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아우성] 만화·영화 산업의 메카 부천시

상상력 무궁무진한… 매력만점 ‘문화특별시’

어릴적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이나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심형래씨가 주인공으로 나온 ‘우뢰매’를 꼽는다.

평소에는 동네 바보형 같은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숨기다 악당과 맞서 싸울 때 초능력으로 악당을 무찌른다.

성인이 돼서 재미있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반지의 제왕’ 시리즈라고 말할 것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멜로나 코디미, 드라마처럼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다.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슬램덩크’라고 답할 것이다.

슬램덩크는 1990년대 당시 중ㆍ고등학생들에게 농구를 전도한 경전이었다. 나이키에서 출시한 에어조던 시리즈 농구화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모두가 농구코트에서 슛을 쏘며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외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판타지 영화와 만화를 좋아한다면 매년 여름마다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는 부천으로 가보자. 7월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8월에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 문화특별시 부천의 태동

문화특별시를 표방하는 부천에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즐비하다. 영화와 만화에서부터 오케스트라까지 문화 스펙트럼도 넓다. 하지만 부천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천과 서울 사이에 끼여있는 개성없는 위성도시에 불과했다.

사실 영화와 만화, 음악 등 문화 콘텐츠들이 부천의 오랜 지역적 특색이나 메카는 아니었다. 지방자치 시대가 본격화 되면서 부천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는 ‘살기 좋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천은 지역적 특색을 만들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도출된 테마가 바로 문화였다.

공업도시 이미지가 정착된 부천의 미래비전으로 문화도시를 표방하자 “잘 맞지 않는 옷처럼 부자연스럽고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실상부한 문화도시, 품격 높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문화 1번지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부천의 대표적인 문화축제이자 영화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있다. 두 가지 축제는 수도권의 작은 공업도시 부천을 문화특별시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문화산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고 장기적 관점과 결단이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앞으로 부천의 100년을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다른 도시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부천의 문화 아이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PiFan)

영화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으며 특화된 장르의 영화제가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PiFan)다.

1997년 첫 발을 내딛고 올해 18회째를 맞은 PiFan는 종합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2대 영화제로 자리를 잡았고 스페인 시체스영화제와 벨기에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와 함께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대 장르영화제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PiFan이 오늘날까지 걸어오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민선 1기 말의 시점에서 1회를 맞았다. 당시 부천은 처음 여는 국제영화제 행사에 의욕만 앞섰다. 영화제로 인한 재정손실에 IMF까지 겹치면서 PiFan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영화제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자 영화제를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은 바로 부천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을 주축으로 후원회 사업을 진행했던 것. 결국 지금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성장과 발전의 토대는 부천시민들이었다. 이처럼 PiFan은 부천시민의 애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부심도 높다.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 동안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슬로건은 ‘Yes Smile, Go PiFan!’이다.

판타스틱 영화제 특성상 호러 장르의 색이 짙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사랑, 환상, 모험’이라는 PiFan의 대 주제에 초점을 맞춰 40개국 215편의 다양한 판타스틱 장르영화를 선보였다.

올해 PiFan의 개막작은 독일 출신 막시밀리안 엘렌바인 감독의 ‘스테레오(STEREO)’로 이 영화는 과거의 고통은 돌이킬 수 없으나 인간은 반성과 각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폐막작은 ‘내 연애의 기억’으로 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에는 배우 송새벽씨와 강예원씨가 출연했으며 로맨스와 미스터리 호러를 영리하게 섞어 놓았는데 리듬은 좋고 타이밍은 기막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촉망받는 배우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 PiFan 홍보대사인 올해 PiFan 레이디에는 수상한 그녀(2014), 써니(2011) 등 영화와 나쁜 남자(2010), 태왕사신기(2007) 등의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연기로 촉망받는 배우 심은경씨를 선정했다.

■ 만화적 상상이 가득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문화도시 부천’을 이야기할 때 영화와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콘텐츠가 바로 ‘만화’이다. 그 이유는 부천이 제9의 예술로 지칭되는 ‘만화’에 관심을 가진 지 17년, 이제는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도시로 독보적인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라는 작은 몸짓으로 시작된 부천의 만화사랑은 이제 국내 최대 규모 만화 인프라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거듭났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새로운 만화 100년의 시작’ 이란 비전 아래 지난 2009년 9월 문을 연 ‘만화’ 만을 위한 공간이다.

이와 함께 부천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함께 자랑하는 것이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이다.

국내 유일의 전문 만화 콘텐츠 축제인 BiCof는 한국만화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매년 부천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난 1998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 17회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만화 전문 종사자와 대중이 만나는 종합 만화 페스티벌로 만화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부터는 축제기간 중 만화업계 관계자들에게 만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판매하는 국내 유일의 만화 전문 마켓인 ‘한국국제만화마켓’을 함께 개최해 만화 콘텐츠 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BiCof는 산업적 측면에서 국내ㆍ외 만화가 및 만화산업 관계자가 직접 작품을 홍보하고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는 교류와 비즈니스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만화인들의 참가 확대와 타국 만화행사와의 연계 등으로 괄목할 만한 수출 실적을 거두고 있어 아시아 대표 코믹콘으로 그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인기 만화, 캐릭터들이 모이는 문화행사로서 만화를 사랑하는 대중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 축제성격도 가지고 있다. 만화로 꿈꾸고, 만화로 교류하며, 만화로 풍요로워지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국내ㆍ외 만화인들과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 속에서 국내 최대 만화축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부천=윤승재기자

우수작품-투자자 연결… 인재 양성 앞장

■ NAFF와 PISAF를 아시나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기간 아시아 장르영화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 나프(Network of Asian Fantastic Films, NAFF)이다.

영화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이미 제작된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마켓’이고 또 하나는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마켓’이다.

PiFan에서 출범시킨 NAFF는 PiFan에서만 가능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장르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마켓으로 PiFan은 장르영화제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8년 출범해 올해 7회를 맞이한 NAFF의 ‘잇 프로젝트’는 매년 20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 우수작품을 시상하고 투자자와 연결해 제작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장르영화 제작지원과 교육, 네트워크의 장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장르영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NAFF의 영화제작 지원사업은 국내ㆍ외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지난해 21개국 141편, 올해는 24개국 156편이 접수돼 400회가 넘는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졌다.

지난해 PiFan 폐막작으로 선 보인 ‘더 테러라이브’는 2009년 발굴된 작품으로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은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애니메이터를 발굴하고 국제 애니메이션 흐름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전문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 만화, 애니메이션 교육의 목표와 방법, 평가 등을 통해 작품제작 및 발표, 상영, 학술활동 등을 함께하는 교육성 짙은 행사로 해마다 전 세계 대학생들이 제작하는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영상자료를 자료화하고 있다.

1999년부터 개최돼 올해 16회째를 맞은 PISAF는 국내외 다양한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제, 교육컨벤션, 전시 및 이벤트 등을 통해 젊은 애니메이션 작가의 발굴ㆍ양성ㆍ브랜딩을 지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전 세계 학생작품 애니메이션 공모전(Recommendation), 세계 애니메이션의 최신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 초청 상영(Trend), 개봉 예정인 국제적 작품 시사회(Notice), 국내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작품상영(Vision), 원로작가 작품 초청전(Memorial)으로 구분해 열린다.

또한, 동아시아 카툰ㆍ애니메이션 포럼과 10여 개국의 페스티벌간의 파트너십 시스템을 구축, 강화하기 위해 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국제네트워크(SAFIN) 등과 국제교류를 하며 미래 디지털 영상문화 산업을 선도할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다.

부천=윤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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