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교사에 욕하고 무고죄로 협박…학교가 무서워요

끝없이 추락하는 교권 “학생이 수업 중에 막욕을 해대니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2021년 1학기가 시작된 지 2달도 채 되지 않아 휴직했다. 한 학생이 자신에게 수업시간 마다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이며 욕설해서다. 시간이 갈수록 욕설의 정도는 심해졌다. 이런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욕설은 말리는 친구에게 향했고, 수업중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학생의 문제를 교권보호위원회에 알렸지만, 위원회가 심의 결과 내린 처분은 1호 조치인 ‘학교내 봉사’에 그쳤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결국 휴직을 선택했고 한동안 정신과치료를 받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 B씨는 지난해 오해를 한 학부모로부터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이 학부모는 B씨가 아동학대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협박을 했다. B씨는 “한 학부모가 어느 날 전화를 하더니 저를 아동학대 신고자로 몰아가며 욕설을 하고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수차례에 걸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협박의 강도는 더욱 커졌다. 교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막말을 하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아동학대로 신고한 이는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펜션에 묵었던 손님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B씨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할까 불안하다. 고등학교 교사인 C씨는 지난해 기억조차 하기 싫은 일을 겪었다. 1학기 초 교직원 화장실에 자신과 동료교사를 비방하는 이 학교 학생의 낙서가 발견됐다. 해당 낙서를 즉시 지웠지만, 다음날 또 다른 비방 낙서가 생겼다. 이 학생은 낙서를 하고 C씨가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C씨는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결국 지쳐서 병가를 낼 수 밖에 없었다”며 “낙서에서 언급한 다른 교사는 학교측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천 지역 교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책인 교권심의위원회가 유명무실하면서 교권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2021년 인천의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수업이 줄었는데도 72건에 달했다. 올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로 인해 발생하는 교권침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예전엔 교장 등 상급자로 인한 교권침해가 문제였다면 요즘은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욕설을 하는 학생은 기본이고, 윽박지르며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학부모 등 다양한 교권침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 ‘동네북 신세’… 교단이 두렵다 인천지역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심각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교사가 휴직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금언은 빛이 바랜 지 오래라는 푸념이 나온다. 7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권침해는 크게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위계에 의한 교권침해’ 등 3가지다. 특히 최근 10년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강화 등 관련 법제가 강화된 점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교권침해 피해 교사들은 교사의 훈육에 앙심을 품은 학부모 등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학교폭력으로 자녀가 신고를 당하면 보복성으로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생활기록부 내용으로 생활지도를 하면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교사의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당한 훈육도 학대로 신고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을 0~5점 척도로, 학생의 반성 정도·학생과 교원의 관계회복 정도는 0~3점 척도로 평가해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다. 피해교사와 가해학생을 분리할 수 있는 기간은 특별휴가 5일과 학교장 재량의 공무상 병가제도를 더해 최대 10일에 불과하다. 현행 교권심의위원회는 학생 인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치를 단계별로 적용해 학생에게 개선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교육당국의 취지다. 피해교사는 침해 학생에 대한 강한 조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가 휴직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이유다. 이에 교육당국이 교권침해 피해 교사에 대한 심리치료와 소송지원 등 보호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봉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사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보호 장치는 이것밖에 없어서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교권침해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학생도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제한하거나 조치를 할 때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민 시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는 “학생이 교육활동침해를 하더라도 본인의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있다. 가급적이면 학생을 안고 가겠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며 “한쪽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기 어렵다. 학생이 전학을 가더라도 거기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와 시교육청 등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교권침해가 전국적으로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엔 전년 대비 40% 수준인 1천197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2천269건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인천의 교권침해 신고 건수는 72건으로 집계됐다. 교육 당국은 올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교권침해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한다. 김수연기자

[심층취재] 효성구역 개발사업 시행사 주민 불법 강제퇴거 논란

인천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인 ㈜JK도시개발이 주민들의 보상여부 심사 요청을 묵살하는 등 불법으로 강제퇴거 절차를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인천시와 JK도시개발에 따르면 JK도시개발은 지난 2019년부터 계양구 효성동 100 일대의 43만 4천989㎡에 공동·단독주택 3천998가구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6천816억원, 준공 예정일은 2025년 12월이다. 당초 효성구역에 살고 있던 450가구 중 현재 강제철거·강제집행·협상 등을 거쳐 370가(82.2%)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고, 현재는 80가구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JK도시개발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을 위반한 채 주민들의 보상여부 심사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JK도시개발은 지난해 4월 효성구역의 주민 88가구로 부터 토지·건축물 보상권리 여부 심사를 위한 토지수용재결위원회 청구를 받고도 시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하지 않았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제30조 2항은 시행사가 주민들로부터 수용재결위 청구를 받으면 토지 등의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60일 이내에 해당 지자체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JK도시개발처럼 시행사가 시에 수용재결위를 신청하지 않으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이들 주민에게 지연 일수와 법정이율을 적용한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행사가 수용재결위 청구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신청하지 않는 것은 위법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히 주민들은 JK도시개발이 시에 수용재결위 개최 신청을 하지 않자 지난해부터 시에 수용재결위를 열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넣고 있다. 이런데도 시는 ‘JK도시개발로부터 수용재결위 신청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년이 넘게 수용 재결위를 열지 않고 있다. 효성구역 주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시에 민원을 넣으면 주민들을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아예 무시하고 있다”며 “수용재결위를 열려면 주민들이 직접 행정소송을 하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 5월 실시계획 인가 과정에서 ‘시행사가 주민과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사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JK도시개발과 시가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묵살하는 과정에서 수용재결위를 신청한 88가구 중 63가구는 이미 강제퇴거·강제집행을 당했다. 이에 대해 JK도시개발 관계자는 “이미 주민이 살고 있는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권리가 없는 무단점유자로 판단, 수용재결위를 올리지 않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사인간 문제이기 때문에 시행사에 수용재결위 신청을 지시하기 어려웠다”며 “현재 주민들의 피해를 인지한 만큼, 구제방법 및 행정심판 등의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효성구역 철거민 길바닥 신세...“돈 한푼도 못받고 쫓겨났다” “돈 한푼도 못 받고 쫓겨났습니다. 이젠 길바닥 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27일 오후 인천 계양구 효성동 계양산 아랫자락의 한 마을. 마을 입구부터 수십여채의 주택이 창문과 대문, 벽 등이 부서져 있다. 주택 안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어 악취를 내뿜는다. 30년 이상 인근에서 살았던 주민 A씨는 지난해 효성구역 도시개발사업 시행사인 ㈜JK도시개발로부터 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하고 강제집행 당했다. 지금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A씨는 “토지보상법에 의해 1989년 이전에 거주한 사람은 보상권리가 있다”며 “하지만 보상 여부에 대한 심사조차 받을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수개월째 살 곳을 찾지 못해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특히 이곳에 남아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수개월 전 마을에 들이닥친 철거용역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인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B씨는 “일부 주택을 강제철거 하겠다는 이유로 철거용역들이 마을 입구를 막아 주민들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며 “철거용역들이 주민들을 밀치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효성구역 내에는 모두 63가구의 주민들이 강제퇴거·집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각종 인권 피해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들의 호소에도 인천시는 인권 피해에 대한 시 차원의 제도나 노력은 전무하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서울지방변호사회 등과 함께 강제퇴거 등을 당하는 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코디네이터제도’ 등을 통해 주민과 시행사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사업 부서와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어 “면밀한 검토를 통해 문제가 있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를 막겠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좁디좁은 방 한 켠에… 매일 삶을 욱여넣다

도시에 빈곤이 숨어든다. 예전에 ‘쪽방촌’이 그랬듯이 이제는 고시원이 빈곤층의 종착지이다. 2010년 169곳이던 인천지역 고시원은 2021년 790곳으로 늘었다. 늘어난 고시원에는 이제 고시생 대신 독거노인, 건설 일용직과 노숙자 등 도시빈곤층이 찾아든다. 2013년 국민의 최저 주거권을 보장하는 ‘주거기본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빈곤층은 좁은 고시원에서 생을 마친다. 1명당 ‘최저주거기준’인 14㎡는 고시원 거주자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이들은 좁디좁은 방 한 켠에 삶을 욱여넣는다. 경기일보는 도시빈곤층인 그들의 최후 주거지, 고시원의 실상을 짚어보고 허울뿐인 주거기본법의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고시원은 IMF가 휩쓸고 간 2000년대 이후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 곳은 ‘고시생’ 대신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의 도시빈곤층이 가득하다. 고시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빈민층의 주거지로 전락한다. 25일 소방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고시원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5배 가까이 늘었다. 고시원이 늘어난 만큼 고시원과 여관의 ‘달방’과 같은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수 비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인천지역 ‘주택 외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 수는 2006년 1.7%에 불과했다가 2021년에는 7.1%로 4.2배 늘었다. 경실련이 지난 5월 발표한 지역내 ‘주택외 거처 거주 노인 가구수’는 2015년 2천371가구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3천457가구로 45% 가량 늘었다. 2010년대 들어 도시재생이나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으로 사라진 듯 보였던 쪽방촌이 장소만 옮겼을 뿐 여전히 고시원에 자리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 A고시원 4㎡ 남짓한 최순자씨(83·가명) 방에는 약 복용법이 적힌 ‘약 달력’이 걸려있다. 창문 하나 없는 방 안에서 최씨는 이불을 말아 침대로 쓴다. 베개는 철 지난 옷가지이다. 끼니로 보이는 과자 봉지와 우유곽이 침구 옆에 나뒹굴고 있다. 그는 지난 겨울 서구의 한 고시원에서 쫓겨나듯 이 곳으로 왔다. 정신질환과 치매를 함께 앓고 있는 탓이다. 홀몸인 최씨는 이 곳에서 생활관리사의 도움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병세가 심해 지면 언제 또 이 곳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A고시원 업주는 “최씨 할머니 같은 경우에는 자식도, 손자도 없으니 이 작은 방이 유일한 집이다”며 “지난 10여년간 고시생이 입주를 한 적은 1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보증금도 없고, 20~22만원 짜리 낡은 방에서 사는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거나 독거노인일 뿐이다”고 했다. 캄캄한 사람들, 웅크린 인생 고시원 사람들은 눈이 마주쳐도 인사가 없다. 대부분 ‘인생의 끝자락’에 혹은 ‘잠시 지낼 임시거처’ 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옆 방 문의 열고 닫는 소리와 TV 소리로 이웃의 생사를 확인한다. ■ 최후의 주거지, 그곳서 살아가는 이들 인천 계양구 A고시원에서 1년째 생활하는 김봉중씨(68·가명)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한 때 지역 곳곳을 누비며 건축현장을 다니던 그는 이제 막걸리 1병에 끼니를 때우고, 담배 1갑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3층 맨 끝에 있는 그의 방은 햇빛이 들지 않는, 제 역할을 잃은 작은 창문 하나가 유일하게 밖과 소통하는 창구다. 불과 지난해 겨울, 김씨는 칠흙같이 어두운 고시원 방에서 살던 친구 2명을 차례로 떠나보냈다. 그는 홀로 방 안에서 최후를 맞았을 친구들을 떠올리며 고시원을 “인생 마지막에 오는 곳”이라고 연거푸 되뇌었다. 김씨가 매달 22만원을 내고 사는 306호는 채 7㎡가 되지 않는 방이다. 그가 머무는 곳에는 모두 쓰다 버릴 것들 뿐이다. 간직하거나, 추억할 만한 것들은 없다. 기본 옵션인 10인치 TV와 고장난 라디오, 조그마한 냉장고, 책상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그에게 허락된 공간은 몸을 겨우 누일 정도다. 서구 B고시텔에 2년째 살고 있는 김기완씨(74·가명). 건설 일용직 일을 하던 그는 고시원에서 길거리로, 다시 고시원으로, 서울 영등포와 경기 부천 등을 떠돌며 살아왔다. 매달 손에 쥐는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로는 방값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아픈 몸을 누이기 위해 고시원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공간이 됐다. 그는 오랜 고시원 생활로 병을 얻었다고 했다. 좁은 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다 관절염이 왔다. 창문 조차 없는 좁은 방에서 지내다 보니 기관지도 성하지 않다. 냉장고 밑엔 그가 챙겨야 할 약봉지가 수북했다. 그는 방문을 닫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살기 위해서다. 창문이 없어 온몸을 조여오는 압박감을 이렇게라도 풀기 위해서다. 김씨는 “여름이면 복도 창문이나 방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마저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에어컨을 틀어도 방이 너무 많아 시원하지 않을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 ‘인간답게 살 권리’ 주거기본법은 유명무실... 최저주거기준 실효성 갖춰야 ‘주거기본법’에는 1인 가구가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기준을 14㎡ 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벌칙 조항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시원 대부분이 최저주거기준인 14㎡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4~5㎡ 수준이다. 인천시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시원 면적 리모델링을 권장하고 있으나, 업주들은 리모델링 강제성이 없는데다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기피하고 있다. 반면에 서울시는 모든 신설 고시원의 방 1칸당 최소면적기준을 7㎡이상 강제 적용토록 건축조례를 개정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고시원은 화재에 취약할 뿐 아니라 건강한 삶으로부터도 떨어져 있다”며 “주거기본법에 제재방안이 없는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초 공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국과 미국은 공급부터 최소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허가를 내지 않는 형태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최저주거기준을 정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하는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뉴스초점] ‘서류’ 있어야 자식... 위탁부모들의 설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위탁부모 증명서. 가까운 곳을 외출할 때, 해외 여행을 갈 때, 병원에 진료를 받을 때 권경수(64)·김숙(59)씨 가족이 챙겨야 할 것들이다. 언제, 어디에서 위탁부모라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군포에 사는 이들 부부는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태진이(7·가명)와 해진이(4·가명)를 위탁해 키우고 있다. 베이비 박스에 남겨진 태진이와 친부모에게 방임 학대된 해진이를 시설에 남겨두는 것이 눈에 밟혀 품으로 데리고 왔다.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지만 위탁부모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먼 훗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만들려 했던 통장과 계좌는 개설할 수 없고, 해외에 여행을 갈 때도 일회용 여권을 발급할 수밖에 없다. 김숙씨는 “어디를 가든 많은 서류로 끊임 없이 내가 아이들의 위탁부모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며 “늘 서류를 내밀 때 마다 아이들에게 ‘남’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에 상처가 되진 않을까 속상하고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 어려움은 더욱 컸다. 지난 2월 어린이집에서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던 해진이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씨는 아이에게 해열제 한 번 먹일 수 없었다. “친부모가 아니기에 병원 규칙에 따라 처방을 할 수 없다”고 병원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김숙씨는 “아이의 보호자가 나인데 위급한 상황에서 조차 서류로 위탁 부모임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며 “위탁 부모라고 서류로 증명하는 것이 정말 위탁 아동을 보호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털어놨다. 가정위탁 가족이 위탁아동의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위탁 부모’라는 법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사망, 질병, 학대, 수감 등으로 아동이 친가정에서 보호받을 수 없을 때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동복지서비스다. 일정기간 보호를 마친 후 친가정으로 복귀하거나, 자립할 때 까지 위탁가정에서 지내기도 한다. 현재 위탁부모들은 법정 대리인이 아닌 ‘동거인’으로 분류된다. 법정 대리인인 ‘후견인’ 제도가 있지만 인정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며 위탁아동의 친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쉽지 않다. 성남에서 여덟 살 윤수(가명)을 위탁 중인 박영진씨(45)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박씨는 지난 2017년 아동보호시설에서 자신을 잘 따르던 윤수와 떨어질 수 없어 가족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제약은 늘 뒤따랐다. 아이의 수술을 위한 의사 소견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박씨는 “아이가 병원에 꾸준히 가야하지만 친 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견서를 받을 수 없었다”며 “위탁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탁가정의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위탁 부모의 설움 : “위탁 아동 행복한 삶 위해... 후견인 제도 개선 시급” 가정위탁제도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도록 지난 2003년 국내에 도입됐다. 2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남·북부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도내 가정위탁 가구는 올해 4월 기준 1천399가구로 위탁아동은 1천704명이다. 최근 5년 가정위탁 현황을 보면 2017년 1천734가구·2천161명, 2018년 1천642가구·2천31명, 2019년 1천557가구·1천928명, 2020년 1천474가구·1천833명, 2021년 1천459가구·1천787명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지난 2020년부터 가정위탁이 다소 감소했지만 도내 가정위탁 수는 해마다 1천가구를 웃돌고 있다. 위탁 아동이 위탁 가정에 보내지는 경우는 다양하다. 친부모의 학대나 가난, 이혼, 사망 등 다양한 사정으로 보호가 필요한 경우 일반 가정에서 지내게 된다. 특히,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불안함 등을 느끼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같은 가정위탁 보호대상에게 △국민기초수급세대책정 △아동용품구입비 50만원(1회) △양육보조금 40만원(월) △상해보험 △심리치료비지원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 주택지원 등의 지원을 한다. 정부는 보호대상 아동 중 현재 25% 수준인 가정위탁 보호율을 오는 2024년까지 37%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호 아동이 시설에서 성장하기 보다는 일반 가정에서 건강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가정위탁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다. 위탁부모들은 기본적인 지원 외에 계좌 개설 및 휴대전화 개통, 수술, 입원 등 상황에 따라 위탁부모에게 후견인의 권한을 부여해 아동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남부가정위탁 관계자는 “사실상 가정위탁 부모들은 법정 후견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아동들에게 기본적인 지원이나 보호를 해줄 수 없어 오래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위탁가정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현실적인 상황에 맞는 제도와 가정위탁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담은 제도 개선을 통해 위탁아동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진기자

가족 상봉했지만, 몰도바에 발 묶인 '고려인 동포' 빌리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난길에 오른 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난 고려인 동포(경기일보 3월30일자 1·3면)와 출국 닷새 만에 연락이 닿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방법이 마땅치 않아 발이 묶인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25일 밤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한 고려인 동포 최 빌리안(33·우크라이나)은 전날 저녁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 측에 몰도바 도착 소식을 알려왔다. 가족과 무사히 상봉한 그는 아내, 어린 아들딸과 함께 활짝 미소지으며 찍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거취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고려인 동포의 형제자매, 조부모까지 가족 초청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혼 가정인 빌리안의 경우 아내의 아들이 빌리안의 자녀로 정식 입양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입국대상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몰도바에서도 우크라이나 대사관 시스템이 마비된 터라 ‘종전 이후에나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선 여전히 포성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종전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빌리안과 그 가족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몰도바에 발이 묶여 버렸다. 빌리안은 현지 구호단체를 통해 일정 비용을 내고 임시 거처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얼마 되지 않는 수중의 돈마저 떨어지고 나면 빌리안과 가족들은 갈 곳마저 사라진다. 비단 빌리안뿐 아니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또는 그 인접 국가로 떠난 동포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전해진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약없이 집을 떠나 전쟁 난민이 된 동포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위험하겠느냐”며 “외교부는 신속한 여행증명서 발급을 비롯해 동포들을 구할 방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천만불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국내 우크라이나인 3천800명에 대해 체류를 연장하는 특별조치를 결정했지만, 난민 수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사태가 길어지자 법조계도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정부의 현행 조치는 부족하다”며 “한국은 2012년 아시아 최초로 유엔난민협약을 이행하고자 난민법까지 제정한 국가로,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특별 기여자로 받아들였듯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과 보호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상황은 전날 5차 평화협상으로 양국의 긴장 해결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다시 갈등 국면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등에 배치된 군을 재편성, 다음 작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며 우크라이나는 완전한 군 철수의 선행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뉴스초점] 우크라이나 사태, 우리 동포들이 전쟁 속에 남겨졌다

#1. "가족이 남아 있어요" 우크라이나 포화 속으로 떠난 빌리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에 사는 수많은 고려인도 고국에 남은 가족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 군 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선 건 지난달 24일. 안산시 상록구에 거주 중인 고려인 최 빌리안(33)은 그날 걸려 온 다급한 전화를 잊을 수 없다. 수화기 너머 떨리는 목소리의 아내는 “폭발소리가 들리고 유리창까지 흔들린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으로 새벽 4시30분께였다. 빌리안은 군 부대의 훈련일 것이라며 아내를 진정시켰지만, 뉴스 속보를 확인한 뒤로 더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난해 방문취업(H-2) 비자로 입국한 그는 공장에서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던 중이었다. 삶의 이유였던 소중한 아내와 어린 아들, 딸이 전쟁의 한복판에 남겨진 것이다. 빌리안은 본래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으로, 옛 소련지역에 사는 우리 민족이다. 그는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로 이사하면서 국적을 변경했고, 이후 네 살 연상의 우크라이나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수백㎞ 너머에서 떨고 있을 아들은 올해 열 셋, 딸은 고작 다섯 살의 소녀다. 빌리안은 가족들을 구해줄 기사를 어렵사리 구했지만, 길을 나선 아내와 아이들의 100m 곁에 포탄이 떨어지며 생사를 오가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빌리안은 돈을 들여서라도 다시 기사를 구했고, 전쟁 열흘 만인 이달 5일 가까스로 가족들을 몰도바까지 피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줄곧 어두운 표정이던 빌리안의 낯빛은 가족의 이야기를 할 때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현지에선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 모두 같은 민족으로 여기는데, 서로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져 가슴이 아프다”며 “무엇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를 도울 수 없는 이 순간이 가장 두렵고 괴롭다”고 털어놨다. 지난 25일 취재진과 마지막 인터뷰를 마친 빌리안은 그날 밤 가족을 구하기 위해 터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터키에 내려 루마니아로 이동한 뒤 다시 몰도바까지 가는 경로다. 문제는 대사관 시스템이 붕괴된 탓에 여권이 없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고려인 동포들을 돕고 있는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빌리안에게 연락 방법을 신신당부했다. 빌리안은 이르면 지난 28일 새벽 터키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몰도바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아직 그에게서 온 연락도 없는 상황이다. 출국을 앞두고 아내와 아이들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빌리안은 끝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시민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게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마찬가지”라며 “더 이상 전쟁으로 다치거나 상처받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양측 지도자의 대립을 멈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2. '우크라이나 난민 400만 육박' 고려인 동포 위해 정부 나서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 난민이 4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산치가 나왔다. 해당 지역에 고려인 동포들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기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난민은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0년 넘게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현재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만 약 230만명을 수용했으며 루마니아에서 60만명, 미국 또한 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재외동포법상 한민족인 고려인에 대해서는 입국 자격이 완화돼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적에 대해서는 장기체류자의 가족 등으로 조건을 제한해둔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 29일 외교부와의 협의를 통해 형제자매와 조부모까지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인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빌리안(33)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빌리안은 고려인이자 우크라이나 국적이지만, 아내는 동포가 아니라 온전한 우크라이나 사람이다. 특히 두 사람은 재혼 가정인 탓에 아내의 자녀는 빌리안의 가족으로 호적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현지 대사관 시스템이 붕괴돼 여행증명서 발급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움직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지에선 공습으로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챙기지 못한 다수의 피난민이 입국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해 긴급입국허가를 해줄 수 있는데도 까다로운 조건을 계속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0명이며, 빌리안처럼 여러 고려인 동포들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직접 출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체류 우크라이나인은 지난달 말 기준 전국 2천351명으로, 경기도에만 918명이 거주한다. 특히 안산시(477명)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현지에선 여권을 만들려고 해도 대사관이 마비돼서 발급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현행 법 체계에서 여행증명서를 신속하게 발급해줄 수 있는 외교부가 전쟁터에 남겨진 동포들을 위해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입국길이 열린다 해도 피난길에 오른 동포들은 당장 머물 곳조차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숙소 문제를 비롯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내려 각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는 지원 방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전 이후 30일까지 200명 정도의 난민들이 입국했다”며 “이들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은 90일 이하로 체류할 수 있는 단기 사증을 발급받았으며, 현지 정세가 안정화 될 때까지 비자 만료 후에도 인도적 특별체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뉴스초점] 노인학대 매년 2천건 이상… 피멍드는 황혼

#1. 수원 소재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퇴원 수속을 밟고자 해당 요양병원을 찾은 A씨. 그가 마주한 아버지의 몸은 각질로 뒤덮이고 살갗이 갈라져 피딱지가 잔뜩 맺힌 모습(경기일보 1월18일자 1면)이었다. 이를 방임이라고 항의한 A씨에게 돌아온 것은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의료 과실은 없다”라는 요양병원 측의 책임 회피 답변뿐이었다. #2. 지난해 1월 의정부경전철에서 10대 남학생이 70대 여성 노인의 목을 조르고 넘어뜨리는 등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에 확산돼 공분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인 노인을 공공장소에서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광경은 고령화가 가속 중인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경찰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남학생들에게 폭행보다 처벌이 무거운 노인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경기지역에서 매년 2천건이 넘는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도내 인프라는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내 노인학대 신고는 해마다 수백건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 2천445건, 2020년 2천592건, 지난해 2천884건 등으로 집계됐다. 불과 3년 만에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17.9% 증가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도내에서 늘어난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인 13.9%보다 약 4.0%p 높은 수치다. 도내 고령인구는 2019년 165만1천341명, 2020년 177만5천315명, 지난해 188만1천464명 등으로 조사됐다. 도의 경우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노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고령인구 증가세보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돼 도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학대 사례로 확인된 건수도 2019년 914건→2020년 1천192건→지난해 1천441건 등으로 같은 기간 57.6%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신고 건수 중 학대 사례 비율도 37.4%→45.9%→49.9% 등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도내 노인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도는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지역에서 총 5개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운영 중이다. 이들 기관은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해 상담·법률·의료 등 서비스 제공과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 및 파견,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에서 활동하는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는 15명에 불과하고,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의 입소 인원도 10명(경기서부 5명·경기북부 5명)에 그치고 있다. 노인학대와 관련해 연간 2천여건에 달하는 신고와 급증하고 있는 학대 사례 등에 신속·적절히 대응하기에는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기지역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어서 노인학대 신고 등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매년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경기남부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추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 매년 2천건 이상 재학대 사례 10% 육박…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 해마다 경기지역의 노인학대 신고와 학대 사례가 지속적인 증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재학대’와 ‘치매노인 대상 학대’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노인학대 중 10%가량이 재학대 사례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학대 대상이 치매노인인 비중은 약 25%에 달했다. 이에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노인학대 사례를 세분화해 관리하는 등 맞춤형 대책의 수립 및 추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벗어나기 어려운 ‘재학대’의 그늘 재학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돼 처리가 완료된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해 신고 접수가 이뤄진 것을 뜻한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재학대 사례 건수는 614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 6천259건 가운데 약 9.8%의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의 재학대 건수는 120건으로 도내 전체 노인학대 사례(1천192건) 중 10.1%가량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재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정서적 학대’가 4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적 학대’ 43.2%, ‘방임’ 4.4%, ‘경제적 학대’ 3.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어 재학대 사례의 발생 장소를 보면 97.6%가 ‘가정 내 학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를 받아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생활시설’ 9.1%, ‘이용시설’ 1.6%, ‘병원’ 0.6% 등에서도 재학대 사례가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0.7%의 재학대 발생 비율을 보였다. 더욱이 재학대의 경우 학대지속기간이 장기간인 사례가 많았다. 학대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가 44.1%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1년 이상~5년 미만’ 36.2%, ‘1개월 이상~1년 미만’ 12.4%, ‘일회성’ 5.0% 등으로 집계됐다. 학대지속기간이 연 단위가 넘어가는 경우가 80.3%에 달하는 셈이다. ■ 망각이란 핑계 속 이뤄지는 가해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 사례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20년 국내의 전체 노인학대 사례 중 24.5%가량(1천535건)이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같은 기간 도내 치매 노인학대 비율도 약 26.8%(132건)로 나타났다. 치매노인 사례의 경우 학대행위자가 ‘친족’인 경우가 5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이 치매노인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39.1%로 뒤를 이었다. 치매노인과 큰 접점이 없는 ‘타인’에 의한 학대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치매노인 대상 학대를 유형별로 보면 ‘신체적 학대’가 30.0%로 가장 높아, 재학대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다음으로 ‘정서적 학대’ 27.6%, ‘방임’ 23.7% 등 순으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재학대 사례와 마찬가지로 치매노인 대상 학대 역시 ‘가정 내 학대’가 64.1%로 가장 많았다. ‘생활시설’이 29.3%, ‘이용시설’ 2.5%, ‘병원’ 1.8% 등이 뒤를 이었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한남대 명예교수)은 이 같은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의 노인학대 사례를 체계적으로 세분화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대를 받는 노인이나 학대행위자 모두 지금 자신의 행동이 노인학대 사례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교육과 홍보를 적극 펼쳐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연령대와 인구 비율 등이 다른 것을 고려해 지역별 노인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세분화해 맞춤 대응하는 노력도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태병기자

[뉴스초점] 2030년까지 축산 온실가스 30% 줄인다…경기도 축산 농가, "죽으라는 것"

지금같은 상황에선 축산업계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정부가 농축산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지역 축산 농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료값과 인건비 폭증, 가축 전염병 확산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축산업계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발표, 2030년까지 축산분야 온실가스 30%(120만t)를 감축할 계획이다. 반추(되새김)동물의 장내 발효환경 개선을 통한 메탄 발생 저감과 가축분뇨 적정 처리를 통한 메탄 및 아산화질소 감축이 골자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저메탄 사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이르면 올해부터 저메탄저단백 사료 개발보급 확산, 사육기간 단축적정 사육밀도 관리 등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도내 축산 농가들은 이에 따른 실효성 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축산업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극히 일부를 차지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2018년 기준 국내 산업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7억2천760만t) 중 축산분야에서 발생된 온실가스는 1.3%(940만t)에 불과하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치를 높게 잡으면서, 농민들의 비용 부담 증가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안성에서 270두 규모의 한우 농가를 운영 중인 김성범씨(60가명)는 탄소 중립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농가의 운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과 용인에서 돼지 3천마리를 키우는 서정용 대한한돈협회 이사장은 사육기간 단축과 사육밀도 관리 등은 결국 생산성 감소로 직결되고 농민들은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소비자가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농축산분야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과도하고,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진단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산분야 전문가는 에너지 연료 부분이나 분뇨 처리 부분 등에서는 기술적인 접근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겠지만, 사육 과정에서까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제언했다. 또 축산분야 온실가스 30% 감축이라는 목표 자체도 현실성이 없어 목표량 달성을 위해 결국 사육 마릿수 감축 등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산분야의 탄소배출 비율이 높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나,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 후 마련된 계획이라면서 비용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지원책을 별도로 마련해 농민들의 부담이 늘지 않는 방안들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한수진기자

[뉴스초점] GTX 대선공약 타고, 집값 다시 '들썩'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하락세로 접어들던 경기지역 아파트값이 대선 후보들의 광역 교통망 개발 공약으로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GTX 호재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만큼 이 같은 공약들이 경기도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대선 후보들의 공약 등을 종합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파주 운정에서 동탄을 잇는 GTX-A 노선과 고양 덕정에서 수원까지 이어지는 GTX-C 노선을 평택까지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GTX ABC 노선을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GTX 플러스 프로젝트 공약을 제시했다. GTX-A 노선의 경우 동탄~평택 연장을 추진하고 GTX-C 노선의 북부는 동두천까지, 남부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일시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관련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양 후보의 공약에서 언급된 평택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3일 0.04를 기록한 뒤 10일 0.14까지 반등,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보합세로 전환됐던 파주에서도 GTX-A 노선의 연장 계획 발표로 최근 3주간 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경기지역에서 집값이 하락하는 곳이 늘고 있는 흐름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들에서는 공약 발표 이후 가격이 상승해 매매가 체결되고 있는데, 특히 매물이 적은 중대형 평수 위주로 상승세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평택에서는 평택용이푸르지오2차 전용 129㎡가 지난달 18일 5억2천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파주에서는 약 1년 반 사이 매매가격이 2배 가깝게 상승한 거래가 확인됐다. 지난 2020년 8월 7억475만원(20층)에 거래됐던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 109㎡는 지난달 24일 15억2천500만원에 매매가 체결됐다. 현재 등록된 8건의 매물도 15억~18억원 사이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의 GTX 공약 등으로 일부 매물들의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1년 반 동안 거래가 없던 109㎡ 매물도 GTX 호재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각종 개발 계획이 담긴 대선 공약이 집값 안정화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과거에도 대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공약으로 집값이 상승했던 경우가 많았다면서 집값 안정화에 있어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도 대선 후보들의 GTX 공약을 두고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월 들어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선거 과정에서의 대규모 개발 공약에 영향을 받는 조짐도 있다며 정부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특이동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수진기자

[뉴스초점] 모든 책임 경영자에… 중대재해법 산업현장 ‘혼란’

#지난달 1일 안양시의 한 전기·통신관로 매설 현장에서 작업자 3명이 중장비 기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 8층에서 창틀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숨졌다. 두 사고 모두 최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다. 현행법대로라면 현장 책임자 등은 형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집행유예 및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또 사업주도 안전보건조치 준수 여부에 따라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위반행위자는 아니어서 형사 처벌은 피할 확률이 높다. 만약 이 같은 사고가 오는 27일 이후에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장 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은 같지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규정이 모호하고, 면책 요건이 없어 기업의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 같은 법 시행을 앞두고 반발하고 있다.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법령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칫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처벌에 대한 예측이 불가하고, 판례가 쌓이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견ㆍ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도 큰 고충이다. 안전관리를 담당할 직원을 채용하고, 전담 조직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원청이 협력사에 대해서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에 안전체계 프로그램 등을 구축하고 있지만 전국에 수십, 수백개의 현장이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사고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더욱이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면책 규정이 없어 사업주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존폐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대비해 중견기업은 오너 경영인들이 법적 책임이 따르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각자 대표 체제를 통해 최고안전보건책임자 등의 자리를 만들어 책임지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중이다. 김동환 노무그룹 지노 노무사(건협 경기도회 자문위원)는 “법 취지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인데 관리 목적보다는 처벌하기 위한 법으로 인식돼 기업의 반감이 큰 상황”이라며 “특히 사업주가 의무를 다해도 면책 조항이 없다 보니 기업의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현장 혼란 법령 모호해 ‘고무줄 잣대’ 위험… 악법 전락 우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파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중대재해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도 발생하지만, 사고 시 어떤 노력을 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경영책임자 등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의무 등이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크다는 것도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업계는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겠다는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동감하면서도, 법안이 처벌에만 치중돼 안전 관리를 저해하는 악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인 부주의도 경영책임자 탓…안전 우선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중대재해가 개인의 부주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데도 책임을 모두 경영책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업계의 가장 큰 불만이다. 안전을 우선시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10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기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중대재해법 및 산업안전 관련 중소기업 의견 조사(2021년)’에서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근로자의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가 75.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작업 매뉴얼 부재’(9.0%), ‘전문 관리인력 부족’(8.2%) 등이 뒤를 이었고 ‘대표(경영책임자)의 인식 부족’은 1.2%에 불과했다. 정작 사업주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는 극히 소수인 셈이다. 아울러 안전보건 관리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지침 불이행 등 근로자 작업 통제ㆍ관리’가 42.8%로 가장 높았으며, ‘잦은 이직에 따른 근로자의 업무 숙련도 부족’(21.6%), ‘법규상 안전의무사항 숙지의 어려움’(15.4%), ‘안전관리 비용 부담 심화’(12.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는 또 다른 안전사고의 원인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짧은 공사기간과 예산 문제를 꼽았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 등 추가 비용으로 직결되지만,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고 공사비를 추가적으로 지급하려는 발주자는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보다 ‘안전’을 우선할 수 있다는 제도적인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원의 A 건설업체 대표는 “안전에 위해가 있어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발주자가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이런 부담 탓에 소규모 업체들은 작업장에서 위험 요인이 발견되더라도 작업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이드라인 배포했지만…‘혼란 가중’ 애매모호한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가이드라인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초 제정되면서부터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경영책임자의 관리범위를 벗어난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부과하고, 어느 범위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꾸준히 이 같은 내용에 대한 보완입법을 요구해 왔지만, 입법 과정에선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법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 관련 해설서’를 배포했지만, 업계의 혼란은 여전하다. 일례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해당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경우 하청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지, 하청을 받은 사업자가 재하청을 줬을 경우에는 책임범위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모호하다. 이외에도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이 구체적이지 않아 기업이 어떤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등 명확한 제시가 없어 차후 법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포괄적인 조항이 많다. ■경기도, “아직 관련계획 수립 못해” 경기도는 법령 시행일이 10일 가량 밖에 남지않은 최근까지 ‘중대재해 예방 기본계획’ 수립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법령 자체가 모호한 만큼 계획 수립에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는 지난달 16일 ‘중대재해 예방 추진사항 점검 회의’를 통해 노동국 중대산업재해 예방 TF에서 소속 사업장별 유해 위험요인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중대산업재해 예방 기본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필요한 조직과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당초 회의에서는 이달 초까지 기본계획과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 계획은 내부적으로 수립하는 중이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까지 확정해서 시ㆍ군과 기업에 안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뿌리,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느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내용의 법안이다. 우선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국내 중대재해처벌법과 취지는 같으나, 단체의 과실 유무에 대한 형사책임을 부과하며 추가적인 손해배상이나 도급인과 수급인의 의무를 동일시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규정으로 사망사고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도 있다. 경영책임자 등 개인에 대한 처벌은 규정하지 않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과는 다른 부분이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보호 대상의 사망 또는 상해에 대해 개인과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고 있지만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사고에 한정해 법인에 대한 처벌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더욱이 영국의 기업과실처벌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기업과실치사법 도입 이후 영국 건설업계의 10만명당 사망비율은 2008년 2.04에서 2017년 1.60으로 연평균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이 제정되기 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는 연평균 2.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해예방기준은 선진국을 크게 밑도는 반면, 제재는 선진국의 수준을 훨씬 크게 넘어선다”며 “산업안전보건수준이 낮은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제재 수준 강화에만 집중된 법 제정과 같은 접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중대재해 감소에 기여하는 순기능은 하지 못하고, 중소기업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자에게 과잉처벌이 집중되는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완식ㆍ한수진기자

[뉴스초점] “노동자 건강 위협… 작업복 가정세탁 그만”

작업복에 묻은 유해물질을 세척할 수 있는 전문 세탁시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27일 안산 반월시화공단에서 만난 박진호씨(가명)는 어린 두 자녀가 자신이 집으로 가져온 작업복에 묻은 유해물질로 건강을 상할까 전전긍긍한다. 그는 쇳가루, 황산, 분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이 가득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노동자다. 박씨는 공장에 작업복을 세탁할 전문 세탁소가 없어 작업복을 집에서 세탁했다. 박씨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 작업복에 붙는 쇳가루와 분진,장갑에 스며드는 황산 등 화학물질이 가득한 작업복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세탁했다면서 부인, 어린 두 아이의 일상복과 분리해 작업복을 빨고는 있지만, 세탁기를 매개로 유해물질이 부인과 아이에 전달돼 건강을 해칠까 불안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반월시화공단에서 30여년 동안 의자 부품을 만들어온 김성진씨(가명) 역시 금속 가공 작업 중 흩날리는 쇳가루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집에 가져와 빤다. 과거 회사에 세탁소 설치 또는 전문세탁업체 위탁을 요구한 적도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작업복과 따로 세탁하는 그의 일상복에는 종종 세탁기로 들어간 쇳가루와 물이 닿아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녹물 자국이 배어 있다. 문제는 오염된 작업복을 가정에서 세탁할 시, 자칫 노동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순천향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를 보면 석면노출 피해자 411명 중 189명(46%)이 직업과 무관한 경로로 악성중피종을 얻었으며, 이 가운데 17명은 석면 취급 노동자 가족으로 파악됐다. 김성학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안전보건 부장은 노사가 협의를 통해 세탁업소와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세탁업무를 처리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는 달리 영세중소사업장에서는 이러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며 유해물질이 묻은 작업복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작업복 가정 세탁 노동자 건강 위협 노동자 건강권 보장 도의회, 공동세탁소 설치 팔 걷어 경기도의회가 작업복에 묻은 유해물질로부터 가족을 지켜달라고 절규하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각종 유해물질로 오염된 작업복을 집에서 세탁해야 하는 영세중소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경기도가 작업복 공동세탁소를 설치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안에 규정한 것이다. 27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이달 열린 제356회 정례회 5차 본회의에서 이은주 경제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화성6)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노동자작업복 세탁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의결하고 집행부에 의결의안을 이송했다. 해당 조례안은 도내 중소영세기업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작업 공동세탁소 설치를 지원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활안정을 도모하고자 제정됐다. 제조, 정비, 건설 분야 등 분야에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작업복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잦은 세탁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영세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기본권을 보장받기 쉽지 않았다. 이에 이은주 위원장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노동자작업복 세탁소를 설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도는 세탁소의 수요 및 운영, 성별 현황을 포함한 실태조사에 나설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군 및 관련 기업단체에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 완료 시, 수요예측에 따라 지역별 또는 산업단지별로 공동세탁소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작업복 세탁소에서는 작업복의 수거, 세탁, 건조, 배송 등 기본적인 세탁시스템은 물론 수선까지 가능하도록 규정, 노동자가 일체의 부가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어 노동자의 편리성도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례안에는 세탁소관리운영을 위한 사무를, 설치 목적에 적합한 단체에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과 시군에서 세탁소의 설치운영 및 시설 확충, 실내환경개선, 세탁소 내 노동자 편의시설 설치 사업을 시행할 경우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은주 위원장은 별도의 세탁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일상적 보건안전을 보장하고자 이번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며 이번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노동단체, 전문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간담회 등 추가 논의를 진행해 노동자작업복 세탁소가 빠른 시기에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희기자

[뉴스초점] 무주택자 선택지 없다… 울며 겨자먹기 ‘월세시대’

“월세 안 낀 매물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15일 광교지역의 한 아파트. 일대에서도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이곳의 한 부동산에서 ‘요즘 전세 매물이 많이 없냐’고 묻자 “거래 자체가 절벽이라 생각보다는 매물이 꽤 있는 편이다”라며 “하지만 100% 전세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반전세 매물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의 전용 85㎡대의 매물을 확인해본 결과 전세는 9건, 월세를 포함한 반전세는 35건으로 월세를 낀 매물이 월등히 많았다. 같은 날 하남 위례신도시의 A 부동산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자 “집주인도 월세를 끼고 매물을 내놓고, 세입자들이 먼저 반전세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세입자가 반전세 매물을 먼저 찾는 것은 이전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 역시 전용 51.89㎡의 기준 전세 매물 48건, 월세 매물 68건으로 월세 매물 비중이 더 높았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가운데에도 전ㆍ월세 실수요자 등 무주택자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ㆍ종부세 인상과 임대차 3법 여파로 집주인들의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대출 규제와 함께 이어지는 금리 인상은 실수요자들이 제발로 월세 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이날 경기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경기도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어지는 거래 절벽 속에서도 반전세(보증부 월세) 거래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2019년 11월 경기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2만1천585건으로 이 중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거래는 7천348건(34.04%)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는 2만700건의 전월세 거래 중 7천744건(37.41%)의 월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1만4천806건 중 5천863건(39.6%)이 월세로 거래되면서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전월세 거래량 감소세 속에서도 오히려 월세가 포함된 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한 데다 대출규제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또 이전에는 금리가 오르게 되면 임대인들이 오히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양상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세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선택지가 월세밖에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수진기자

[무너진 ‘상권 1번지’ 구월 로데오거리] 下. 전반적인 도시계획에 대한 재검토 시급

인천의 대표 상권인 구월 로데오거리의 상권이 유입인구와 매출 감소 등으로 극심히 침체해 전반적인 도시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14일 통계청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구월 로데오상권에 대해 지난 1995년에 짜여진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상업시설 공급 등의 도시계획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현재 상업시설 총 면적은 166만6천218㎡로 지난 2015년(151만9천846㎡)보다 약 15만㎡(9.6%) 늘었지만, 상가공실률은 인천 전체 평균 공실률(13.8%)보다 높은 22.2%에 달한다. 이는 모바일쇼핑 거래 증가 등 소비패턴 변화로 백화점 매출이 급감해 폐점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존 상권의 큰 축을 이루던 옛 롯데백화점에 신규 상업시설 유치가 난항을 겪는데다 이 영향이 고스란히 주변 상권으로 가고 있어서다. 올해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22.8% 증가했으나, 백화점 매출은 -9.9%를 기록하며 감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종전 상권 유지에 머무는 시의 현 도시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곳이 더블 역세권과 더블 백화점을 축으로 하다보니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백화점 매출 감소 영향이 주변 상권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도시계획을 현 상황에 맞게끔 개선하고 바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상권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시가 신도시 등을 계속 개발하면서 상권은 늘어나고 서울지하철 7호선 등 교통망 확충에 따라 상권 유입 인구가 분산하면서 상권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상가공급에 머무는 시의 정책이 기존 상권 활성화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시가 안정되면 자체적으로 상업활동이 이뤄지지만, 인천은 계속해서 새로운 상권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추세를 보인다며 시가 인구유입 요인을 정책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상가공급량을 조절하고 상주인구를 늘리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시는 지역 안팎에서 나오는 상권 활성화 요구와 지구단위계획 변경 제안 등에 따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시는 이 지역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와 중앙공원을 연계한 상권 조성, 보행통로 확보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대형 판매시설 등의 매출이 줄어 기존과 유사한 상권공급 중심의 정책으로는 상권활성화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여건변화에 따른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무너진 ‘상권 1번지’ 구월 로데오거리] 上. 생기 잃은 거리… 인구•매출 감소 ‘침체 극심’

이제 인천의 상권 1번지라는 말도 옛말이에요. 상권이 죽은 것 같아요. 13일 정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앞. 점심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리는 한산하다. 식당의 몇몇 손님을 제외하고 화장품가게, 의류점 등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단 1명의 손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여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아 텅 빈 상가와 새로운 임대인을 찾는 문구가 내걸린 상가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거리에선 이미 생기를 찾기 어렵다. 불금인 지난 10일 금요일 저녁 7시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3~4년 전만해도 연말 대목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릴 때지만 인근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유동인구가 급감한데다,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거리는 한가하기만 하다. 카페와 술집, 식당 등은 빈 자리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이명규씨는 예전 롯데백화점이 폐점하기 전인 2018년께만 해도 주말엔 도로에 사람이 넘쳐 줄을 지어 다닐 정도였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에 코로나19의 영향까지 받으면서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상권인 구월 로데오거리가 극심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단순한 상가건물 위주의 개발이 이뤄지면서 일대의 인구가 줄어든데다, 상권에 손님이 줄어 전체적인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월동 인구는 현재 11만1천643명으로 2017년(12만673명) 보다 9천30명(7.4%) 감소했다. 2018년(11만9천278명), 2019년(11만5천874명) 등 지속적인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보가 총 42만㎡ 규모의 상업 및 오피스 건물 등으로 이뤄진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대 상권의 업종별 신용카드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이 일대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구월동 로데오거리 상권 매출은 각각 13.81%, 12.93%씩 증가했지만, 2019년에는 -2.6%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약 15%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코로나19 악재가 겹친 지난해에는 -14.21%, 올해 -16.04%를 기록하는 등 매출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매출액 급감은 구월 로데오거리 일대 상권을 찾는 이용자가 줄어든 탓이다. 신용카드 매출 등으로 상권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상권 이용자 비율은 지난 2017년을 100을 기준으로 2018년 107.73까지 소폭 늘었지만 이후 2019년 95.09, 지난해 75.46, 올해 65.76으로 사실상 반 토막 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당장 상권을 찾는 이용자의 유인, 인구 유입을 위한 대책 등이 없으면 상권이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경수 로데오거리 상인연합회장은 이대로라면 그나마 버티는 상권이 전멸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이어 시가 그동안 상권개발만 추진했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무너진 '상권 1번지’ 구월 로데오거리] 상가는 늘고 상권은 위축 ‘악순환’… 10곳 중 2곳 ‘공실’

인천지역 원도심 내 상가밀집지역이 상가는 늘어나는 데 반해 이용객이 없어 비어 있는 상가 등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통계청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구월동 상업시설의 총 면적은 현재 166만6천218㎡로, 지난 2015년(151만9천846㎡)보다 약 15만㎡(9.6%) 증가했다. 반면, 상가공실률은 현재 22.2%로 인천시 전체 평균 공실률(13.8%)을 크게 웃돈다. 구월동 상가 공실률은 2017년 9%에서 2018년 18.1%, 2019년 21.2%, 2020년 18.3%, 올해에는 22.2%까지 오른 상태다. 상가 공급은 늘었지만, 상권은 계속해서 위축하고 이에 따라 매출액은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구월 택지개발사업 이후 지난 1995년부터 이곳의 지구단위계획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판매시설 등을 중심으로 단순히 상가 공급만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모바일 쇼핑으로 변화하면서 전반적인 백화점 등에서의 쇼핑 매출이 줄어 주변 상권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악순환은 인천지역의 다른 원도심 상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부평 상권과 구월동 문예길 음식거리 상권 역시 2019년부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부평 상권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5.09% 줄어든 상태다. 부평 상권은 전년 대비 매출증감률이 2019년 -2.06%, 지난해 -18.82%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또 다른 인천의 대표적 상권인 바로 옆 구월동 문예길 음식거리 역시 2019년 들어서 상권 매출이 -4.91%로 전년(5.72%)보다 11% 감소했다. 시 관계자는 상권이 위축하면서 지역 상인회 등을 중심으로 상권활성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도심 위주로 지구단위계획 등 기조가 오래 이어진 만큼 여건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뉴스초점] 체육사관학교 명성 희미... 경기체고 '끝없는 추락'

개교 26주년을 맞은 도립 경기체육고등학교가 최근 특기교사 선발 잡음과 잇따른 성추문 등 끊임없는 논란으로 체육 사관학교란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 경기체고는 최근 2년간 3명의 특기교사 공모를 진행하면서 해당 종목 선수 출신이나 도교육청이 인정한 특기 교사가 탈락하고 종목과 전혀 관련없는 비전공자 2명을 선발해 탈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 비전공자 2명을 포함한 선발 교사 3명이 학교장과 대학 동문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거세다. 특히 지난달 육상 종목의 특기교사 공모에 타 학교서 해당 종목서 7년 이상 감독직을 수행한 응모자 대신 종목 지도 경력이 전무한 교사가 선발됐다. 합격한 교사는 과거 경기체고서 타 종목 감독으로 재임하다 임기 만료로 전출된 뒤 다시 돌아온 경우라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에도 트라이애슬론 특기교사를 선발하던 당시 지원자 중 해당 종목 선수 출신 교사가 있었으나 학교장과 같은 대학 출신의 비전공자를 선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체고는 올해 학생 간 3차례 성추문과 학교폭력이 발생했지만 사전 예방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복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4월 A종목에서 대회 출전 당시 관리자 없이 선수들만 숙소에 방치돼 음주 후 성추문 사건이 발생했고, 몇 개월 뒤 B종목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언이다. 또 C종목서는 선배가 동성 후배를 성추문해 학교 측이 학폭위를 열고 해당 사안을 도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했으나, 학부모가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유보해 봐주기 의혹도 사고 있다. 최근 3~4개 종목의 지도자(코치)가 폭행 및 비위로 인해 징계를 받거나 팀을 떠난 가운데 형평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사임한 지도자들은 학부모의 증언 만으로 문제를 삼아 징계를 받은 반면, 외부 스포츠공정위에서 견책 처분을 받은 지도자에 대한 감봉 조치는 아직도 해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원칙론을 고수하며 잇따른 합숙훈련 금지와 전지훈련 불허 등으로 대회 실적이 저조해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경기체고는 지난 10월 전국체전에 150명이 출전했으나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23개에 못 미치는 15개에 그치며 훈련여건 악화에 따른 중학 유망주들의 입학 기피는 물론, 재학생들이 전학을 고려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를 방증하듯 경기체고는 최근 2022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결과 정원 90명 모집에 10명이 부족한 80명이 응시, 74명이 최종 합격했다. 미달 인원은 지난 1일부터 추가 모집에 나섰으나, 2020학년도부터 3년 연속 신입생 모집이 미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체고 관계자는 선수 지도는 어차피 코치가 하기 때문에 특기교사 선발에 있어 기술적인 지도력보다는 행정 경험을 중시했다. 육상에서 합격한 교사가 행정력과 면접 점수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라며 교장과 같은 동문 교사를 선발했다는 것은 우연일 뿐 교사 선발은 5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면접을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장은 결재만 한다.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잇따라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현안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선학ㆍ권재민기자

[뉴스초점] 경기도 땅, 내 땅처럼…道, 실태조사 등 적극 대응

#1. 경기도와 양평군은 지난 8월 도유재산 관련 실태조사를 벌여 양평 내 한 도유지에 수개월째 무단으로 설치돼 사용 중이던 컨테이너를 적발했다. 도와 군의 추적 끝에 밝혀진 컨테이너의 주인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씨. 해당 주민은 자신이 소유한 사유지와 맞닿은 도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해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도는 A씨에게 원상복구 명령과 변상금 약 18만원을 부과했다. #2. 여주시에서는 지목이 하천으로 분류돼 있는 도유지의 가장자리 부분 토양을 불법으로 경작하던 사례 등이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여주시의 경우 90곳 이상의 도유지가 소재하고 있는 대표적 도유지 밀집지역 중 하나다. 특히 도유지 대부분이 농촌에 위치해 고령의 주민이 도유지 개념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단으로 경작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선 7기 경기도가 도유지 무단점유 대응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3년간 확인된 도내 무단점유 도유지 면적이 65만7천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무단점유 도유지의 변상금(손해를 물어주기 위해 지불하는 돈) 규모만 18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도유지 무단점유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9년부터 관련 실태조사 추진 등에 나서고 있다. 도유지의 경우 기존에는 일선 시ㆍ군이 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관리해왔지만, 각 시ㆍ군의 자체 재산이 아닌 탓에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가 직접 실태조사를 추진한 결과, 2019년 4만1천932㎡(139필지)ㆍ지난해 34만1천644㎡(1천82필지)ㆍ올해 27만3천432㎡(1천562필지) 등 규모의 도유지 무단점유 사례를 적발했다. 최근 3년간 총 65만7천여㎡(2천783필지)에 달하는 도유지가 불법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도는 이들 사례에 대해 무단점유자 인적사항 확인 및 무단점유 기간 추산 등에 나서 총 18억598만4천원의 변상금을 부과(대상 697필지)했다. 도는 각 시ㆍ군에 요청해 전체 변상금 중 절반가량인 8억3천여만원을 징수 완료한 상태다. 올해 도는 도유지 무단점유 파악을 위한 전담 인력 20여명을 기간제 노동자로 직접 채용, 일선 시ㆍ군에 파견해 활동시키고 있다. 내년에도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며, 변상금 징수율을 높이고자 각 시ㆍ군뿐 아니라 도가 직접 변상금 징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도 관계자는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이라는 민선 7기 도의 가치 실현을 위해 도유지 무단점유 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ㆍ군과의 협력을 강화해 도유지 무단점유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뉴스초점] 구리-포천 34%p 차이... 온실가스 감축 ‘양극화’

경기도내 31개 시ㆍ군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가치인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는 만큼, 일선 시ㆍ군의 보다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는 온실가스 기준배출량 8만5천354tonCO₂-eq 가운데 3만3천426tonCO₂-eq을 감축, 온실가스 감축률 39.16%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30%)보다 약 10%p 높은 수치다. 정부는 공공부문 온실가스ㆍ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의 온실가스 감축률 목표를 설정,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온실가스 목표 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매년 각 시ㆍ군의 온실가스 감축 결과를 재정 지원의 바탕이 되는 시ㆍ군종합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관련해 도내 상위 시ㆍ군과 하위 지역이 차이가 최대 약 30%p에 달하는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구리시(48.76%)와 수원시(46.45%), 안양시(46.12%), 동두천시(44.33%), 용인시(43.60%) 등이 우수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리시의 경우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도 전체 5위라는 우수한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이뤄냈다. 구리시보다 높은 감축률을 보인 지역은 경남 남해(52.51%), 충남 보령(52.14%), 충남 홍성(52.01%), 대전 서구(49.36%) 등이다. 반면 포천시(14.74%)와 여주시(15.93%), 가평군(17.47%) 등이 감축률 20%도 달성하지 못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이밖에 안성시(30.92%)와 연천군(31.14%) 등은 감축률 목표치인 30%를 턱걸이로 달성하는 데 그쳤다. 도는 이들 지역의 경우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가동할 때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시설이 밀집돼 있는 탓에 감축 성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장동빈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공동실행위원장은 일선 시ㆍ군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지역 특성을 무시한 채 전부 다 일괄적으로 얼마큼 감축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세부적인 평가지표를 만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각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분류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지역마다 산업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률을 단기간에 높이기 어려운 시ㆍ군도 있어, 내년부터 환경부 주도로 목표 감축률을 달성하지 못한 지역에 대한 맞춤형 지원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도 차원에서도 모든 시ㆍ군이 목표 감축률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도내 온실가스 감축 양극화이상기후 연이은 피해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 절실 경기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 실현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가 도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후위기 재해 피해의 경우 농촌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복구 및 보상 등에도 사회적 비용이 추가 소요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도와 일선 시ㆍ군의 보다 적극적인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 최근 5년간(2017~2021년) 재해 피해 현황을 보면 올해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인해 강풍ㆍ우박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10월 안성시와 평택시의 총 1천553개 농가가 강풍을 동반한 우박으로 인한 과수 낙과 및 벼 탈립 등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 면적은 1천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도내 강풍ㆍ우박 피해는 지난 2017년 발생한 바 있다. 이후 올해 중순까지 약 4년간 관련 피해가 없었으나 올해 다시 피해가 생겨난 것이다. 앞서 2017년 당시 강풍ㆍ우박 피해의 경우 20개 농가, 피해 면적 17.75㏊에 불과했다. 또한 폭염 피해 역시 지난 2018년 이후 약 3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7~8월 폭염 여파로 4개 시ㆍ군 113개 농가(110여㏊)의 인삼 및 채소 등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이는 앞서 2018년 도내 811개 농가(810여㏊)가 폭염 피해를 입은 것보다 규모는 적지만, 그동안 예방이 잘 됐던 폭염 피해가 재발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경각심을 다시 일깨웠다. 이에 도는 가뭄 대비를 위해 총 50억원(도비 25억원)을 투입해 용수원 개발 등에 나서고, 폭염 피해 발생 시 생계비ㆍ학자금 지원과 영농자금 상환연기 등 지원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도내 풍수해 피해도 74건(7개 시ㆍ군)이나 일어났다. 이 같은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억8천600여만원에 달했다. 더욱이 이들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비용은 119억9천200여만원으로, 복구 작업 시 피해 금액보다 2배 이상 많은 사회적 비용이 사용된 것이다. 이 같은 기후위기 여파 탓에 발생하는 피해를 막고자 도는 매년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가뭄을 제외한 다른 재해의 경우 마땅한 예방사업을 추진할 방법이 없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지원만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동빈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공동실행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재해 피해 유발 등 기후위기는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태병기자

되살아난 ‘지뢰 악몽’…“軍, 안전 확보하고 철책 제거해야”

고양 장항습지에 이어 김포지역 한강 하구까지 5개월 새 지척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반복(경기일보 11월22일자 6면)되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군과 김포시가 추진 중인 철책 철거작업에 앞서 지뢰 해체를 비롯한 안전조치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김포 장릉산 공군기지 주변에는 600개 안팎의 지뢰가 매설됐다. 이 지뢰들은 지난 1984년 폭우로 유실되며 65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후 1994년 군은 지뢰를 해체하는 대신 김포대교~일산대교 사이 군 철책 안쪽으로 이전ㆍ매립했다. 당시 군은 작전상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뢰 문제는 지난 2003년 일산대교 공사가 시작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해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측은 육군 제17사단 작전처 상황장교에 의해 김포지역 한강 하구에서 나온 지뢰들이 장릉산 공군기지에 있던 것과 동일한 폭발물로 확인됐다면서, 한강이 범람했을 당시 문제의 지뢰들이 유실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지뢰 해체작업은 없었고 폭발사고는 계속됐다. 최근 2년간 한강 하구에서 지뢰가 터지거나 발견된 사례만 5건이다. 특히 지난 6월 고양 장항습지에 이어 이번 초소 부근 폭발사고까지 모두 김포대교~일산대교 사이 구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며, 지뢰 유실 가능성을 제기했던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과 김포시는 지난 10일 기념식을 열고 한강 하구 철책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일산대교~전류리포구 8.7㎞, 초지대교~인천시계 6.6㎞ 구간 철책을 철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철책이 제거되기도 전에 또 다시 지뢰가 폭발하며, 철거 이후 민간인 통제가 풀릴 경우 사고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왕룡 전 김포시의원은 계속해서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책 철거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군과 김포시는 지뢰를 발굴하고 해체하는 안전조치부터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육군 제17사단 수도군단 측은 관련 업무협약에 따라 철책 철거사업의 주체가 김포시로 돼 있는 만큼 시에서 먼저 요청이 들어오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도로변 철책만 제거 중이라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데 안전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최근 지뢰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한강변 쪽 철책을 제거할 땐 군과 별도로 협의를 진행한 뒤 철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양형찬ㆍ장희준기자

[뉴스초점] 경기도 공약 ‘지지부진’… 文대통령 빛바랜 약속

2017년 5월 첫 출항을 알린 문재인호의 항해가 앞으로 5개월 남짓 남았다. 문재인호는 출범 당시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100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 143개를 국민과 약속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를 글로벌 경쟁력 갖춘 세계적인 메가시티로라는 청사진을 경기도에 제시, 규제 감옥에 갇힌 경기도가 국가대표 도시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했다. 이에 경기일보는 임기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문재인 정부의 경기도 지역 공약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문재인 정부가 경기도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경기도 지역에는 8개의 공약이 수립됐다. 8개 공약은 ▲북부 접경지역 규제완화와 미군공여지 국가주도개발 ▲파주와 개성ㆍ해주 연계 통일경제특구 조성 ▲경기남부를 4차 산업혁명 선도 혁신클러스터로 조성 ▲청정 상수원(취수원) 다변화로 깨끗한 수돗물 공급 ▲안산시 공동체 회복사업과 사이언스밸리 적극 지원 ▲서안양 50탄약대 부지에 친환경 융합 테크노밸리 조성 ▲분당선 노선연장(기흥-동탄2-오산)으로 출퇴근시간 획기적 단축 ▲기흥호수 등 도심 속 수변 공간을 시민공원으로 조성 등이다. 해당 공약이 발표되자 경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졌다. 8개의 공약 모두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장소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어 그동안의 타 정부와는 달리 사업의 추진력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1ㆍ2호 공약인 북부 접경지역 규제완화와 미군공여지 국가주도개발과 파주와 개성ㆍ해주 연계 통일경제특구 조성은 가장 먼저 언급된 만큼, 경기 남부에 비해 발전하지 못하고 인프라가 부족했던 경기북부 지역의 발전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임기 마무리를 달려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기도 지역 공약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먼저 미군공여지 국가주도개발은 경기도내 22곳 중 17곳이 반환됐는데, 이 중 개발이 완료된곳은 의정부의 캠프시어즈 1곳뿐이다. 파주와 개성ㆍ해주를 연계한 통일경제 특구 조성은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관련 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남부를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공약과 분당선 노선 연장 공약 등의 공약은 이행 중이기는 하지만 임기 내에 완료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용인 반도체 특화클러스터는 아직 착공을 하지 못하고 토지 보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2024년께나 완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분당선 노선 연장 공약도 올해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수립ㆍ고시,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실시계획 승인ㆍ고시 등의 단계가 아직 산적해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완공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류홍채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북부 관련 공약의 경우 아무래도 남북관계와 중첩규제의 영향 때문에 이행이 미진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또 공약을 추진하면서 입법화가 중요한데, 이 같은 부분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어려웠기 때문에 공약 이행이 어려웠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