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별빛아래 재즈선율… 가평, 낭만에 물든다
그러던 이곳 자라섬이 이제는 전 세계 재즈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음악의 섬’으로 변신했다. 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반짝이는 밤하늘 별빛 아래 누워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에 흠뻑 젖어든다.
지난 2004년 처음 열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빚어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버려진 섬에서 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신화를 이뤄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가평은 매년 10월이면 재즈로 들썩이고 있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재즈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직접 만날 수 있고 그들이 들려주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함께 교감하는 감동적인 축제로 재즈광들에게 넉넉한 인심과 친절을 전해준다. 들리는가? 축제를 불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 벌써부터 가평 자라섬 일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소리가!!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출발
“핀란드 포리 재즈 페스티벌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자라섬에 재즈 페스티벌을 만들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공연장을 찾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 연속적으로 공연들을 엮어 ‘재즈 페스티벌’, ‘클래식 페스티벌’ 등의 이름을 가진 공연 기획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음악 ‘축제’라기 보다는 음악공연 ‘시리즈’에 가까웠다.
더구나 너른 공간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음악 축제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서구에서는 이미 클래식, 록, 재즈 등 특정 장르를 소재로 한 음악 페스티벌들의 역사가 길고 하나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던 때였다.
당시 재즈 공연 전문 기획자였던 인재진 현 자라섬재즈센터 대표는 대학로에서 딸기극장이라는 재즈 전용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재즈 기획자였기 때문에 해외 유명 페스티벌 및 국제 재즈 포럼에 참가할 기회들이 주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핀란드의 포리 재즈 페스티벌을 방문한 그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구 8만의 소규모 해안도시인 포리에서 매년 7월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면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쏟아진다는 점에서 자라섬 축제의 모델이 될 만한 축제였던 것이다.
인 대표는 2003년 한 문화 관련 강연에서 포리 재즈 페스티벌을 언급하며 재즈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비쳤다. 이 때 참석했던 가평군 직원들과의 만남으로 가평에 재즈 페스티벌이 유치되게 된다.
당시 가평은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지만,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인 대표는 일상과 분리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자라섬에 눈을 돌리게 된다. 북한강에 떠 있는 자라섬은 당시 가평주민 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다. 주인 없는 버려진 땅이었던 셈이다. 바로 옆 남이섬이 관광지로 자리 잡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가평군은 3억원의 예산을 투입, 드디어 2004년 9월 10일 제1회 축제의 막이 올랐다. 턱없이 적은 예산에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웠던 자라섬 재즈는 상당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자라섬 재즈는 1회부터 현재까지 재즈라는 특별한 장르를 고집하고 있다. 재즈는 스윙, 퓨전, 보사노바, 비밥, 월드뮤직 등 수많은 하위 카테고리로 나누어지며 모든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특이한 음악이다.
이렇듯 재즈의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수많은 음악을 국내에 소개하며 한국 음악 생태계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이 바로 자라섬 재즈의 역할이다. 그렇게 10년 세월이 흘렀고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축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는 자라섬을 넘어 가평 읍내로 축제 공간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2007년 열린 4회 이후부터는 가평 읍내의 장소로 무대를 추가해 나갔다. 비로소 지난해 10회 축제에서는 가평읍사무소 앞마당, 가평 구역사 앞마당에 큰 무대를 설치하고 각종 아티스트를 다수 초청해 성과를 거뒀다.
자라섬 재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마다 지정하는 우수 문화관광축제에서 매년 순위가 오르고 있다. 2008~2010년 유망축제, 2011~2013년 우수축제에 이어 드디어 올해 최우수축제로 지정됐다. 이제 11회를 맞는 어린 축제가 최우수축제로 지정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불어 자라섬 재즈는 친환경 공연 관람 캠페인에 앞장서 온 결과 3년 연속으로 환경부에서 지정하는 녹색생활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라섬 재즈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여가 문화를 만들어냈다. 바로 ‘음악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소풍 같은 축제’이다. 자라섬 재즈는 음악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지만,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재즈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제1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오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가평과 자라섬 일대에서 화려하게 열린다.
올해도 한정수량 800매가 지난 6월 오픈 직후 1분만에 매진되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이번 자라섬 재즈의 라인업은 1차 발표부터 압도적이었다. 먼저 쿠바 출신의 트럼페터 아르투로 산도발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10번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6번의 빌보드 어워드 수상, 1번의 에미 상이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그를 말해주고 있다 .산도발은 이번 자라섬 재즈의 무대를 밟으며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펼칠 것이다.
퓨전 재즈 팀 옐로우자켓 역시 재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밴드이다. 이들은 80년대 퓨전 재즈 전성기의 가장 대표적인 주자들이자, 현재까지도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불릴 정도로 연주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밴드로 유명하다. 또다른 퓨전 재즈 아티스트, 영국 출신의 기타리스트 앨런 홀스워스는 록과 재즈를 넘나들며, 미래지향적 개척자로 평가 받는다.
그의 아카데믹한 연주는 특히 기타연주자들로부터 ‘사부’라고 불릴 정도이다. 이번 내한은 퓨전 재즈의 명 연주자인 베이시스트 지미 하슬립과 드러머 게리 허스밴드가 함께 하는 스페셜 프로젝트다.
매년 자라섬 재즈에서 야심차게 선정하는 국가별 포커스는 올해 노르웨이를 집중 조명한다. 노르웨이는 북유럽 중에서도 특히 재즈가 강세인 국가로, 올해의 노르웨이 포커스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아티스트들로 이뤄져 있다. 즉 노르웨이가 낳은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은 모두 이번 자라섬 재즈를 방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밖에 이번 자라섬 재즈에는 쿠바의 또 하나의 전설인 색소포니스트 파키토 드리베라와 영화 ‘레옹’의 삽입곡인 ‘Shape Of My Heart’의 작곡 및 연주가인 도미닉 밀러도 관객들 앞에 나선다.
고창수ㆍ권혁준기자
“국내 첫 야외형 음악페스티벌… 가평과 함께 성장 뜻 깊어”
- 올해 11회 축제를 맞는 소감은
작년에 10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11회를 맞는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관객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함께 가평군민께서 도와준 덕분이다. 가평지역과 함께 성장하고자 했던 것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특별하고 멋진 축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친환경 축제로 알려져 있는데
자라섬이라는 축제의 배경 자체가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도록 개발된 섬이다. 이와 같은 배경을 토대로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환경부에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녹색생활 홍보대사로 선정했고, 이에 따라 매년 친환경 공연관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 권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매년 참여하는 협찬사들에게도 친환경에 동참을 권유해 다양한 에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센터가 가평지역의 인재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데
국내 재즈씬의 규모를 키우고 실력있는 이들을 지원하고 양성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우선 2007년부터 재즈 콩쿠르를 만들어 신진 재즈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있다. 또 작년부터 시작된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에서는 재즈를 막 시작한 젊은이들을 선발해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에게 합숙교육을 실시하는 등 어린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가평지역의 학생들에게 음악교육을 진행하는 자라섬재즈센터는 축제기간 외에도 연중 운영된다. 음악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린 시절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재즈센터에서 음악교육을 받은 학생이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고, 그래서 올해부터는 ‘자라섬 재즈 장학금’을 신설,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국내 최초의 야외형 음악 페스티벌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러가지 크고 작은 축제들이 많이 생겼다. 자라섬은 안주하지 않고 맏형으로서 새로운 것을 항상 시도하는 리더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잔디밭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맞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최고의 음악을 듣는 시간. 10월에는 가평으로 오시길 바란다.
고창수ㆍ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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