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개 식용 종식 추진 무색… 보신탕집 ‘문전성시’ 여전

논의기구 활동 8개월째 답보 속 중복 맞아 개고기 식용 줄이어
농식품부 “내달 회의서 재논의...협의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
일각선 “정부 과감한 결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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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11시께 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구출된 백구 한 마리가 철창에 갇혀 있다. 김정규기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범 8개월째 답보하는 상황에서 중복을 맞아 경기 지역 보신탕 가게 곳곳에는 여전히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개 식용 종식과는 동 떨어진 상황이 연출됐다.

26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위치한 모란시장.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을 맞아 시장 내 보신탕 가게들에는 ‘몸 보신’하기 위한 손님들이 하나 둘 찾아 들기 시작했다. 지육이 버젓이 전시된 보신탕 가게 안으로는 70대 노인 3명이 개 고기 수육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외에도 건강원들에서도 ‘개 고기 지육’을 사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빈번하게 포착됐다.

같은 시각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보신탕 가게도 문전성시를 이루기는 마찬가지. 해당 가게 안에는 개 고기를 먹는 손님 10여명이 꽉 들어차 있었고, 이들의 분주한 젓가락질은 개 고기 수육과 개 고기탕을 향했다. 가게 밖으로는 ‘역시 복날에는 개 고기’라는 말도 새어 나오기 일쑤였다. 김형복씨(71)는 “예전보다 개 고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주저되지만, 무더운 복날만 되면 습관적으로 보신탕 가게를 찾게 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개고기 식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 도살 과정에서 동물학대 문제 등이 꾸준히 적발됨에도 이번 중복 역시 보신탕 가게를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아,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무기한 연장을 발표한 위원회는 해당 발표 이후 지난 19일 한 차례 소위원회를 개최했지만, 본보 취재 결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육견협회 측의 새로 바뀐 집행부가 그간 논의됐던 내용을 사실상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육견협회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면 보상 이야기를 꺼냈다”며 “다음 달 예정된 회의에서 다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해 지금으로선 합의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초복을 앞두고 여주시 대신면에서 적발된 불법 개 도살장(경기일보 7월11일자 7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도살장을 운영하던 60대 주인 A씨와 B씨에게 자백을 받았고, 도살 영상 등을 통해 동물학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만간 A씨와 B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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