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의 심리 안정을 위해 특별 휴가를 부여하는 ‘심리안정휴가’ 제도(이하 안정 휴가)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실사용 사례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휴가 사용이 트라우마를 앓는 것으로 비쳐 인사상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조직 분위기와 3일 이상 휴가 사용 시 심리 상태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구조가 맞물린 탓인데, 전문가들은 소방대원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 조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3년 안정 휴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 3월까지 휴가를 사용한 소방대원은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3년 ‘0명’으로 출발해 지난해 2명, 올해 들어 3개월간 19명이 사용했다. 안정휴가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경찰 공무원의 휴식, 심리 안정을 지원하고자 2023년 7월 도입됐다. 휴가는 해당 지역 소방서장, 경기도지사 등이 부여할 수 있으며 최대 4일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6월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지만 단 두명만 안정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사례 19건도 지난해 12월 ‘무안 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파견된 소방대원 중 일부로,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출동 대원 중에는 안정휴가 사용자가 없었다. 소방노조는 미진한 휴가 사용의 요인으로 안정 휴가 사용이 곧 심리적 트라우마 호소로 직결되는 조직 분위기를 지목한다. 박진규 전국공무원노조 경기소방지부 지부장은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알려지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돼 추후 승진이나 인사 발령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안정휴가 사용이 기피되는 게 현실”이라며 “3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려면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증빙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데,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직 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리·정신 문제는 빠른 해결이 중요하기에 안정휴가 제도는 시급히 활성화돼야 한다”며 “안정휴가가 인사상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조직이 제시하고, 내부에 전문가를 둬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소방청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소방대원은 지난해 기준 4천375명으로 집계됐고 3천141명은 자살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일반
박소민 기자
2025-04-2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