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5군단 내 사격장 지근거리에 골프장 개장…유탄사고 우려

사격장과 골프장 배치도
사격장과 골프장 배치도

육군 5군단이 돌산에 조성한 사격장으로 도탄사고가 우려되는 가운데(본보 21일자 6면), 최근 이 사격장에서 70m 정도 떨어진 곳에 골프장이 개장돼 제2의 담양 골프장 캐디 유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군은 골프장과 인접한 사격장 일부 사로를 폐쇄ㆍ이동하고 방호벽과 방음(방탄)벽 설치에 나섰지만 도탄ㆍ유탄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22일 군과 골프장 등에 따르면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 라싸골프장은 27홀 가운데 우선 지난달 3일부터 18홀을 개장, 영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군은 방호벽 길이를 더 늘리지 않았고, 방음벽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시가 일방적으로 골프장 개장을 승인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 측은 골프장 부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어서 군이 요구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면 협의 없이 개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라싸골프장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공사하면서 인접한 사격장 문제로 군과 협의하고 최대한 협의사항을 지켰다”며 “지난 4월 발생한 전남 담양 골프장 캐디 유탄사고 이후 군이 갑자기 ‘방호벽 길이를 늘여라’, ‘방음벽 위치와 제원을 바꾸라’는 등 다소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격장과 라싸 골프장 1홀 그린이 70여m에 불과하고, 이외에 2홀, 6홀, 7홀 등도 골퍼와 캐디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군은 지난 4월 담양 골프장 유탄사고 후 사격장 점검에 나서 당분간 사격을 중지(4월 이후 사격 없음)하고 1홀과 인접한 4개 사로(총 8개 사로)를 폐쇄, 이동설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강구했다. 이와 함께 방호벽(길이 130m 높이 5m) 길이를 70m 더 늘리고, 방음벽 위치를 옮겨 길이 50m, 높이 5m(애초 합의 길이 130m 높이 3m)로 설치할 것을 골프장 측에 요구했다. 골프장 측은 방음벽은 요구대로 설치하겠지만, 방호벽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골퍼와 캐디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포천지역 골퍼 A씨는 “사격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라운딩 도중 총소리가 들리면 불안해서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며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캐디 B씨는 “담양 골프장 유탄사고가 남의 일로 들리지 않는다”며 “사격하는 소리가 들리면 필드에 나가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C 군사 전문 교수는 “사격장과 골프장이 너무 인접해 사격이 진행되면 언제든 사고가 날 가능성은 높다”며 “이런 즉흥적인 대안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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