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달랠 유일한 온기…생사 기로 놓인 연탄 [연탄 딜레마①]

무연탄 소비량 2007년 425만여t서... 10년 새 65%↑ 해마다 수요 줄어
연탄공장 줄폐업, 전국 18곳 남아... 연탄값도 40여년 새 4배 넘게 올라
정부, ‘연탄 쿠폰’ 등 지원하지만, 일부 한정… 高물가 속 난방비 부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더니, 이제 차고 싶어도 발에 채지가 않는다. 골목골목 희끗하게 놓였던 연탄재가 깊이 ‘묻히고’ 있다. 겨울을 지나며 연탄과 연탄재를 본다. 어디에서 얼마나 태어나 어느 종착지로 향해갈까. 누군가의 애환이 묻은 연탄에서 누군가의 골머리를 썩이는 연탄재가 되기까지 어떻게 타올랐나. 편집자주

 

동두천역 앞,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다. 저탄장이다. 그 뒤편에는 경기도에 남은 마지막 연탄공장, 동원연탄이 서 있다. 조주현기자
동두천역 앞, 석탄이 산처럼 쌓여 있다. 저탄장이다. 그 뒤편에는 경기도에 남은 마지막 연탄공장, 동원연탄이 서 있다. 조주현기자

 

애환 잿더미, 연탄 딜레마① 태우자니 환경 불안, 불끄자니 추위 막막

1966년, ‘산림녹화 5개년 계획’이 추진되면서 나무 땔감이 사라졌다. 따뜻한 겨울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연료로는 구멍탄(정식 명칭 연탄)이 꼽혔다. 전국 탄광은 수없이 무연탄을 채굴했다. 삼천리·대성·동원·삼표 등 대규모 구멍탄 공장이 400여 곳 조성됐다.

 

1984년, 서울 강남구에 최초로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비로소 국내 도시가스 보급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30년간 반짝 흥행했던 ‘구멍탄 시대’는 거뭇거뭇 져갔다. 10여년 만(1989~1996년)에 탄광 334곳이 폐업했다.

 

2023년, 전국 연탄공장이 단 20곳 남았을 정도로 연탄 수요가 줄었다. 이후 1년도 채 안 돼 광주·전남의 마지막 연탄공장(남선연탄·올해 4월)과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삼천리이앤이·올해 7월)이 문을 닫았다. 경기도의 유일무이한 연탄공장(동원연탄)이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충청 일부 등의 물량을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2025년, 대한석탄공사 소속의 탄광 3곳이 폐광 절차를 밟는다. 우리나라 탄광은 민영인 강원도 삼척의 경동탄광(경동상덕광업소)뿐이다. ‘그럼에도’ 연탄이 필요한 사람들은 존재한다.

 

서민들의 겨울을 품었던 연탄. 그 따뜻했던 불씨는 꺼질 듯 흔들리고 있다. 태우면 지구가 울고, 없애면 사람이 운다. 조주현기자
서민들의 겨울을 품었던 연탄. 그 따뜻했던 불씨는 꺼질 듯 흔들리고 있다. 태우면 지구가 울고, 없애면 사람이 운다. 조주현기자

 

한강의 기적을 이끌며 오랜 기간 서민 곁에서 온기를 지키던 연탄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용량을 늘리자니 환경이 걱정이고, 깡그리 없애자니 추위가 막막하다.

 

22일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무연탄 소비량은 2007년 425만4천t에서 2016년 149만5천t으로 64.8% 급감했다.

 

연탄용(209만1천t→125만5천t)이 39.9%, 발전용(215만6천t→24만t)이 88.8%, 산업용(7천t→0t)이 100% 줄었다.

 

사용자가 없으니 현재 전국 연탄공장도 18곳만 맥을 유지하게 됐다.

 

경북이 6곳으로 가장 많고, 강원·충북이 각 4곳, 경기·대전·충남·전북이 각 1곳으로 뒤를 잇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곳이 존재했지만 1년여 사이 벌써 2곳이 폐업한 상태다.

 

image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집계한 지난 1971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연탄 가격 인상 추이. 유동수화백

 

세월이 흘러 연탄 수요가 줄면서 탄광과 연탄공장이 감소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러한 현상이 연탄값 인상과도 연결돼 외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물가 인상 속에서 연탄 가격의 상승 또한 불가피했는데 이젠 운송비·유통비까지 덧붙기 때문이다.

 

‘판매소 가격’을 기준으로 가정용 연탄 한 장의 값을 비교해 보면 1981년 당시엔 145원이었다. 지난해엔 656.75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경기도가 650원, 서울이 700원, 강원도가 600원 선이다.

 

지역마다 값은 다르지만 보통 수도권이 비싸다. 먼 탄광에서 채굴되고, 먼 공장에서 생산된 연탄들이 ‘옮겨지는 비용’이 붙어서다.

 

연탄의 배달료는 수량, 거리, 난이도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도심 아파트에서 10개를 살 때보다 비도심 언덕에서 1개를 살 때가 훨씬 비싸다. 온라인쇼핑몰에서도 900원~1천원 선을 내야 연탄 한 장을 받는 게 통상적이다.

 

문제는 ‘구매자의 처지’다. 가정용 연탄을 찾는 이들 중에는 사회적 약자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서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부는 저소득층 연탄 사용 가구의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탄 쿠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외계층 일부에 한정된다. 한 가구에 다수의 연탄 쿠폰 지원 대상이 거주하더라도 한명에게만 지원이 가능하다.

 

한 가구당 지원금액은 47만2천원으로, 900원짜리 연탄 524장 수준이다. 연탄의 소비 비중은 동절기(10~3월)와 하절기(4~9월)에 8:2인데, 겨울에 419장으로-한 달에 69장으로-하루에 2장만으로 버텨야 하는 셈이다.

 

‘연탄 수요자를 늘리자’, ‘연탄 가격을 낮추자’, ‘연탄 쿠폰을 확대하자’, ‘연탄을 없애자’, 모두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탄공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연탄공장이 직원 3명 이하일 정도로 업계 분위기가 심각하다. 특히 올해는 ‘더운 겨울’이라 더욱 반갑지 않다”며 “가정용은 진작에 수요가 줄었고 화훼·축산농가 (비닐하우스)에 유통되는 물량이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남부 및 충청지역에 연탄을 운송하는 한 유통업체 관계자 역시 “20년 전에는 ‘10월에 100개’ 거래했다면, 지금은 ‘11월에 10개’도 안 되게 거래한다”며 “유류비·운송비·인건비 등을 계산했을 때 수익이 없어서 ‘연탄만’ 옮기는 업체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고작 7만, 무려 7만…여전히 연탄은 필요하다 [연탄 딜레마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222580157

 

●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

http://interactive.kyeonggi.com/yeontan/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