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2월, 따스한 봄기운을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을 스크린이 먼저 달랜다. 이미 개봉한 죄수 엄마와 갓 태어난 아들과의 찐한 모성애를 그린 영화 ‘하모니’와 전통음식인 ‘김치’를 소재로 어머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담아낸 영화 ‘식객: 김치전쟁’에 이어 다음달 4일 개봉할 영화 ‘의형제’(감독 장훈)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는 ‘쉬리’의 뒤를 이을 한국판 액션블록버스터물로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북녘에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남파한 공작원 지원(강동원)의 치밀한 심리적 대결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정과는 달리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고 부정(父情)의 심리를 따라가는 동선은 관객들의 감동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남파공작원 지원은 배신자를 처단하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동료와 함께 암살 작전에 나서지만,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규가 이끄는 국정원 요원에게 습격을 받는다.
하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닌 지원은 임무를 완수한 채 유유히 사라지고, 작전에 실패한 한규는 해고된다. 그러나 지원도 작전 계획을 누설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면서 조직으로부터 점점 외면받는다.
그로부터 6년 후, 해고된 한규는 흥신소를 운영하다가 우연히 지원의 도움을 받게 되고 둘은 첫눈에 상대를 알아보지만 서로의 정보를 빼내려고 신분을 숨긴다. 적인 줄만 알았던 두 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로서, 남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남과 북의 요원이지만 가족을 부양하거나 걱정해야 하는 두 남자의 안타까운 처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가족 같은 동료가 죽었어요. 하지만, 진짜 가족은 먹여 살려야 하잖아요”라는 극중 한규의 대사는 이런 분위기를 집약해 전한다. 가장의 어깨가 무겁다는 점에서 남과 북의 남자들은 다르지 않다.
여기에 남과 북의 대립,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 자본주의의 그늘 등 우리 사회의 황량한 풍경을 전한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송강호의 애드리브와 연기다. 송강호는 몸으로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물론, 맛깔스런 대사도 들려주고, 다채로운 표정도 보여준다.
여기에 영화 ‘전우치’로 평단의 호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강동원은 절도 있는 액션 연기와 과묵한 표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연 고창석의 코믹 연기도 무거운 주제에 한숨 놓을 수 있는 폭소를 자아낸다. 15세 이상 관람가.
/권소영기자 ks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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