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격장 폐쇄·첨단산업진흥원 등 절반 이상 미이행… 완료는 23.6%뿐 지방의원 공약 이행 실태 점검 필요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도민과 약속… 5개 중 1개만 지켰다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이 2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거나 정책 기조 변화 등으로 실현 불가능해진 공약이 절반 이상에 달했다.
앞서 경기α팀은 제11대 경기도의원 156명 중 비례대표 및 보궐선거 당선자 20명을 제외한 136명의 공약을 3천884개로 집계하고, 여기서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1천204개(31%)를 분류(경기일보 12일자 1·5면 등)했다.
이번엔 그 지역 맞춤형 공약들의 이행률을 살펴봤다.
이행 상황은 지난 3월24일부터 4월25일까지 국토교통부·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경기도 및 31개 시·군, 국가철도공단·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을 통해 각각 확인했다.
12일 경기α팀 분석 결과, 도의원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 중 절반이 넘는 641개(53.2%)가 ‘미이행’으로 파악됐다.
군부대 인근 포사격장을 폐쇄한다고 약속했지만 국방부와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거나, 첨단산업진흥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조성 계획조차 전무한 것이 ‘미이행’ 사례에 포함된다.
예산 반영 등 일정 부분이 추진되고 있는 ‘진행 중’ 공약은 279개(23.2%)로 분류됐다.
이를테면 지역구에 소재하고 있는 모든 초등학교 앞 보도 미설치 구역에 유색포장구역선을 그리겠다던 공약의 경우, 일부 학교(3개교)를 대상으로 예산이 편성됐다는 식이다. 도서관 건립 공약에서도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이 잡힌 것들이 ‘진행 중’ 사례에 담겼다.
최종 마무리가 된 ‘완료’ 공약은 284개(23.6%)에 그쳤다.
지역구 내 특정 구간을 자전거도로로 연결하겠다는 공약이 지난 3월 조성을 마쳤거나, 화학비료 구매 등에 따른 재정 지원을 하겠다던 공약이 실제로 2022년 이후 해마다 지속 추진 중인 사례 등이다.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분권제도실 선임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등과 비교했을 때 광역의원은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며 “정보 접근성의 한계, 제도적 미비, 관행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광역의원 공약 이행 상황이 점검 되지 않아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방의원 공약 등록 및 이행 관리 조례’를 제정해 이행실적을 주민들에게 보고하도록 하거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의정활동 백서’ 발간 의무화 등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 고작 1년 남았는데…지역 3곳·도의원 34명 ‘이행 0건’
경기도의원들이 유권자에게 스스로 약속했던 공약 절반 이상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경기α팀은 비례대표 및 보궐 당선자 20명을 제외한 제11대 경기도의원 136명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에 대한 이행 상황을 전수 조사(4월25일 기준)한 뒤, 지역·정당 등 항목으로 나눠 분석했다.
■ 경기남부보다 경기북부 평균 이행률 ↑…동두천시 ‘최고’
경기α팀의 분석 대상인 공약 1천204개 중 ‘이행 완료’는 284개(23.6%), ‘진행 중’은 279개(23.2%), ‘미이행’은 641개(53.2%)로 추려졌다.
이를 권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남부보다 경기북부가 상대적으로 평균 이행률이 높은 것으로 계산됐다.
경기남부 공약 853개 중 ‘이행 완료’는 172개로 20.2%였다. 공약 5개 중 1개만 매듭을 지은 셈이다. ‘진행 중’은 21.8%(186개), ‘미이행’은 58%(495개)였다.
반면 경기북부는 공약 351개 중 ‘이행 완료’가 112개로 31.9%였다. ‘진행 중’은 26.5%(93개), ‘미이행’은 41.6%(146개)로, 경기남부보단 이행 척도가 한결 나은 상황이었다.
31개 시·군별 분석을 따로 하면, 동두천시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성과가 가장 돋보였다. 이 지역구에서 제시된 지역 맞춤형 공약 총 24개 중 17개(70.8%)가 이행을 마쳤고, 2개(8.3%)가 진행 중인 것으로 분류됐다. 이어 ▲구리시(4개 중 2개 이행 완료, 50%) ▲하남시(14개 중 7개 이행 완료, 50%) ▲이천시(14개 중 6개, 42.9%) ▲파주시(60개 중 25개, 41.7%) 순이다.
반대로 미이행률이 70% 이상인 지역구는 4곳에 달했다. 이들 지역구에서 제시된 지역 맞춤형 공약은 64개였지만 이행 완료된 건 5개에 불과했다. 특히 3곳은 ‘이행 완료’된 공약이 ‘0개’였다.
‘도립의료요양원 건립’, ‘간호대학과 같은 특수대학 역세권 유치’ 등을 내건 A지역구에선 공약 16개 중 단 하나도 이행(0%)된 게 없었고 2개(12.5%)는 진행 중, 14개(87.5%)는 미이행 상태였다. ‘시립도서관 설립’, ‘우체국 신설’ 등 공약이 제시된 B지역구 또한 공약 23개 중 18개(78.3%)가 미이행으로 분류됐다.
■ 지역 맞춤형 공약…더 많이 낸 국힘 vs 더 이행한 민주
정당별로 보면 지역 맞춤형 공약을 ‘더 많이 낸’ 곳은 국민의힘이었고, ‘더 많이 이행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단, 공약 내용과 이행 실태가 특정 될 수 있는 개혁신당(1명)과 무소속(1명)은 이번 정당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집계한 만큼 최근 탈당한 박명원 의원(화성2) 역시 국민의힘으로 집계됐다.
먼저 국민의힘의 경우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는 604개가 발표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58개(59.3%)가 ‘미이행’ 상태였고, 나머지 140개(23.2%)는 ‘진행 중’, 106개(17.5%)는 ‘이행 완료’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66명)는 국민의힘(66명·지역 맞춤형 공약이 없는 2명 제외)과 같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은 576개로 약 30개 적었다. 당 차원의 공통 공약 등이 국민의힘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절반에 가까운 271개(47.0%)가 ‘미이행’으로 분류돼 가장 많았고, 나머지 133개(23.1%)는 ‘진행 중’, 172개(29.9%)는 ‘이행 완료’였다.
양당을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평균적으로 지역을 위해 더 세심한 공약을 낸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더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도의회 국민의힘 김정호 대표의원(광명1)은 “임기 마무리까지 아직 1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도민들에게 한 약속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당내 동료 의원들을 독려해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최종현 대표(수원7)는 “도민들에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선별해 내놓다 보니 지역 공약 개수가 부족할 순 있지만,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려 한다”며 “당 차원에서 의원들과 논의해 남아있는 시간 동안 공약을 꼭 이행하고, 앞으로도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공약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초선보다 다선 이행률 더 높아…34명은 ‘이행 0건’
이번엔 선수별 이행률이다.
비례대표와 보궐 당선자를 제외한 전체 의원 136명 중 2명은 아무런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지 않았다. 나머지 134명 중에서 초선은 88명, 다선은 46명으로 각각 지역 맞춤형 공약은 823건, 381건 제시했다.
이들의 ‘이행 완료’ 건수를 보면 초선은 191건, 다선은 93건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미이행’ 건수는 초선이 447건, 다선이 194건이었다. 평균적으로 초선이 23.2%, 다선이 24.4% 이행하며 ‘경력직’의 이행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개별 의원별 이행 완료된 ‘공약 건수’를 보면 ▲이인규(민주·동두천1·초선) 11건 ▲고준호(국힘·파주1·초선) 11건 ▲김창식(민주·남양주5·초선) 9건 순으로 집계돼 초선이 강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놓고도 아무것도 지키지 않은 의원은 수십명에 달했다. 제11대 경기도의원 중 지역 맞춤형 공약을 단 한 건도 이행하지 못한 의원은 34명으로 분류됐다.
■ 표 잡으려 ‘생활·건설’ 공약 냈지만, 이행은 ‘경제·복지’부터
유의점은 이행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낮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공약으로 ‘공동주택 비산먼지 억제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 이건 법적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 ‘이행 완료’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청년 공공인턴십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또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행 완료’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행되지 못한 공약 가운데에는 현실적인 규제 문제가 걸려 법적으로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지역구 내 연구원 안에 보행자 도로를 개설하겠다’던 공약의 경우, 도의원은 지속적으로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주민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았지만 해당 사업이 필지 소유 문제와 보안 문제 등으로 최종 무산돼 ‘미이행’으로 분류됐다.
전반적으로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은 ▲생활 321건 ▲건설 314건 ▲복지 312순으로 많았는데, 공약 개수 대비 이행률을 보면 ▲경제 29.6%(34건) ▲복지 25.3%(79건) ▲교육 23.9%(34건) 순으로 높았다.
유권자들이 혹할만한 ‘생활’, ‘건설’ 공약을 냈지만 비교적 많은 인력, 예산이 투입돼 이행이 쉽지 않은 만큼 여타 공약에 비해 이행 실천이 후순위였던 셈이다.
■ 공약 이행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광역의원의 공약은 공개할 의무도 없고,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 그에 대한 결과마저 점검받지 않으니 마냥 그늘 속에만 있다.
그나마 임창휘(민주·광주2), 유호준(민주·남양주6) 등 소수의 의원들은 직접 자신의 블로그 등 개인 플랫폼에 공약 사항에 관한 이행 상황을 공개하고 있는 우수 사례로 꼽힌다.
임창휘 의원은 본인 블로그에 ‘광주시민과의 소통’이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공약사항 등을 공개하고 있고, 어떤 민원을 접수받고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유호준 의원도 본인 블로그에 ‘주간의정활동’을 매주 올리며 유권자에게 공약 이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유 의원은 “주민들과 도민들에게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드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활동들을 공유하다보면 의원 혼자라 막막했던 부분들에 대한 더 좋은 의견들도 받을 수 있고 도민들의 얘기도 더 많이 들을 수 있어 활동들을 공유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도의원들이 공약을 신중하게 내야 이행률이 더 높아지고,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이 낮은 것은 결국 의원들 스스로 본인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도의원이라면 집행부성 공약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도의 특성을 고민해 조례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지키지 못하는 공약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 교수는 “시민사회에서도, 공천을 주는 당에서도 관심 갖지 않으니 대충 넘기려 하기보다는 의원들 스스로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정 노력을 위한 의지를 다져야 한다”며 “유권자들 역시 국고보조금을 포함하면 국가 예산의 60% 이상이 지출되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의원들의 활동과 공약 자체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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