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아우성] 언제, 어디서나 항상 책과 함께 군포시

공원정류장시청 어디서나… 책읽는 군포 ‘시민의 품격’

인구 30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군포가 ‘책’을 매개로 어느 지자체보다 선명한 지역정체성과 경쟁력을 지닌 ‘작지만 강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나 특산물, 랜드마크 하나 없이 그저 서울의 위성도시 정도로만 알려졌던 군포는 이제 ‘군포’하면 ‘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이는 김윤주 군포시장이 지난 2010년 민선 5기 취임 이후 ‘책 읽는 군포’를 핵심 슬로건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총력을 기울여 책 읽기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책읽는군포실’이라는 전담부서를 시장 집무실 바로 옆에 설치하고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이를 통해 독서문화상 국무총리표창, 최우수도서관상 등을 수상하며 전국에서 ‘책 읽는 도시’의 리더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선 6기를 맞아 책 박물관과 실버도서관 건립,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 등 책 읽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군포에 이제는 많은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몰려오고 있다.

■2014군포의 책그림문답역사와 그림 함께 배운다

군포시민이 책 읽기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릴레이 독서운동’이다. 시민 매년 한 권의 책을 ‘군포의 책’으로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종수 작가의 ‘그림문답’을 선정해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군포의 책으로 선정되면 3천여 권의 책이 별도로 군포판으로 제작돼 시민사회단체, 학교, 직장, 동호회 등에 전달돼 릴레이 독서운동이 시작된다.

올해 군포의 책으로 선정된 ‘그림문답’은 조선 시대의 그림을 통해 당시의 역사와 문화적 상황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림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많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그림과 역사와 인문학이 결합한 책으로 그동안 3년째 소설을 선정한 시가 올해는 이례적으로 인문서를 선정한 이유다.

그림에 등장하는 단서들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만나고, 조선 선비들의 삶과 만날 수도 있는 ‘그림문답’은 시민들이 추천한 313권을 책선정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한 끝에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시는 군포의 책으로 독서 골든벨, 서평대회, 독서토론회, 작가와의 만남, 북콘서트 등 활발하게 이벤트도 펼친다. 오는 16일과 23일에도 당정근린공원과 묘향공원에서 각각 작가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또 이달 중에 2015년도 군포의 책 선정계획을 발표하고, 선정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방희범 책읽는군포실장은 “‘그림문답’은 6개 공공도서관과 30여개 작은도서관 등에 비치해 누구나 쉽게 읽게 할 것”이라며 “올해 릴레이 책 읽기는 민간 주도의 독서문화운동을 활성화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문학은 밥이 안 된다?…‘밥이 되는 인문학’ 강의 성황

시는 명사나 작가들을 초청, 강연회를 여는 ‘밥이 되는 인문학’도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밥이 되는 인문학’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오후 2시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정기 인문학 강의로 입소문이 나면서 군포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을 비롯해 김정운 교수, 유홍준 교수, 소설가 박범신, 이진경 교수, 혜민 스님, 김난도 교수, 황석영 작가, 최재천 교수 등 39명의 명사를 초청해 인문학 강의를 열었다. 이달에는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 다음달에는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가 군포를 방문한다.

또한 시는 지난해부터 직장인들이 오전 7시부터 8시30분까지 90분간 강의를 듣고 출근하는 조찬 인문대학을 열어 230여명이 참여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강사로는 고미숙, 신병주, 이수영, 이종수, 이정우 등이 참여했다.

현재 올해 하반기 인문대학 수강생을 모집 중이며 문성환 작가, 이주은 교수, 고병권 박사가 강사로 나서 문학, 역사, 철학분야를 심도 있게 다뤄줄 예정이다. 11월에는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라는 주제로 사주명리학 강의도 브런치 인문대학으로 준비하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아카데미 형식의 도서관 인문학 강의, 동 주민센터나 사회복지관,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인문학 교실도 운영한다.

■창작이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도시로

시민들을 위한 북 콘서트, 내 손에 책 들고 다니기 캠페인, 중고도서 나눔전 등도 지속해서 추진된다. 특히 봄철 철쭉축제와 더불어 시를 대표하는 축제로 가을에는 책 축제가 개최된다. 올해의 책 축제는 대한민국독서대전과 연계해 개최할 예정으로 행사, 체험 및 전시, 학술 및 토론 분야 등 320여개 부스가 설치될 예정인데 벌써 출판사 및 관련 단체·기관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역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지원시책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현재 중앙도서관에 작가 창작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는데, 8명의 작가가 입주해 글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작가들의 책도 도서관 전면에 배치하고 지속해서 문인을 우대하는 정책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시는 책 박물관도 만들 계획이다. 책 박물관은 산본동 일원 6천845㎡의 터에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시 예산 등 60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1년 뒤에 완공된다. 책 박물관에는 전 세계 책을 모아 전시한다. 또 훈민정음 등 책 관련 세계문화유산도 구경할 수 있게 꾸미고, 박물관 건립이 책 읽기 문화 확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야미 지역에 ‘책 읽는 마을’ 조성도 구상 중이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작가들이 군포에 살며 문화적 토양을 키워나가고, 우대받으며 편히 글 쓰는 여건을 만들 계획”이라며 “작가들이 보이지 않게 군포의 문화지도를 그리는 무형자원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책 읽는 군포의 창작촌 건립은 꼭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시민독서운동의 초석이 되도록 공직자 책 읽기 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책의 수도, 책 읽는 도시’

군포시는 정부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는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지로 선정돼 ‘대한민국 책의 수도, 책 읽는 도시’로 공식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9월26일부터 28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군포시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군포시 내 곳곳에서 열린다. 이 기간에는 올해 20번째를 맞는 독서문화의 시상식이 열리고 독서 관련 각종 대회와 전시회 등이 예정돼 있다. 시는 독서대전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이를 계기로 군포시민 모두가 책을 일상화하는 도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 부서 전 직원이 함께 ‘책’을 콘셉트로 한 170가지의 시책을 발굴해 업무의 시너지 효과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시는 경기도,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연계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전국에서 가장 독서환경이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앞으로 책읽어주는 택시, 책읽는병원, 책읽는은행, 책읽는미용실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군포=김성훈기자

 


노동자 출신 ‘4선’… 김윤주 군포시장

대한민국 ‘책의 수도’… 독서 르네상스 시대 연다

인구 28만명이 사는 군포시에는 공공도서관 6개, 작은 도서관 34개, 미니문고 37개, 북카페 6개 등의 하드웨어가 갖춰져 있으며 비치된 책의 수는 100만권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인구 대비 많은 책과 도서관들이 만들어지고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지독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지낸 김윤주라는 인물이 있다.

징검다리 4선을 성공한 김윤주 군포시장, 그는 노동자였다. 청년 시절과 중장년 시기 그에게는 벽돌공, 호떡 장수, 에어컨 제조공이란 이름표가 따라붙었다.

2014년 8월 현재 세상은 그를 노동자 출신 최장기 자치단체장, 초등학교 출신의 4선 시장, 정직한 정치인, 신뢰받는 행정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노동자라고 자처한다. 군포를 ‘대한민국 책의 수도, 책 1번지’로 만들려 노력하는 노동자이자 28만 군포시민을 조합원으로 둔 조합장이라는 것.

1948년 경북 예천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윤주.

어렸을 적 그에게는 권리보다 의무가 더 많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3년 만에 터진 6·25 전쟁은 그의 아버지에게 ‘상이용사’라는 꼬리표와 고통을 줬고, 그때부터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가세가 바닥에 닿았다.

어려운 집안 형편은 문중 종손 집안 장남인 그에게 남의 집 머슴살이까지 경험하게 했다.

이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네 팔자니까 받아들여라’란다. 하지만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밤에는 닥치는 대로 시와 소설을 읽던 그는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라는 다짐과 함께 스무 살 무렵, 친척이 운영하는 서울 벽돌 공장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그래서인지 벽돌공 생활은 짧았다. 젊음과 자신감이 무기였던 그는 독립을 꿈꾸며 호떡 장사, 건축현장 잡부, 편물 기술자 보조 등 여러 가지 일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1998년에 제2대 지방선거 출마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러나 ‘노동 운동의 연장’이라는 노조 참모진의 설득에 출마를 결심했다. 더 많은 어려운 사람을 도울 계기가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사람에게 표를 주면 안 된다’는 말의 비수도 난무했다. 그렇지만 군포시민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노동자 출신인 그를 민선 2기 군포시장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책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몸소 체득한 시장과 함께 군포시는 ‘책의 도시’로 출발을 시작했다.

군포=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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