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 대한민국을 바꾼다] 전문가 특별대담… 주민 주권시대

“구시대적 중앙집권형 정부… 대한민국에 안맞는 옷”
“지역 주민이 주인되는 세상… 참여자치 시대가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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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 탄생한 ‘제6공화국’ 헌법이 민주주의 발전과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방분권 개헌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제20대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 분야별 집중토론을 벌였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지방분권 개헌 논의는 난항을 겪었다. 

지방분권은 야당 소속 단체장들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개헌 논의 중에선 그나마 여야 간 공통분모가 많은 부분이지만 의도와 배경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는 것이다. 

본보는 정치 논리가 지방분권 개헌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주민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자 개헌 전문가들에게 향후 과제와 전망을 들어봤다. 

Q 이번 개헌에서 지방분권 개헌이 꼭 실현돼야 하는 이유는

△김두관=지방분권은 지역의 생존 문제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양극화와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지방은 소멸하고 수도권은 숨 막힌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시대를 맞이한 지금 중앙정부의 통제와 간섭이 이뤄지는 구조로는 경제발전도, 양극화 문제 해결도 국민주권의 실현도 어렵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을 반영하고 지방정부나 지방의회, 지역주민이 스스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역발전을 모색하려 해도 권한이 없다. 지방분권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길이다.

 

△홍일표=우리나라의 국가운영 시스템은 수직적인 권력구조, 중앙집권적 정부형태로 인해 환경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분권적 국가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지역 간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이끌어 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지방분권 강화는 권력 분점의 제도화를 통해 권력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킬 수 있다. 또 지방정부가 지방의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고 예산의 내역을 잘 파악해 낭비요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분권의 장점이 존재한다.

 

△김유임=현행 헌법은 중앙정부에 권력을 지나치게 집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과부하가 걸려 국정이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아 세월호와 같은 대형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획일적인 중앙통제 때문에 지자체는 자신의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발전을 할 수 없다. 겨우 두 개의 조문으로 지방자치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으로는 권력의 분산과 지방의 자율적인 발전을 꾀할 수 없다.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성호=제왕적 대통령제가 불행한 대통령을 양산하고 국민을 지속적으로 실망시키며 국가경쟁력을 낮추고 있다.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 없이 퇴임한 대통령이 거의 없는데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1인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부여한 데 있다. 국가권력은 여야가 견제하면서 균형을 찾아 집단지성이 발휘되면 국가가 발전하게 돼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51%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100% 권력을 차지하고 수만 명에게 자리를 줄 수 있다. 부정부패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기우=지방분권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지방분권을 해야 경제도 발전한다. 지방분권이 되면 각 지방은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방이 혁신실험소가 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전국적 획일성을 강요하는 중앙집권체제에서는 혁신의 실패는 전국적인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혁신이 어렵다. 지방분권을 해야 위험이 분산돼 아래로부터 혁신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발전도 가능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번영한 나라들이 지방분권이 잘 됐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Q 지방분권 개헌의 쟁점과 해결 방안은.

△김두관=대체로 지방분권은 합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지방정부나 분권 운동을 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일정 정도 합의된 안도 있다. △지방분권 국가 선언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세조례주의 도입 △보충성 원칙 규정 △주민자치권 신설 등인데 국회, 특히 개헌특위에서는 지방세조례주의나 자치입법권 강화 등 핵심 자치권에 대해서는 일부 의원들은 반대의견이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개헌의 주체인 국회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구조 개헌에 밀려 지방분권 개헌 논의 자체가 잘 안 된다는 점이다. 큰 이견이 없는 지방분권 부분부터 합의안을 마련하는 여야의 노력이 필요하다.

 

△홍일표=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행정사무의 ‘보충성의 원칙’을 헌법에 규정하며 지방분권과 동시에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헌법에 명시하는 게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 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해 국회를 양원제로 하고 제2 국무회의 설치안과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조항을 헌법에 삽입하자는 주장 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조항을 넣게 되면 반대 논리를 확산시켜 개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유임=자치권한의 확대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먼저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등에 있어 지방의 권한을 지금보다 확대할지, 확대한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그리고 권한의 확대와 관련해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할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을 확대한다면 법률제정권까지 줄 것인지, 재정권을 확대한다면 지방법률로서 과세를 가능하게 할 것인지 등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성숙도, 국민의 주인의식, 지방행정청과 지방의회의 역량, 앞으로 기대 가능한 지방자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정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호=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에 관심이 컸다. 그런데 자치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 지방자치를 통해 제도 본래의 효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질적 지방자치에 필요한 지방정부의 권한, 중앙-지방정부 간 권한배분 원칙과 기준, 지방정부의 책임, 자주재정여건 마련, 자주조직권, 지역대표형 상원제 등에 대한 헌법조항이 실체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이기우= 지방문제를 지방정부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재처럼 조례로 지방정책을 결정하면 조세법률주의, 죄형법정주의, 기본권법률유보 등에 묶여 거의 아무런 결정도 못 하게 된다. 이에 지방정부가 당해 지방에서 효력을 갖는 법률제정권을 갖도록 헌법에서 보장해 줘야 한다. 국회가 법률제정권을 독점하는 현 시스템은 독점기업의 경우처럼 폐단이 나타나고 지역실정에 맞지 않는 법률이 양산된다.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입법경쟁을 통해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방정부도 법률제정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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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정분권 방안은.

△김두관=8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 수준으로 지방세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그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교부세율 상향을 비롯해 ‘공동세’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재정분권을 위한 작은 시작으로 고향사랑기부금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고,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지속적으로 재정분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재정분권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도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문제 되는 재정의 방만한 운용을 걱정하는 것인데 이는 주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로 해결하면 된다.

 

△홍일표=재정적 측면에서 분권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국세의 지방이양 또는 지방세의 신설과 함께 지방교부세 교부율 인상 등 중앙정부의 재정이전 또한 강화돼야 한다.

우선 국세 대 지방세 비중을 7대3으로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부가가치세 등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소비세(현재 부가가치세의 11%)와 지방교부세(현재 내국세의 19.24%)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을 고려해 각각 5∼10%p 인상, 0.76∼4.76%p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또 국세 가운데 지역성이 강한 세원과 연계된 세목을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김유임=현재 중앙과 지방의 세입 비율은 8대 2이나 세출 비율을 보면 4대 6으로 지방의 재정은 중앙에 의존하고 있는 취약한 구조다. 지방이 요구하는 예산은 지방이 거둬 지방 스스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실정에 맞는 세원을 발굴하고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헌법은 법률의 근거 없이 세금을 부과 및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지방이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해 지방세 지방법률주의를 채택하거나 조세법률주의 예외를 인정해 조례로 가능하도록 하는 지방세조례주의를 도입해야 한다.

 

△김성호=현재 중앙정부의 법률에 의해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재정조정을 하고 있지만 중앙정부 주도로 매우 비효율적이고 지방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은 그동안 중앙정부 갑질의 대상물이었다. 재정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살림을 내주고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 실질적인 지방세 부과·징수권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자기책임으로 자기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 없는 곳에 조세 없다”는 원칙에 따라 지방세는 국회가 아닌, 지방의회의 동의로 부과 징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기우=지방정부가 과세권을 가져야 한다. 지방정부 스스로 세원을 발굴하고 세율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세원을 지방도 공유할 수 있도록 풀어 지방재정수요에 맞춰 지방세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서비스의 조세가격이 형성되고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의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지방재정이 빈곤한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조정제도를 통해 재정력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 특히 수평적인 재정조정제도를 헌법에 보장해 지방 간 재정력 격차를 줄이면서도 자기책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Q 지역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와 앞으로의 전망은.

△김두관=지방분권을 하려는 이유는 지역사회의 권한을 키워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전략을 추진해 지역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더불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함이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스스로 책임감과 역량을 키워야 한다. 특히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 스스로 지역에 맞는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지역 언론에 의한 견제와 주민에 의한 통제를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

 

△홍일표=자치단체장의 책임의식 강화, 지방공직자의 능력발전, 지방의정 역량강화 등이 필요하다. 우선 유능한 인물이 선출되도록 정당의 책임성 제고가 요구되며 선출된 초선 단체장에 대한 지방자치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지방공무원의 능력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훈련체제의 혁신, 중앙과의 인적교류, 시민과의 협치 기회 확대 등이 필요하다. 지방의정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지방의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의정연수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김유임=지방자치, 지방분권의 실현은 단순히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단체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권력을 주민에게 넘겨주는 것, 다시 말하면 주민의 자기 지역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풀뿌리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지역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주민들이 자신이 부딪힌 문제에 대해 항상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을 두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게 된다.

 

△김성호=향후 지역대표형 상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인구비례로 선출하는 하원과 별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을 두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대도시와 농촌지역 간의 정치적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다. 현행 단원제 지역구 국회의원은 중앙부처 입장을 중요시함으로 인해 지방분권관련 입법안들이 폐기돼 왔다. 지역대표형 상원은 단원제 국회의 극심한 대립갈등 교착상태를 완화해 지역통합,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이기우=지방분권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간섭만 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나서서 지방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자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방문제를 중앙정부에 맡기는 것보다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실제 지난 20여 년간 중앙정부가 나서는 경우보다 지방정부가 나서는 것이 비용은 훨씬 적게 들고 주민의 만족감이 높았다. 지방의 일은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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