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영주권 문호 축소 걱정에
관련 홈페이지에 문의 글 쏟아져
경기도내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P씨(29)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하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올해 논문을 마무리하고 내년 유학을 위해 한창 준비를 하던 중에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던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서 유학길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기 때문이다.
적어도 3년은 미국에서 머물러야 하는데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을지, 행정 절차에서 퇴짜를 맞지는 않을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P씨는 “전공이 외국 학위를 수여하지 못하면 국내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아 유학을 꼭 갔다 와야 하는데 돌발 변수가 나타났다”며 “상황이 어려워지면 독일 등 유럽으로의 유학길이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이민을 준비한 A씨(38)도 트럼프 당선에 ‘멘붕’을 겪었다. 어린 시절 호주에서 10년 정도 살았고, 군대도 카투사(주한미군 부대에 배속된 한국군 병력)를 다녀왔기에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꿨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민비자도 확보했고, 자동차 정비 기능사 자격증이 있어 노동허가서를 받을 준비도 끝냈다.
적어도 내년 중순에는 수속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A씨의 생각을 모조리 뒤집어 놓았다. A씨는 “올해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난 후에는 이민 정책 등이 대폭 바뀌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이대로 준비를 해도 괜찮은지 자꾸 고민이 된다”고 답답해했다.
트럼프의 당선 후폭풍에 국내의 미국 유학 또는 이민 희망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계속 주장해온 ‘반(反)이민 정책’과 ‘미국 우월론’ 등이 유학ㆍ이민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온라인 이민 커뮤니티와 이민 정보 홈페이지 등에도 이 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한 미국 이민 정보 공유 사이트에는 “트럼프 당선으로 취업비자에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트럼프 당선으로 영주권 문호가 축소될지 걱정이 된다”는 등의 글이 수십 개씩 올라왔다.
미국 이민 전문가들도 트럼프 당선이 유학이나 이민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이민 컨설팅 회사 ‘모스컨설팅’ 이용진 미국 변호사는 “트럼프가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와 이민 정책이 전반적으로 더욱 폐쇄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선 적극적으로 이민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올해 말까지 빨리 수속을 마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