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1명 무더기 무더기 연루…수업 파행 불가피
성추행ㆍ성희롱 관련해 현직교사 11명이 무더기로 경찰 조사를 받게 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보 3월21일 7면) 평택의 한 여중·여고 측이 그동안 성추행ㆍ성희롱 문제에 대해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안이하게 대처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들은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라며 학교의 원칙 없는 대처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당 교사의 수업배제 조치 또한 ‘대책 없는 땜질식’이라고 비난하며 수업 차질로 인한 2차 피해를 주장했다.
21일 평택교육지원청에 따르면 C재단이 운영하는 여중ㆍ여고는 최근 SNS 등에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미투 폭로가 이어지자 전수조사를 실시해 중학교 6명·고등학교 5명 총 11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18일 부랴부랴 SNS 개정을 만들어 “SNS 등을 통해 의견을 올리는 것을 자제해주시길 당부드리며 이번 일로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고 짤막하게 사과했다. 이어 지난 20일부터 교사 11명의 수업배제로 인한 수업결손을 동일 과목 교사의 수업 보강으로 대체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책임지는 사람도, 대책도 없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1일 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 H씨는 “스쿨 미투로 애꿎은 학생들만 정신적으로, 학습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어떻게 기독교 학교에서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 넘는 교사들이 연루가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는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연루된 한 교사가 지난해에도 수업시간에 ‘아기야’라고 부르며 신체접촉을 하고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가 되자 학생들에게 공개사과했다는 증언이 나와 학교 내 미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학교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조차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엇을 덮거나 은폐하거나 숨기는 것은 절대 없고, 매뉴얼대로 대응하고 있다”며 “교사 수급 문제도 조만간 기간제 및 강사 채용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경찰은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추후 피해자의 신원과 피해 내용 등을 실명으로 확인해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평택=최해영ㆍ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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