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전기 쇠꼬챙이로 푹” 여주 불법 개 도살장 또 적발

도살장 내·외부 10마리 긴급격리 조치...A씨, 도살 시인했지만 개 소유권 포기 안 해
警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입건 수사 중”

지난 8일 오후 11시께 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구출된 백구 한 마리가 철창에 갇혀 있다. 김정규기자

여주 ‘불법 개 도살장’ 또 적발

“도살 안 했다니까…키우려고 가져온 거야”

오는 16일 초복을 앞두고 여주시에서 지난해 8월에 이어 또 다시 불법 개 도살장이 적발됐다.

지난 8일 오후 11시께 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20여명이 문이 굳게 잠긴 개 도살장 앞에서 숨죽여 대기하고 있었다. 약 20분 뒤 도살장 앞으로 1.2t 트럭 한 대가 비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오다 이들을 발견하고 황급히 방향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차량은 활동가에 의해 둘러 쌓였고,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은 개 도살장 주인 A씨 부부로 확인됐다. 트럭에는 백구·황구 등 개 7마리가 몸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꾸깃꾸깃 철창에 ‘담겨’ 있었고, 차량 한 쪽에선 개들을 잡아 올릴 때 반항하지 못하도록 목을 거는 올무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대신파출소와 금사파출소 경찰관 4명도 현장에 도착했고, 이어 여주경찰서 강력팀도 출동했다. 경찰은 A씨 부부에게 도살장 내부를 확인해보자고 했지만, 이들은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도살 행위 자체를 부인하며 현행범으로 걸린 것도 아닌데 이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

카라 측은 며칠 전 이곳으로 끌려왔던 개들 사진, 핏물 사진 등 정황 증거를 제시하며 경찰을 설득했다. 하지만 경찰도 불법적으로 개들을 도살했던 현행범도 아닌 데다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강제로 사유지에 들어갈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렇게 의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카라 측과 이들 부부는 1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이어 여주시 동물보호팀에서 현장에 도착했고, 9일 오전 2시께 기나긴 설득 끝에 극적으로 여주시청 동물보호팀이 동물보호감시원 자격으로 해당 도살장 내부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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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대신면의 한 불법 개 도살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구조된 개들의 모습. 김정규기자

도살장 내부에선 전기 쇠꼬챙이가 발견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지인을 시켜 부랴부랴 도살 도구 등을 치웠다고 진술했다. 또 A씨는 결국 개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뒤 전기 쇠꼬챙이로 개들을 도살한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쇠꼬챙이로 감전시켜 개들을 죽이는 이른바 ‘전살법’은 대법원이 지난 2020년 4월 동물학대라 판결하며 “국제적으로 예를 찾을 수 없는 잔인한 도살법”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오전 6시께 여주시는 도살장 내부에 있던 개 3마리를 포함해 10마리의 개들에 대해 ‘피학대동물 긴급격리조치’를 단행했고, 이들은 여주시 산하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다. A씨 부부와 대치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A씨는 동물단체 성화에 못 이겨 개들을 내줬지만,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고 긴급격리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자신의 개들을 다시 데려간다는 입장이다. 여주시는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이들 부부를 계속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여주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개 도살장 주인 A씨를 입건, 수사에 착수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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