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고 버려지고... 반려동물 잔혹사 [양평, 최악의 ‘유기견 비극’]

60대, 버려진 개 데려와 굶겨 죽여... 3년간 도내 유기됐다가 구조된 동물 8만마리
농림부, 동물보호 의식조사 결과... 22% “양육 포기·파양 고려 경험”
전문가 “이력관리제·단속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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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00여 마리의 개 사체가 발견된 양평군 한 주택에서 관계자들이 사체 및 부속물 등을 수거하는 모습. 경기일보DB

 

지난 4일 주민 신고로 양평군 한 주택가에서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 1천200여마리가 굶어죽은 채로 발견되면서 ‘버림받은 반려동물’의 끔찍한 비극이 충격을 주고 있다.

 

한때는 가족처럼 여겨지다가도 한순간 유기되는 반려동물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택에서 개를 굶겨 죽인 60대 남성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당 개들을 번식업자로부터 마리당 1만원을 받고 데려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고물을 수집하러 다니던 중 늙고 병들었다며 버리는 견주들에게서 받아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반려동물업 관련 유통 또는 주인이 동물을 버리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동물 유기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638만가구로 추정한다.

 

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 중 유기 및 유실 후 구조된 동물은 13만401마리이며 2021년에도 11만8천273마리에 달한다.

 

경기지역에서도 최근 3년간 유기 및 유실됐다 구조된 동물은 2019년 2만8천212마리, 2020년 2만7천181마리, 2021년 2만4천62마리로 한 해 평균 2만6천485마리의 유기동물이 구조되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 유기가 지속되는 건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사회 구조가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펫숍 등 반려동물을 상업적으로 매매하는 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에 책임 의식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 포기 또는 파양 고려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2.1%였다.

 

또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는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인식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59.1%로 나타났다.

 

동물단체 등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보호자는 물론 관련 업체들의 책임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도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유기 원인 중 하나다. 반려동물 이력관리제도 등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모견 및 종견의 출산 나이 제한, 불법 생산업체 등에 대한 단속 강화 등 세부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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