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사회·복지예산 4,356억 ‘복지도시 안산’ 그 속에 방치된 ‘母子의 비극’

우리의 무관심은 50대 어머니가 온전치 못한 아들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홀연히 하늘로 떠나는 순간까지도 몰랐다. 그런 아들을 이처럼 비정한 세상에 홀로 남겨 두고 그녀는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었을까?.

지난 5일 오후 6시10분께 119로 관내 파출소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다.

지적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 20대 아들은 아사 직전에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머니는 아들 옆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녀의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중이었고 아들은 바싹 말라 첫 마디가 “배가 고파요”였다. 사회ㆍ복지예산이 4천356억원(42.88%)에 육박하는 복지도시 안산시에서 발생한 일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서울 대치동에서 거주하다 지난 2011년 1월 안산으로 이주해온 이들 모자는 제법 여유있는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최근 3년 전쯤부터는 친인척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세상과 단절을 하고 중학교를 중퇴한 아들에게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을까?

그렇게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칩거해 오는 동안 우리와 행정은 무엇을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모자는 관할 지자체에 복지급여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개개인의 생활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는 시 관계자의 말은 왠지 현 상황을 벗어나려는 변명 같이만 들렸다.

친인척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장례는 치렀지만 그녀의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부검결과 부패의 정도가 심해 사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국과수의 판단이 무거운 마음을 한번 더 짓누른다.

남겨진 아들은 이제 친인척의 곁에서 치료를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있겠지만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간 어머니의 아픈 마음은 고스란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런 일이 복지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곁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나 자신도, 이웃도 그리고 행정도 좀더 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되씹어 본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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