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용역비 책정 ‘민심 싸늘’
쥐꼬리 예산 실상 파악 한계 지적
포천 범시민대책위 “무마 생색용”
국방부가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주변지역 피해실상을 조사하겠다며 용역비로 1억 6천만 원을 세운 것을 두고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무마 생색용’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범대위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데 비해 국방부는 기존 방침대로 조사용역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6일 국방부와 시, 범대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범대위는 60여 년 동안 영평사격장 주변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밤낮없는 소음과 오발탄 사고 등 기본 생활권마저 침탈당하면서도 정부의 성의있는 태도를 기다렸는데 돌아온 것은 여전히 무관심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아예 영평사격장 폐쇄를 주장하고 나섰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정부를 압박했다. 그제야 국방부는 “주민의 피해 보상문제를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미군 2사단 측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차선책이 나온다면 포 사격장을 옮길 수 있다”라고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본보 2016년 6월15일자)
하지만 이후 어떤 진전도 없는 상태에서 지난해 8월24일 마을 뒷산에 포탄 두 발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9월 3일에는 오발탄 사고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국방부와 미군은 ‘포탄의 흔적은 있지만, 훈련 당시 떨어진 것에 대한 확실한 물증은 찾을 수 없다’는 조사결과를 내놔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말 국방부는 영평사격장 주변지역 소음피해 등 피해실상을 조사하기 위해 용역비 1억 6천만 원을 세웠다.
이에 범대위 측은 ‘적은 비용으로 어떻게 철저한 조사용역이 이뤄지겠느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길연 범대위 위원장은 “시와 군에서도 4억 원이 넘는 용역비를 세워 관내 군 관련시설 피해실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 국방부는 턱없이 적은 비용으로 제대로 조사용역이 이뤄지겠느냐?”라며 “생색용이고, 자기들의 입맛대로 피해실상을 만들려는 얕은꾀에 우리는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절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용역은 계약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조사용역을 하기도 전에 결과에 대해 믿지 않겠다는 것을 국방부가 굳이 예산을 들여 강행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형식적이고, 성의없는 모습은 오히려 주민들만 자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포천시와 철원군은 승진훈련장 등 군 관련시설 주변지역 피해사례를 공동으로 조사하려고 용역비 4억 2천만 원을 세운 바 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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