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아직 연탄을?”…태울 때도, 버릴 때도 ‘돈’ [연탄 딜레마③]

연탄 단가 올해 900원으로 인상... 경기 불황까지 겹쳐 후원도 줄어
사는 것도 버리는 것도 돈 ‘큰 부담’...“에너지 취약계층에 따뜻한 관심을”

애환 잿더미, 연탄 딜레마③ 후원 줄은 생존 필수품

연탄한장봉사단이 25일 오전 과천시 꿀벌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연탄한장봉사단이 25일 오전 과천시 꿀벌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겨울마다 흔히 보이던 연탄 봉사 사진 말고, 신파극 같은 연탄 가정 이야기 말고, 생생하지만 색다른 ‘연탄의 현실’을 보고 싶었다.

 

최근 한 달여간 수도권에서 ‘연탄 찾아 삼만리’를 한 결과 연탄은 폐광 등으로 탄생부터 흔들리고 있었고, 매년 수요자마저 급감해 간간이 숨 쉬는(경기일보 12월23일자 1·3면) 상황이었다.

 

여전히 연탄을 쓰는 입장에서, 지금 이 시대 연탄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A씨에게 연탄은 ‘돈’이다.

 

지난달 중순 낮 최고기온이 20도였던 날, 과천시 꿀벌마을에서 70대 A씨를 만났다. 그가 사는 동네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집과 비닐하우스의 난방·보온·온수 등을 오롯이 연탄불에 의존해야 한다.

 

A씨는 “연탄은 타는 시간과 온도가 일정하지 않아 날씨에 따라 사용량이 다르다. 저는 (겨울철에 집에서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8장을 쓰고 엄청 추울 땐 12장까지 쓴다”며 “아직 추운 겨울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 밖에는 170㎝ 정도 높이, 성인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소박한 창고가 있었다. 그 안에는 연탄보일러, 연탄집게, 100여 개의 연탄이 함께 놓였다. 한 달도 채 보낼 수 없는 양이라 부족분을 봉사단체에서 후원받기로 했다.

 

A씨는 “연탄은 사는 것부터 버리는 것까지 전부 돈”이라며 “연탄 자체도 지원이 되지만 무엇보다 연탄재 처리를 위한 투명 비닐봉지도 시(市)에서 나눠준다. 비닐에 싸서 내다 놓으면 매주 목요일마다 무상 수거하는데 이 비닐이라도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B씨에게도 연탄은 ‘털 실내화’처럼 겨울 필수품이다.

 

구리시 인근의 한 재개발구역에 사는 80대 B씨의 집은 1970년대 아침 드라마에 나올법한 작고 아담한 주택이다. 슬레이트 지붕 위로는 쥐와 고양이가 뛰어다니고, 집 안에 비와 눈이 새지 않도록 틈마다 돌이 박혀있으며, 벽면 곳곳에는 단열재가 붙었다.

 

B씨의 집에는, 정확히는 방 2개까지는, 도시가스가 들어온다. 하지만 부엌, 창고, 화장실이 야외에 있기 때문에 방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선 연탄난로를 써야만 추위를 피할 수 있다.

 

B씨는 “연탄난로는 마당 가운데에 둔다. 부엌, 화장실을 따뜻하게 가려고 연탄을 때는 게 아니라 집 자체에 훈훈함을 줘야 해서, 따뜻살고 싶으니까, 정 추울 때 하나 두 개 때는 용도”라며 “그나마 저는 가스가 들어오니까 연탄이 많이 필요 없지만 매년 50~100개 정도는 쓴다. 연탄 값이 올라 걱정은 큰데 100장 정도면 충분하니 남은 건 다 가져가서 다른 집에 더 나눠달라”고 했다.

 

25일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총 10만 장의 연탄 후원이 들어왔는데, 올해의 경우 4만 장에 그친다.

 

상당수의 지자체와 기업·기관들도 ‘겨울철 봉사활동’으로 연탄을 나르는 대신 김장을 하거나, 반찬을 나누거나, 이불·전기매트를 제공하는 식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만큼 연탄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덜어졌다는 뜻이다. 저소득층 연탄 사용자들에겐 겨울마다 ‘연탄’이 절실한 실정이다.

 

서하영 서울연탄은행 간사·사회복지사. 조주현기자
서하영 서울연탄은행 간사·사회복지사. 조주현기자

 

서하영 연탄은행 간사·사회복지사(28)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 내 마지막) 연탄공장이 폐업하면서 이젠 동두천에서 연탄을 수급해온다. (운송비 등 이유로) 부득이하게 연탄 단가가 900원으로 인상되면서 후원이 줄었다”고 했다.

 

서 간사는 “매년 연탄 사용가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최근엔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연탄 사용량이 증가했다”며 “연탄을 주 난방으로 사용하는 어르신, 도시가스가 들어와도 유류비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부담 갖고 계신 분들 등이 연탄을 사용하면서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건데, 에너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따뜻한 관심을 더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추위 달랠 유일한 온기…생사 기로 놓인 연탄 [연탄 딜레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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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고작 7만, 무려 7만…여전히 연탄은 필요하다 [연탄 딜레마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4122258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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