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도 겨우… 재정난에 허덕이는 도립 뮤지엄 [갈 길 잃은 경기문화재단 上]

15년간 뮤지엄 늘었는데 예산은 ↓... 道미술관 전시 운영비 43% 급감
경기도 역사성 수집 등 고유성 잃고 경영 차질 불가피, 대안 마련 시급
뮤지엄 “출연금이 늘어나야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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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전경. 경기문화재단 제공

 

1997년 국내 최초의 공공 문화재단으로 설립된 경기문화재단. 다른 광역문화재단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선도적으로 경기도의 문화예술 발전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점차 줄어드는 예산으로 도립 뮤지엄(박물관·미술관)의 질적 발전은 꿈꾸기 어려운 수준이고 늘어나는 위탁사업으로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고유 목적은 뒤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열악한 재정과 앞뒤가 바뀐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문화재단의 현황과 그에 따른 대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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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 뮤지엄이 열악한 재정으로 경기도의 역사성 수집과 문화예술의 발전, 도민의 문화 향유 등을 지원하는 고유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08년 도립 뮤지엄이 경기도에서 경기문화재단으로 편입된 뒤 재정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연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을 제외한 경기문화재단 소속 7개 뮤지엄의 올해 총 예산은 297억4천여만원이다. 2016년 문을 연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을 제외한 6개의 도립 뮤지엄이 경기도 운영에서 재단 위탁운영으로 변경된 2011년(356억3천여만원)과 비교하면 16.5% 줄어든 수치다. 뮤지엄은 늘어나고 물가는 상승했는데 배정되는 예산은 오히려 축소됐다.

 

예산의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뮤지엄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비는 곤두박질쳤다. 올해 예산 중 전시, 연구, 교육 등 뮤지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사업비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경기도미술관의 전시 운영비는 2011년 9억3천만원에서 올해 5억3천만원으로 43% 급감했다. 전곡선사박물관은 15년간 27% 감소했으며 나머지 뮤지엄들도 비슷한 추이로 전시 운영비가 줄고 있다. 총예산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등 운영비가 매년 늘어나면서 정작 뮤지엄들이 사업에 들일 예산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까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다 보니, 안팎에선 경기도 대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란 위상에 걸맞은 콘텐츠를 도민에게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비판이 늘 뒤따르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다. 지난 3월 ‘경기도 공공기관의 출연금, 전출금 및 위탁사업비 정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행되면서 재단은 지난해 출연금의 순세계잉여금과 이자 등 16억5천만원을 9월까지 경기도에 반납해야 한다. 그동안 재단은 출연금 잔액과 이자수익 등을 합산해 다음 해 도립 뮤지엄의 부족한 사업비에 충당해 왔다. 그러나 올해 예산이 모두 편성된 뒤 조례가 시행되면서 이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돼 도립 뮤지엄의 전시·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한 뮤지엄 관계자는 “뮤지엄은 전시뿐 아니라 연구, 교육 기능을 해야 하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전시도 겨우 열고 있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비수기에 전시를 하며 버티는 중”이라며 “뮤지엄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출연금이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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