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본격화되는 등 경찰 구조 개혁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체 경찰력을 두고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세계 22개국에서 중앙집권적 성격의 국가경찰과 지방분권적 자치경찰을 함께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제주도에만 지난 2006년 자치경찰제가 도입된 상황이다. 참여정부 당시 시범도입 전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됐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도입 논의가 진행됐다가 실현되지 못한 바 있다.
지자체장의 자치경찰 운영에 따른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지자체 재정형편에 따른 치안의 ‘빈부격차’,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업무와 권한 배분 문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이해당사자 간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자치경찰제 도입이 현실화될 공산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2018년을 맞아 자치경찰제의 도입 취지와 논의 과정, 현재 진행 상황 등을 짚어본다.
■ 자치경찰제란?
자치경찰제는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자치경찰은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 전체가 아닌 국가 내의 일부 지역에 소속돼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는 경찰을 의미한다.
생활안전ㆍ지역교통ㆍ지역경비 임무를 갖고 방범순찰ㆍ사회적 약자보호ㆍ기초질서위반 단속ㆍ교통관리ㆍ지역행사 경비 등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치경찰은 경찰력의 운영 상황과 각종 관련 통계를 국가경찰과 상호공유하는 한편, 전시ㆍ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나 테러, 대규모 소요사태 시에는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특성에 적합한 경찰활동이 가능하고, 소속 지역에 대한 귀속감이 높아 경찰관의 친절봉사도를 제고시킬 수 있으며, 국가의 재정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자치경찰이 정당 소속 지자체장의 통제를 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방 의원들의 선거 목적에 이용되는 등 공정성 저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또 국가목적적 치안활동을 위한 조정통제가 곤란하고,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커지며 자치단체별 빈부격차에 따른 치안 서비스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수차례 진통 겪은 자치경찰제
자치경찰제 도입은 지난 1989년 13대 국회에서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신민주공화당 등 야3당이 단일경찰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어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명시한 ‘경찰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역대 정부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검·경수사권 조정 논란과 정부의 추진력 문제로 계속 좌절돼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민의 정부’ 당시 자치경찰제에 대한 공청회가 개최됐고, 학술지 등에 이와 관련된 주제들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9년 하반기부터 ▲대통령과 추종세력들의 추진의지 부족 ▲검경간의 수사권 독립문제로 인한 갈등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및 인력충원 문제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치행정체제 ▲IMF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 ▲국민의 무관심 ▲자치경찰제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자치경찰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참여 정부’ 시절에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본격화됐다. 그리고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프랑스 자치경찰제 모형을 본딴 자치경찰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과정까지만 진행된 채 또다시 전국적인 확대에는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교통과 방범 등 기초 치안 업무를 자치단체에 부여하는 정부안을 마련했다가 법제화 과정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연계해 추진하면서 도입이 중단됐다. 박근혜 정부 때도 자치경찰제 도입이나 입법권 강화 등 지방분권 핵심 과제들이 아예 배제되거나 논의되는 데만 그쳤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치경찰제는 대선 공약에 포함된 데 이어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 분권의 일환으로 도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자치발전위원회 심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로드맵을 확정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6일 전남 여수시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치경찰제, 어디까지 왔나?
이처럼 정부가 자치경찰제를 전국 17개 시·도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변화를 앞둔 경찰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전남 여수세계박람회장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시도지사 간담회’를 통해 자치경찰제를 17개 시·도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 초안을 공개했다.
로드맵 초안에는 자치경찰법을 제정해 현재 국가직으로 일원화된 경찰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국가경찰은 전국적인 치안수요에 대응하도록 하며 자치경찰은 지역 특성, 생활여건 등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분권을 위해 내년부터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2019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로드맵으로 미리 본 ‘자치경찰제’
지난해 11월 경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자치경찰제 시행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다. 개혁위는 전국 광역 시·도 소속으로 자치경찰본부를 설치하고, 그 아래에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 단위로 자치경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개혁위 권고안에 따르면 자치경찰본부는 지역 자치경찰 업무를 총괄하고, 자치경찰대는 현장에서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은 물론 공무집행방해·음주운전 사건의 수사권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동물 안전관리와 관련된 수사업무와 도로교통법이나 경범죄처벌법 위반자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도 자치경찰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개혁위는 자치경찰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견제 장치인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자치경찰본부장의 경우 위원회가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광역단체장이 이 중 한 명을 뽑도록 한다. 위원회는 자치경찰의 비위사건 감사·감찰·징계 요구, 상관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 제기 등의 업무도 맡게 된다.
이 같은 개혁위의 권고안에 대해 경찰청도 세부 실행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자치경찰제 시행 준비를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자치경찰제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이원 운영에 대한 찬성 의견이 70%를 넘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면서 “자치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부정적이지 않은 만큼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업무영역이 확장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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