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분권시대… 자치경찰제를 말하다] “무늬만 자치경찰 우려… 조직·인력·재정 대폭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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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자치경찰제 전면 도입을 선언하고, 지방분권화를 현실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시ㆍ도마다 단계적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시도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 운영을 두고 허울만 좋은 자치경찰제라는 우려를 내놓으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본보는 본격적인 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두고 경찰 전문가들에게 새 정부의 자치경찰제 로드맵, 문제점, 향후 나아가야 할 방안 등을 들어봤다.

Q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김수연:경찰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권고안은 현행 국가경찰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자치경찰을 중복해서 설치하고, 이에 따라 초기에 부족한 시설을 현재의 국가경찰 시설에 의지해서 사용한다는 점, 자치경찰에 일부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무와 수사권의 범위를 협약으로 확정한다는 점, 재정 지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 등 시행에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다.

이영남:김 위원의 의견에 공감한다. 수사전문인력과 과학수사에 대한 노하우ㆍ시설ㆍ장비 등이 모두 이관되지 않으면 수사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자치경찰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일부 이양은 문제가 있으며 전체를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황의갑:우리나라에 도입된 자치경찰제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특성에 필요한 치안행정을 위해 자치경찰을 선발해 운영하던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자치경찰제의 또다른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경찰력에 대한 문민통제 및 분권화의 취지는 크게 살릴 수 없는 모형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웅혁:설명을 보태자면 경찰권의 지방 분권화의 수준은 나라 전체의 분권화의 정도 및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의 분권화 정도와 연동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헌법 개정 및 형사소송법의 개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런 선행작업 없이 경찰권의 분산만 단독으로 논의하는 것은 단순히 논의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

Q 이미 제주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치경찰제가 전국으로 확대되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김수연:제주의 모형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획기적인 자치경찰제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경찰의 조직과 인력, 재정을 자치경찰로 대폭 이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각 지방경찰청을 시ㆍ도로 이관하고, 양자 간 일정부분 사무와 기능을 재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이영남:제주형 자치경찰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치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가 설치ㆍ운영하는 보조기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제주형 자치경찰제가 제도화돼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

황의갑:마찬가지 입장이다. 제주형 자치경찰제는 무늬만 경찰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만약 제주형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려면, 광역자치단체별로 합당한 자치치안인력의 산정 및 배정이 선행돼야 하고 자치경찰 사무에 대한 명확한 업무 분담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웅혁:다른 분들의 의견에 백번 공감한다. ‘제주형’을 확대한다는 것은 무늬만 자치경찰로 꾸미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의 ‘제주형’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현재 경찰 인력의 80%를 광역ㆍ지방자치단체로 이전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Q 지자체별 재정 여건이 다른데 치안 수준을 어떻게 유지해나.
김수연: 현재 지방공무원과 유사하게 자치경찰공무원들에 대한 세부적인 처우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각 자치경찰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영남:지자체가 자치경찰의 예산을 부담해야 할텐데, 각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수준을 감안하면 상당기간 재정난에 시달릴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국이 지리적 규모로 볼 때 아주 작은 국가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자체 별로 다양한 치안시스템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황의갑:여러 분권 모형 중 절충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자치경찰 예산의 절반 정도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며 전국적인 치안의 통일성과 치안수준의 적정성을 조율하고 있다. 우리도 이들처럼 자치경찰 예산 일부를 국가에서 정례적으로 지원하면서 치안수준의 적정성을 담보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웅혁:치안수준의 상이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가 ‘치안 교부금’을 통해 재정 지원을 담보해야 한다. 또 경찰공무원 임금 체계의 형평성을 위해서 공무원 신분을 지방직이 아닌 국가직으로 유지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Q 지방자치시대에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 방안을 조언하자면.
김수연:합의제 의결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경찰위원회를 설치, 위원회에서 경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시ㆍ도지사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및 시민단체 또는 시민직접 추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게 하면, 위원회 자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남:경찰청장의 독임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현재의 경찰위원회를 감안한다면 심의ㆍ의결형으로 자치경찰제를 설치할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황의갑: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경찰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 실질적인 의결기관으로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경찰개혁위원회의 움직임이 자치경찰위원회로까지 확대돼야 한다. 위원회의 의결 사항에 대한 구속력 및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체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웅혁:현실적으로 중립성 확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성이 없는 방안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자체 경찰 활동의 책임성을 지자체 단체장 선거를 통해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 시에 ‘본부장’을 지명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도록 한다던지, 안전과 치안 서비스의 전적임 책임을 시ㆍ도지사에게 직접 묻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수연: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상징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제도의 시행에 있어서 지역주민과 지방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처음부터 여러가지 자치경찰 모델에 대한 각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이라도 경찰개혁위의 권고안에 한정되지 말고, 새로운 대안 검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영남:자치경찰제가 시대적 요구사항이라면 진정한 광역단위의 자치경찰제가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기능 면에서 차등을 둬야 한다는 인식만큼은 불식돼야 한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같은 권한을 갖고, 소속만 달리해 지방의 모든 치안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황의갑:현재 제주도에서 실시 중인 자치경찰제는 사실상 경찰권에 대한 문민퉁제 및 분권화보다는 지역 특성과 주민 필요를 고려한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가치에 한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문민통제와 분권화의 가치에 대한 장기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웅혁: 도입 목적이 치안서비스와 범죄예방 활동을 창의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면 계급 수를 현재보다 대폭 줄여야 한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경찰의 권한이 커지게 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경찰권 축소가 그 목적이라면 검경 수사권 분권화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만약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개헌부터 이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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