 아버지가 왜 평생을 봉사하며 사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장정희 빵사랑생활개선 회장(52·여)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남양주 퇴계원 토박이로 30대 후반 친구의 권유로 빵을 만들러 갔다. 단지 빵을 먹으러 가기 위해서였지만, 빵을 만드는 게 재미있고, 취미로 만든 빵이 어려운 이웃들에겐 중요한 한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곧바로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장씨는 시간이 흘러 한국생활개선 남양주시연합회 빵사랑생활개선회장을 맡았다. 애초 농촌여성 1인1특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빵사랑개선회는 한동안 빵동아리로만 활동하다 지난 2005년 빵사랑생활개선회로 재탄생했다. 장 회장은 13년 동안 한달에 1~2번씩 회원들과 빵을 만들어 장애인센터에 기부하고, 식사봉사 등도 실시했다. 아이들이 빵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남양주시복지문화재단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도 하고 있다. 장 회장과 회원 등 7명은 최대 6시간 동안 식빵과 단팥빵, 소보루빵 등 200~300개를 만들어 기부 중이다. 그는 회원들보다 일찍 나와 빵을 반죽하고 있다. 반죽이 미리 완료돼야 회원들이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장씨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겨 수술까지 했지만 봉사 행보는 멈출 수 없었다. 이밖에도 장 회장은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을 찾아 청소와 목욕 등 일반적인 봉사도 실천 중이다. 또 아픈 아이들이 병원에 갈 때 차가 없는 사실을 알고 개인 차량을 이용해 병원에 데려다 주고 있다. 장 회장은 “남들에게 보여줄 때 착용하는 게 액세서리인데 봉사는 액세서리가 아니”라며 “남들이 몰라도, 필요가 없어도 하는 게 진정한 봉사다. 그런 봉사의 삶을 살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함께 토닥토닥] 홀몸노인·노숙인 100명에 무료 급식 24년째 맛있는 사랑나눔

“누군가에겐 따뜻한 식사 한끼가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밥만 나누는 게 아니라 말 한마디라도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30일 오후 2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한 건물. 구수한 내음을 따라 도착한 건물 2층에서는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완성된 밥과 반찬들은 일회용 도시락통에 정성스럽게 담겨 식탁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도시락 포장을 마친 봉사자들은 100인분의 식사를 들고 건물 1층 출입구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시락을 전달받는 이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전했고, 전달하는 이들 역시 노숙인들의 손을 꼭 잡으며 따뜻한 위로와 함께 도시락을 건넸다. 24년째 지역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유쾌한공동체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유쾌한공동체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된 취약계층을 위해 다양한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같은 건물 4층에서는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위한 ‘희망사랑방’도 운영하고 있다. 숙식을 제공하면서 취업 지원 교육 등을 통해 사회 적응도 돕는다. 유쾌한공동체의 나눔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감염 확산 우려로 인근 시설들의 무료급식까지 끊기면서 갈 곳 잃은 소외된 이웃들까지 보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유쾌한공동체의 무료급식은 올해 3월 시설 내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던 단 2주를 제외하곤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 기간에도 도시락을 구매해 소외계층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따뜻한 나눔은 계속됐다. 나눔의 고마움을 느낀 노숙인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포장일을 돕던 50대 노숙인 김씨는 “인생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도움을 받고 나니, 나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승영 유쾌한공동체 대표는 “유쾌한공동체가 소외된 지역 이웃들의 마지막 버팀목이라는 생각으로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지역 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이 없도록 앞으로도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함께 토닥토닥] 장애·비장애, 희망 Job고… 자립 꿈 키워요

“10명 중 7명 이상이 장애인, 이들도 우리 회사의 대표 일꾼들입니다” 명함의 직함은 대표인데, 직원들을 부르는 호칭은 권위의식을 던진 ‘우리 아기’다.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등 대표의 사랑을 듬뿍 받은 직원들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홀로 서기를 준비 중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심 향상에 선봉장 역할을 맡은 양천후 ㈜디와이테크(전자제품 임가공업체·안산시 단원구 소재) 대표(47)와 그 직원들의 이야기다. 해당 업체는 직원 총 30명 중 22명이 발달(20명)·청각·지체(각 1명)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표준사업장 인증 기준인 장애인 고용 30%를 훌쩍 뛰어넘는 대다수의 근로자가 장애인들이다. 애초 양 대표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장애인의 채용에 앞장섰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같은 당시 회사의 내부 분위기라는 벽이 그를 가로막자 지난 2019년 6월 회사를 창업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주변 사업장으로부터 ‘발달장애인들이 많아 불편하다’ 등의 수군거림이 귀에 들리자 표준사업장 인증 팻말을 내부에 걸어놓는 등 남몰래 속병을 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도 이제는 한때의 추억이 됐다. ‘일한 만큼 돈을 줘서 우리 아기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만들자’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양 대표의 신념을 더욱 확고히 만들었다. 장애인에 대한 일부 직업재활시설의 경우 사실상 일하는 시간 일부를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변경해 놓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구조 탓에 장애인들은 온종일 사업장에 머무는 데도 정작 받는 금액은 적은 실정이다. 일할 곳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러한 곳에 다니는 장애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양 대표는 오전 반, 오후 반, 종일 반으로 나눠 이들을 근무시키고 있다. 일에 쉽게 적응하는 직원들은 종일 반으로 편성, 정당한 대가를 주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초 입사한 임원택씨(22)가 대표적인 예다. 임씨는 “전에 있던 곳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데다 일에 점점 재미를 느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가족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제2의 아버지를 역할을 자처한 양 대표는 이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양 대표는 “최근 어느 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와 같은 기업들이 많이 나와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정민기자

[함께 토닥토닥] 7명에 장기기증... 아름다운 생명나눔 ‘최고의 선물’

“우리 세상을 떠날 때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생명을 구하고 떠납시다” 아내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자녀를 모두 키워 놓고 지난 2008년 해남으로 귀농해 작은 정원을 꾸리며 소박하게 산 지 4년째 되던 해였다. 쓰러진 아내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그는 아내의 평소 뜻을 받아들여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아내의 각막, 콩팥, 간, 췌장, 폐, 안구는 2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7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고(故) 신창자씨의 남편 이춘남씨(79)의 이야기다. “우리 부부는 질병도 없었고 운동도 꾸준히 해 정말 건강했었어요. 그래서 아내도 저도 많은 이들을 위해 장기기증을 하자고 다짐했었죠. 어차피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텐데, 새 삶이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떠나면 더 뜻깊을 테니까요.” 생명을 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형태 중 하나로 장기기증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씨는 아내가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장기기증을 택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내가 떠나고 힘들었지만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됐지 않았냐”며 “나 역시 아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삶이 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신장이 망가져 두 번에 걸쳐 장기를 기증받은 정원수씨(60)는 장기기증으로 ‘두 번의 기회’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아팠던 정 씨는 신장이 망가져 1994년 첫 장기기증을 받았다. 3년여간의 투석과 호르몬 주사, 수혈 등을 중단한 채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15년 뒤 폐혈증 위기와 탈수로 또 한 번의 이식이 필요하던 중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또 다시 적합한 기증자를 만나 2009년 4월16일 두 번째 장기기증을 받았다. “가족도 아닌 남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두 번의 장기기증으로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었어요. 저에겐 기적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정 씨는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장기기증은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더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에 동참해 새로운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장기기증자는 1천494명(뇌사 기증자)이며 장기기증 수혜를 받은 사람은 4천526명에 이른다. 기증자 한 명으로 약 3~4명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장기기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4만명의 대기자가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정영숙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경기지부 본부장은 “기증은 대가 없는 나눔이고, 나 또한 대가 없이 받을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사진=윤원규기자

[함께 토닥토닥] 르완다 300가구 '희망 불씨' 살리다

“가족 모두가 지속적인 나눔의 실천을 이어가겠습니다” 오산시 소재 부동산개발 전문업체 ㈜RMS-D&J를 운영하고 있는 이덕주 대표(63)의 가족은 지난해 “어려운 아프리카의 아동을 후원하고 싶다”며 월드비전 경기남부사업본부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 대표와 그의 가족은 평소 다른 사람들의 선행을 보면서 동일한 마음이 피어올라 이 같은 발걸음을 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이들이 많지만, 특별히 외국에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많은 만큼 그곳에 있는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부인 김진아씨(57)는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지원하고 싶다며 나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김씨는 “학교에 다니는 것, 직업을 갖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배고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먼저 먹고살 수 있어야 배우고 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덕주 대표 가족은 지난해 르완다 극빈층 생계지원사업에 1억원을 후원했다. 후원금은 극빈 가정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수입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토지, 가축, 종자, 농기계, 비료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됐다. 그뿐만 아니라 농업교육과 가축사양교육, 시장활동교육, 재무교육 진행에도 쓰였다. 이 같은 이 대표 가족의 후원으로 올해 르완다 극빈층 300가구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 이 대표는 “오히려 우리 가족에게 돌아오는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와서 흐뭇했다”고 회상했다. 또 이런 성과로 지난해 이 대표의 가족은 월드비전 후원자 모임인 밥피어스아너클럽에 위촉됐다. ‘밥피어스아너클럽’은 월드비전 창립자인 ‘밥피어스’의 이름을 딴 고액후원자 모임이다. 다양한 지구촌 문제에 공감하고, 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선 후원자를 회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사실 이 대표의 가족은 장남 이우형씨(34) 덕분에 선행에 동참할 수 있었다. 이우형씨는 지난 2018년 아이티 강진피해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는 구호현장에서 영상을 제작하는 봉사활동에 참여, 월드비전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이 같은 봉사활동을 권유, 온 가족이 함께 이웃을 돕는 일에 나서게 됐다. 이우형씨는 “어렸을 때부터 나눔에 대한 부모님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부모님이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신 가르침이 나눔에 대한 가치관을 갖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누구보다 부모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함께 토닥토닥] 연필 쥔 백발의 만학도들...배움의 恨 50년만에 풉니다

“50여년 만에 책상에 앉아 책을 읽으려니 낯설고 두렵지만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꼭 졸업장을 타겠습니다” 14일 평택시 이충동에 위치한 평택시민아카데미 평택상록평생학교의 한 교실. 이곳에선 50~70대 학생 10명이 화이트보드에 적힌 시에 대한 현황을 열심히 공책에 적고 있었다. 모두 늦깎이 학생들이다. 이날 수업은 중학 국어. 그 가운데서도 ‘새로운 시작’ 주제의 시를 배우는 시간이다. 정채봉 시인의 ‘첫마음’을 소리 내 읽은 뒤 다시 공부를 시작한 각오를 나눴다. 어르신들은 “이 나이에 공부한다는 게 아직은 두렵지만 학교에 열심히 나와 중학교 졸업장을 받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기 초. 아직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게 어색하고, 굽어가는 손가락으로 글씨를 적는 게 예전 같지 않지만 집중이 흐트러지는 학생은 없었다.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같았다. 지난 1993년 평택상록평생학교 개교 이래 평택은 물론 안성, 천안, 아산 등지에 이르기까지 1천여명 이상이 이곳에서 한글을 배웠고 100여명이 초등‧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가난으로, 여성이어서, 시대적인 이유 등 저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한 사연과 한을 가슴에 품고 다시 펜을 쥔 백발의 만학도들이다. 이날 중학 국어 수업을 맡은 윤희진 평택상록평생학교 교감(51)이 10년 전 처음 이곳을 찾았던 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10여명이 굽은 손가락으로 ‘개나리’, ‘개구리’ 등을 따라 읽으며 공책에 받아 적는 풍경.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글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열의에 의욕을 얻어 지난 2013년 성인문해교육 강사로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윤 교감처럼 상록학교에서 문해 교육을 하는 교사는 12명이다. 이들은 전업주부부터 학원 등 생업이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늦깎이 어르신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되레 감동을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윤 교감은 “중학교 과정 개설 후 처음 간 수학여행 버스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본인 생전에 수학여행을 갈 줄은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우셨다”며 “이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윤 교감을 통해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44명.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대입 검정고시를 치른다. 벌써 4명의 어르신이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저도 어르신들로부터 좋은 점을 배우며 교학상장(敎學相長)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더 큰 배움을 마치고 돌아와 저희와 함께 교육봉사를 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바람을 전했다. 황우갑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은 “봉사자들과 후원자들 덕분에 넉넉하진 않아도 29년 동안 꾸준히 어르신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드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 평택상록평생학교를 독립 교육기관으로 만들어 다양한 학습반과 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토닥토닥] 치유 통해 함께 얻는 행복…더불어 사는 사회 꿈꾸다

“일을 시작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식물들에 둘러싸여 여러모로 배려해주는 동료들과 함께 일해 좋습니다” 24일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화훼 농장. 장애인(지적장애) 직원들이 비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분갈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장애인 직원은 11명, 비장애인 직원은 14명으로 총 25명에 달한다. 잠시 뒤 직원들 사이로 지적장애를 가진 정창욱씨(58)가 어눌한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직원은 “저거(분무기) 맞지?”라며 물건을 정확히 집어 정씨에게 건넸다. 정씨도, 마주보던 동료도 서로를 향해 씩 웃은 뒤 다시 일에 집중했다. 일하는 내내 불명확한 발음과 어색한 문장을 구사해도 1년 넘게 함께 일해온 직원들은 장애인 동료들의 크고 작은 요구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랫동안 호흡해온 가족 같았다. 점심 시간이 되자 구내식당에 옹기종기 모인 직원들은 왁자지껄 했다. 어젯밤 있었던 일부터 오전 작업 중 벌어진 실수까지 쉴 새 없는 수다가 이어졌고, 이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진듯 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면 불편할 것이란 시선이 많지만 이들에겐 조금의 어색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비장애인 직원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며,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화훼 생산 유통 전문기업 ㈜그리니쉬 농업회사법인(대표 권영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권영석 대표(57)는 2년 전 도내 한 지자체 복지과 담당자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들과의 우연한 자리를 통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각종 정보를 수집해 장애인들이 노동을 통해 땀을 흘리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농업’을 회사에 접목시켰다. 또한 장애인들에게 직업(현장)에 맞는 치유와 교육이 우선이라고 판단, 장애인 직원들의 직장 생활을 도울 ‘원예 치유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이후 ‘원예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3명의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한 그는 현장 실습을 통해 활짝 웃는 이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더욱이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모습에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해했다. 그렇게 장애인 직원은 하나둘씩 늘어났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권 대표는 “장애인들이 치유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아 기술을 배우고, 기술력을 키워 직원들과 회사가 동시에 자립하는 길, 그것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장애인 치유 농업을 통한 자생력 있는 사회적 농업을 계속 실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수기자

[함께 토닥토닥] 14년째 머리카락 기부… 한올한올 희망 선물

“제 머리카락이 필요한 곳에 뜻 깊게 쓰이길 바랍니다.”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무려 14년 동안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해 온 경찰관이 있다. 안양동안경찰서 범계지구대 소속 김선경 경사(36·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9년 경찰관의 꿈을 키우던 ‘청년 김선경’은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시청했다.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져 고통스러워하는 내용이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린 김 경사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돕고 싶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소아암 환자를 위해 가발을 제작하는 데 머리카락을 기부 받는다는 내용을 발견하게 됐다. ‘이거다’ 눈이 번쩍 뜨인 그는 자신이 아끼던 머리카락을 망설임 없이 잘라냈다. 기부 이전까지 비교적 길지 않은 머리 길이를 유지했던 김 경사는 그날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때로는 예쁜 파마도 해보고 싶고, 봄날에는 산뜻하게 염색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가발을 필요로 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머릿결을 관리하는 데 애를 썼고, 머리카락이 더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김 경사는 2년간 25㎝씩 기른 머리카락을 어머나 운동본부(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 운동본부)에 기부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지난 2014년 2월, 그는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갑작스러운 머리 스타일의 변화는 심경의 변화라고 했던가. 내내 긴 머리를 유지하던 막내가 어느날 불쑥 단발머리로 등장하자, 선배와 동료들이 그를 걱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단발머리에 담긴 김 경사의 따뜻한 기부를 알게 된 동료들도 이젠 김 경사의 마음과 노력을 응원하고 있다. 김 경사의 집 한켠에 하나 둘 쌓여가는 기부증서는 어느덧 6장이 됐고, 그만큼 단단한 자부심이 됐다. 무엇보다 그가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은 자신의 작은 선행이 주변까지 전파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료 경찰들과 그들의 자녀들까지 나서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어느 새 김 경사와 함께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들은 10명이 됐다. 지난해 10월 마지막으로 머리카락 기부를 한 김 경사는 다음 기부를 위한 길이가 만들어질 2023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 경사는 “부모가 되고 나니 아이가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더욱 뼈저리게 알게 됐다”며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병마와 싸워나갈 아이들에게 큰 행복과 응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머리카락 기부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2022 함께 토닥토닥] 외롭지 않게… 입양 전 따뜻한 기억 선물

아가야 네가 품은 인형이 자칫 외로울 수 있는 타국 땅에서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길 기도할게. 2019년 11월 부천의 한 가정집. 가위로 재단하고 한 땀 한 땀 정성 껏 바느질해 완성한 토끼 모양의 애 착인형을 바라보는 한 여인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이 선물은 세 살배기 여자 아이의 축복과 행복을 빌어주고자 만들어졌지만,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인형을 품에 안고 해맑게 웃는 아이를 제외하고. 이 사연은 배냇저고리, 손싸개, 발싸개, 수면조끼, 짱구베개, 애착인형 등 아이 용품을 제작해 입양 위탁가정과 미혼모쉼터, 북한이탈주 민가정 등 다양한 복지단체에 선물하는 박영아씨(48)의 이야기다. 그는 부천에서 평소 뜻을 함께한 봉사원들과 함께 2017년부터 영유아에게 무상으로 용품을 제공하는 봉사단체인 나눔스토리 소잉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수천개의 용품을 만들어 나눔을 실천하던 박씨에게도 3년 전 그날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당시 주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 입양 위탁가정(입양 가기 전 아이들이 잠시 머무는 가정)의 부모는 박씨에게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함께 사는 위탁가정 부모를 친엄마아빠로 인식하는 세 살 된 아이가 있는데, 미국으로 입양이 결정되면서 혹시 아이가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을 느끼게 될까 불안하 고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사연을 접한 박씨의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홀로 떠날 아이가 느낄 충격과 공포를 생각할 때 위탁가정 부모가 전한 절절한 걱정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아이가 홀로 외롭지 않도록 애착인형과 수면조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박씨는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 느낄 두려움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애착인형과 어두운 밤에도 엄마 품에 안기듯 포근하게 잠들 수 있는 수면조끼를 만들어 선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박씨의 마음은 아이에게 밝은 미소를 선물했다. 아이의 고사리손에는 늘 귀여운 애착인형이 들려 있었고, 그 인형을 바라보는 눈은 햇살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두 달 후 아이는 그렇게 선물과 함께 한국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포근히 간직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이 같은 박씨의 아름다운 선행이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주변 사람들의 동참 의지도 함께 높아졌다. 소식이 전해진 후 송내고등학교와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 박씨와 함께 봉사를 펼칠 수 있는 청소년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등 훈훈한 동참 의지가 지역사회 곳곳으로 전파 됐다. 박씨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축복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라며 제 선물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함께 토닥토닥]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구수~한 ‘나눔’ 26년째

입춘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11시께 광명시 가학동의 한 농촌마을. 명절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듯 마을 어귀부터 고소한 전 내음이 풍겨왔다. 이를 쫓아 발걸음을 옮긴 곳에는 명절 스트레스도 잊은 듯한 5명의 주부가 전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쉴 틈 없는 수다와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주부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동그랑땡과 동태전을 노릇노릇하게 지졌다. 이윽고 전들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한껏 뽐냈다. 여기 모인 주부들은 밑반찬 나눔 등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 회원들이다.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의 시작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농촌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가족과 사회, 농촌과 도시를 잇고자 농업에 종사하는 주부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도내 26개 시군에 4천600여명의 주부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부들로 구성되다 보니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처럼 화려하진 않다. 손수 만든 장바구니를 나누며 탄소중립 캠페인을 벌이고, 회원들의 유휴 농경지에서 재배한 작물로 밑반찬과 김치를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한다. 일손이 부족한 영농철에는 농촌일손돕기를 자처하는 등 단순히 돈으로는 할 수 없는 소박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활동이 대부분인 탓이다. 이 중에서도 경기도연합회 회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나눔은 장 담그기다. 매년 회원들은 600kg의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담궈 지역 경로당과 노인보호시설 어르신들에게 전달한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부득이하게 장 담그기를 중단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재개했다. 재래식 된장을 맛 볼 수 없게 됐다는 어르신들의 아쉬움과 탄식이 회원들에게 전해지면서다. 김봉선 농가주부모임 경기도연합회장은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누를 끼칠까봐 장 담그기를 중단했는데, 어르신들이 간절히 기다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재개하게 됐다라며 된장을 전달할 때면 버선발로 마중나와 찬사를 보내주시는 어르신들을 뵈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연합회는 또 여름 김치 나눔도 전개하고 있다. 김장철이 아닌 여름에 전달되는 열무김치는 홀몸어르신과 소외계층 가정의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반찬으로 꼽힌다. 김봉선 회장은 이웃을 위한 작은 나눔일 뿐인데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마움을 표해 주시는 이웃들을 만날 때마다 오히려 우리 회원들이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나 주위를 둘러보면 작은 정성으로도 이웃에게 온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라며 지역 사회가 훈훈해질 때까지 농가주부모임 회원들과 나눔 활동에 더욱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홍완식기자

[함께 토닥토닥] 25년째 국경없는 의료나눔

36년 전 그날도 요즘 같이 추운 겨울이었다. 새벽의 찬 공기가 가시지 않았던 이른 아침, 전남 영광군 한 마을에서 80대 할머니가 분홍색 보따리를 품에 꼭 안은 채 종종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원광대학교 치과대생들이 머물던 초교 앞에 멈춘 노인은 한 청년에게 보따리를 건넸다. 청년은 어리둥절한 채 꽁꽁 싸맨 보자기를 풀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 이 안에는 10개의 고구마가 있었다. 먼 곳까지 와서 우리 치료해줘서 고마워. 방금 삶은 건데 식었는지 모르겠다 컴컴한 새벽부터 일어나 부랴부랴 첫차를 타고 먼 길을 온 할머니를 생각하니 울컥했다. 눈물을 꾹 참은 채 고구마 한 입을 베어 물었다. 갓 스무 살이던 이 청년은 5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소개가 늦었다. 최신규 이사랑치과(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원장(54)은 치아 치료 봉사활동을 계기로 25년째 국경 없는 의료 나눔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7년 개원 첫해. 20대 중반이자 동남아 국적의 한 남성이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이에 최 원장은 간단한 치료로 통증을 없앨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 그러나 한국말조차 할 줄 모르는 이 남성은 돈이 없으니 아예 치아를 빼달라는 의사를 손짓 발짓으로 전달했다. 순간 최 원장은 자신의 봉사활동으로 고마워하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그때의 다짐을 되뇌였다. 의료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내국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그 남성을 치료해줬다. 이후 최 원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고맙습니다 비뚤배뚤한 이 한 단어를 그리기 위해 주변 사람한테 알음알음 한글을 물어봤을 남성의 모습을 상상하자 치대생 시절 느꼈던 감동이 몰려왔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매년 20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 원장을 찾아왔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타국에서 번 돈을 가족에게 모두 보내고 정작 자신은 치료비에 전전긍긍했을 그들을 성심성의껏 보살폈다. 그리고 고마워요라는 어눌한 한국말을 들을 때마다 의사를 하기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최 원장은 또 봉사활동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료 건강검진을 해주고 있다. 이 수까지 합치면 최 원장이 돌본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천300명에 달한다. 최 원장은 고마워 어쩔 줄 모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면서 국적 가릴 것 없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맙다라는 한마디는 각박해진 우리 사회에 따스한 빛 한줄기가 될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이정민김태훈기자

[2022 함께 토닥토닥] 서로 안아주고 위로… 희망찬 새해 응원해

범이 내려왔다.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다. 어제까지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문 코로나19로 어둠의 터널을 걸어왔다. 자영업자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할퀴이고, 실업자는 흔들리는 채용시장에 헐뜯겼다. 신생아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동시에 주름 깊은 어르신은 늘어났고, 집값이 천정부지 뛰는 만큼 비트코인 투자자도 치솟는 격동의 시간이었다. 사건ㆍ사고도 끊이지 않는 각종 고통 속에서 모두가 2021년 한 해를 잘 견디고 잘 버텼다. 오늘부터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밝은 내일을 꿈꾸며 새해를 맞는다. 마스크를 쓰지 않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긴 물론이고 오롯이 지방자치를 이루는 한 해를 꿈꾼다. 그동안 사회 곳곳에 산적해 있던 수많은 갈등과 불신을 없애면서, 잘못된 제도와 인식도 바꾸는 화합의 신년을 염원한다. 오는 3월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선 누가 가라앉은 경제를 되살릴까. 이편저편으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달래고, 무너진 신뢰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시킬까. 6월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우리 동네 일꾼들이 선출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참된 일꾼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길 희망한다. 또, 2월 예정된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11월 열릴 카타르 월드컵 등 다양한 이벤트에선 어떤 땀과 열정이 선보여질까. 공정한 스포츠맨십을 통해 힘차게 비상하는 날을 꿈꾼다. 지난해 1차 발사를 진행한 누리호는 올해 2차 발사(5월)와 궤도선 발사(8월)를 앞두고 있다. 우주를 향한 새로운 비행길이 어디로 향할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발맞춰 1천400만 국민이 살고 있는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 경기도 역시 더욱 혁신하고 성장할 것이다. 탄소 중립 이행 원년을 맞아 전기ㆍ수소차가 늘어나고,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맞춰 고도화된 AIㆍ6G 기술이 서서히 도입될 것이다. 문 닫은 공연장ㆍ영화관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우리네 도시가, 지역이, 나라가 한 걸음 더 도약할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경기일보가 함께 하겠다. 언제 어디서나 독자 여러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달리겠다. 때로는 예리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서로 다독이며 성장해 나가겠다. 민족의 영물 호랑이의 해를 맞아 경기일보는 강건한 경기도를, 튼튼한 미래를 응원한다. 우리, 행복하게 웃으며 서로를 토닥이자. 이연우기자

[함께 토닥토닥] 토닥이며 사는 부평깡시장 사람들 `어둠속에도 희망은 온다'

새벽 2시, 멀리서 다가오는 이웃 상인의 모습에 이리와 손을 흔들며 따뜻한 장작불 앞자리를 내어준다. 전국 각지에서 밤새 달려온 식재료가 인천 부평깡시장에 내려진다. 어둠이 내리는 새벽마다 밝아올 희망을 기다리며 이곳의 하루는 시작한다. 경매를 깡 부른다고 하던 어원에서 시작한 부평깡시장은 1950년,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숱하게 늘어선 노점들이 장사하며 자연스레 형성한 곳이다.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자, 엄마 손을 잡고 왔던 어린아이가 자라 딸의 손을 잡고 다시 찾는 추억의 깡시장. 이곳은 존재 자체만으로 인천시민의 퍽퍽한 삶을 토닥이는 가장 친근한 터전이다. 형님, 이리와. 언니, 밥 먹었어? 점심시간이면 점포를 임대해 장사하는 상인과 그 앞에 자리한 노점 상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함께 식사한다. 싸온 반찬을 서로 나누며, 온정으로 고된 시간을 위로한다. 김남제 상인회장(68)은 다 같은 상인인데, 노점이면 어떻고 점포면 어떻나라며 먹을 거 있으면 나누고, 서로 토닥이며 함께 가는거다라고 했다. 3년 전 이곳에 온 한과가게 강정옥씨(62)는 상인들의 이런 토닥임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다. 혼자 자영업을 할 때는 느끼지 못한 온기를 이곳에서 느낀다. 그는 노점이며 옆 가게며 모두 다같이 모여 밥도 먹고, 힘들땐 서로 술잔도 기울이며 위로한다며 활짝 웃어보인다. 부평깡시장 180여개의 점포 상인들은 지난 14년간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 나눔기부 프로그램을 만든 전 상인회장 왕룡물산 이용노씨(70)는 여기 다 주민들이 와서 사주니까 장사가 되는 건데, 큰 거 나누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해야할 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십시일반의 이 작은 나눔은 부평깡시장 인근 어려운 주민들에겐 한 겨울의 화롯불같은 토닥임으로 마음을 데운다. 이씨는 자신이 파는 배추며 무 같은 채소를, 삼화농산 김보균씨(54)는 깨나 고춧가루를 내놓으며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내놓은 기부 물품들은 1t트럭 2대에 가득 채워져 1개월에 1~2번씩 이웃에게 전해진다. 1년에 1번씩 지역 어르신들께 정성껏 만든 닭곰탕을 대접하고, 상인들이 내놓은 배추와 무 등으로 1천200포기가 넘는 김장을 해 전달하기도 한다. 어려운 이웃들의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더 오래 건강하게 함께하자는 바람을 담아 온 상인들이 힘을 모은다. 채소가게 이정숙씨(75)도, 양곡 가게 최원묵씨(65), 건어물가게 김종범씨(59)도 모두 이런 나눔이 행복하다. 내가 받았으니, 나도 돌려주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한다. 그저 상인들은 어서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끝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호흡하고, 나누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북적이는 손님들 속에서 새해의 희망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부평깡시장, 그들에게서 주변으로의 토닥임이 우리에게는 몇 배의 온기로 돌아옴을 배운다. 2022년, 이제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며 온 힘을 다해 토닥이자. 그 온기가 온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수 있도록. 김경희최종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