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연장’ 개 식용 논의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지난해 8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여주시 능서면 왕대리의 야산에 있는 불법 개 도살장을 적발했다. 사진은 도살 전 철창 속에 갇힌 개의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공전을 거듭하던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경기일보 6월27일자 8면)의 활동기한이 무기한 연장되며 향후 논의기구의 방향성에 대한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별도 기한을 두지 않고 개 식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동물보호단체, 육견협회, 정부 인사 등이 참여해 작년 12월 출범한 위원회는 당초 지난 4월 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어야 했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장된 바 있다.

그간 위원회는 개 사육 등 업계 현황조사, 개 식용 관련 국민인식조사 등을 진행했고,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란 인식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어 위원회는 종식 시기와 종식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 단체들 사이에 아직 이견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점진적으로 개 식용을 종식했던 대만식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지난 1998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공공장소에서 개 도살을 금지했고, 3년 뒤엔 경제적 목적의 반려동물 도살행위를 금지했다. 이후 2007년엔 개·고양이를 도살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10년 뒤 동물보호법을 마지막으로 개정해 개 식용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만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달라 이 같은 점진적 모델로는 종식이 힘들 것이라 지적한다. 대만은 동물보호법 제정 뒤 20년 만에 개 식용 종식을 이뤄냈지만, 우리나라처럼 개 식용을 위한 산업이 형성됐던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해에만 약 100만마리의 개가 식용을 위해 잔인하게 도살되고, 이미 시장과 산업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는 등 대만보다 상황이 심각해 점진적 모델의 적용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대만식 모델에 따라 유예기간을 10~15년까지 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를 통해선 20년이 지나도 종식은 어불성설”이라며 “우리나라는 대만보다 8년 먼저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식용이 이뤄지는 것처럼 개 식용이 ‘산업’화 돼버린 이상 점진적 모델로는 종식이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사회적 논의기구가 단체 사이 갈등 해소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개 식용 문제의 본질인 동물학대는 뒤로 가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 식용의 본질은 개들이 식용을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는 동물학대 문제인데, 논의가 육견협회의 생계를 어디까지 보장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치우치다 보니 정작 동물학대는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생계 보장에 대한 논의는 결국 한도 끝도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참여 단체에 책임을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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