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강화 ‘공감’… 권한 확대 범위 ‘이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선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자유한국당은 개헌이 지방선거에 곁다리로 끼워넣는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며 광범위한 국민적 참여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올해 말까지 ‘국민 개헌’을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2월29일 여야 합의로 발족한 개헌특위는 1년간 활동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방분권개헌 국회추진단도 구성됐지만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6·13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2월 안에는 개헌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 여야 모두 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새해를 맞아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 본격 가동을 통해 신속하게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방분권 관련 쟁점과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내용 등을 살펴본다.
■ 지방분권 ‘7가지’ 쟁점
개헌특위에서 논의한 ‘헌법개정 주요의제’는 △총강 및 기본권 △정부형태(권력구조) △지방분권 △재정경제 △정당선거 △사법부 △헌법개정절차 등 7가지였다. 이중 지방선거와 맞물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지방분권’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14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내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10월26일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입법·행정·재정·복지 등 4대 자치권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시·도지사 간담회를 제2국무회의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정부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 4까지 개선하고 주민투표 확대와 주민소환 요건 완화, 국가와 지방의 사무 배분기준 마련,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추진도 거듭 밝혔다.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 개헌특위에서는 다음의 7가지 쟁점이 부각됐다. △지방자치의 확대 여부 및 수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 확대 여부 △총강에 지방분권국가 선언 여부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 △중앙-지방간 사무배분의 보충성의 원칙 규정 여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명시 여부 △기본권으로서의 주민자치권 신설 여부 등이다.
■ 연방제 수준 ‘지방자치’ 가능할까
7가지 쟁점 중 △지방자치의 확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 확대 △총강에 지방분권국가 선언 등 3가지에는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방자치의 확대 여부 및 수준’(관련 헌법 제117조 1·2항, 118조 1·2항)과 관련, 주요쟁점은 현재보다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행정권 등 지방의 권한을 확대할지 여부 및 확대할 경우 구체적인 분권수준과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방의 권한을 확대할 경우 헌법에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할지,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 또는 지역정부란 용어를 사용할지 여부 등 3가지였다. 개헌특위 논의에서 지방분권 강화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권수준과 내용이 다양하게 개진되면서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지방분권의 수준과 추진방법 등에 대해 준연방제 수준이나 최소 광역지방정부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지방분권은 바람직하나 점진적으로 접근 혹은 헌법보다는 주로 법률을 개정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광명갑)은 자치재정권 확대와 관련, “세목자체를 광역정부의 세목으로 완전히 개편하고 광역정부가 시·군에 속하는 조정교부금 권한을 넘겨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 확대 여부’(관련 헌법 제117조 1항)의 경우 주요쟁점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확대할지 여부와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경우 구체적인 수준과 내용 등 2가지였다. 개헌특위 논의에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자치입법권의 범위를 확대하고 효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자치입법권의 범위와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갑)은 “자치법률을 통한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벌칙제정은 죄형법정주의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임을 선언하는 조문을 신설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방분권을 대한민국의 국가 특성으로 규정함으로써 중앙집권적 경향을 청산하고 지방분권적 국가질서를 정립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조문으로서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항 내용으로 자문위원회 지방분권 분과에서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이다”로, 기본권 분과에서는 “대한민국은 분권형 국가를 지향한다”로 각각 제안했다.
■ 지방세 조례 도입 ‘찬반 팽팽’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 여부’(관련 헌법 제38조, 제59조)에 대해서는 지방세 조례주의를 인정하자는 의견과 현행 조세법률주의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쟁점은 현행 헌법에서 법률의 근거 없이 세금을 부과·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지방세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조례로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할지 여부였다.
‘지방세 조례주의 도입’의 경우 지방세 납부의무자는 주민이므로 지방세에 관한 한 주민대표에 의한 승인인 조례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세원 발굴로 지방재정을 확충해 주민복지 향상 및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지자체의 자주재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지방분권 이념에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조세법률주의 유지’ 주장은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할 경우 인구가 많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세원이 풍부한 대도시와 농촌지역 간 재정격차가 더욱 심화돼 지역간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심화될 수 있고, 무분별한 지방세 과세로 주민의 지방세 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 ‘사무배분 보충성의 원칙’ 헌법 반영 표류
현행 헌법에 없는 ‘중앙-지방간 사무배분의 보충성의 원칙’을 헌법에 새로 규정하자는 주장은 아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충성의 원칙이란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구의 사무로, 시·군·구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시·도의 사무로, 시·도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 각각 배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행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헌법에 직접 명시하지 않고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관련 헌법 제117조 2항), 이를 헌법에서 명시하도록 할지 여부도 신중히 접근해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헌법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주민으로서의 자치권을 가진다’고 하는 등 기본권으로서 주민자치권 조항을 새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공감대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재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