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싱싱한 먹을거리 다 모였네 … 개고기 점포도 '명물'
호랑이 고기를 팔던 장이 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상인들도 알지 못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전라도에서 직접 캐온 산나물, 강원도에서 재배한 감자, 서해안에서 새벽부터 입찰해온 생선은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녀 XX만 빼고는 온갖 것이 다 있다’고 했던 곳, 전국 최대규모의 오일장인 ‘모란민속오일장’이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충청도 가서 뱃사람한테 직접 받아왔다. 자라, 잉어, 붕어, 새우, 다슬기, 피라미, 가물치, 미꾸라지, 메기…”
자신을 모란장의 ‘왕초’라고 소개하는 장순자씨(61·여)는 판매하는 생선 이름을 줄줄이 대며 “대한민국 최고의 민물생선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빨간 대형 대야 20여개에 저마다 자리 잡은 생선은 장씨 말마따나 싱싱한 모습 그대로 팔딱거렸다. 예닐곱 마리의 자라가 얽히고, 포개진 채 숨을 죽였고 미꾸라지는 이름대로 좁은 공간에서 쉬지 않고 미끄덩거렸다. 장이 서기 전날 밤 수산물 직판장에서 직접 사들인 생선만 판매한다는 장씨의 모란장 경력은 어느덧 30년을 훌쩍 넘었다. 프로페셔널한 상인답게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생선이 싱싱해야지”, 경쾌한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시끌벅적하고 분주한 장의 분위기는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지만 모란장의 특징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 부지에 3열로 상가가 세워지면서 널찍한 샛길이 두줄나 있는 데다 채소면 채소, 생선이면 생선 등 품목별로 구획화 돼 있어 장보기 수월하다.
싱싱하고 질 좋은 국내산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직접 캐온 나물과 수산시장급 싱싱함을 자랑하는 생선은 보통이다. 특히 고추는 국내산 고추에 대한 도·소매시장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새벽과 오전 중에는 수도권 지역 고추방앗간을 대상으로, 오후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수도권 고추시세를 판가름 짓는 곳으로 정평이 났던 것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상설시장인 모란종합시장과 바로 붙어 있으면서 상설시장이 되레 오일장의 덕을 보고 있다. 오일장 입구 부근 골목에 줄지어 선 기름집은 들기름과 참기름, 국내산과 중국산을 각각 다른 기계에 넣고 짜내 특유의 맛을 보장한다. 기계 속에서 깨가 달달거리며 돌아갈 때면 고소한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 나가 물어보지 않아도 길을 알 수 있다. 18년째 참기름집을 운영하는 김선자씨(50·여)“중국산, 국내산 아예 구분해서 파니까, 가짜기름이 끼어들 틈이 없죠”라며 품질을 보증했다.
오일장 입구와 붙어선 상설시장의 개고기 점포 23곳도 빼놓을 수는 없는 명물로 전국 개고기 매출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과거 불에 그슬린 개를 통째로 수십 마리씩 진열하거나 개를 방망이로 때려잡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자체변화를 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진열 및 안락사 방식을 바꾸고 일반 정육점과 같은 방식으로 개고기를 진열하고 판매하며 도축장은 보이지 않게 차단한 식이다. 29년째 개고기를 판매해온 이강춘씨(58)는 “혐오식품이라는 인식이 많아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자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서 매월 4, 9, 14, 19, 24, 29일 등 4와 9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오일장이다.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로 지하철 8호선 모란역에서 도보로 찾아갈 수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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