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혁, 쓸쓸히 떠나는 거인의 뒷모습

"10년 투병생활인지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요"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순간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불운의 스타 임수혁의 떠나는 모습이 쓸쓸하다.

 

지난 2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 도중 쓰러진 뒤,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근 10년여간 투병생활을 했던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41세를 일기로 7일 세상을 떠났다.

 

2000년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이후 롯데자이언츠는 물론,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를 응원해왔고 임수혁을 위한 모금 운동이 매해 이어지는 등 팬들 역시 오랫동안 그의 쾌유를 기원해왔다.

 

한국프로야구가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병마와 싸우고 있던 임수혁은 응급치료 단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을 뼈아프게 보여주는 동시에 선수들의 복지와 야구장의 기초시스템 갖추기에 경각심을 울린 존재였다.

 

하지만 그가 떠난 2월은 한창 프로야구 구단들이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시기. 전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는 물론 모든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중이다. 이 때문일까. 이날 강동구 상일동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임수혁의 빈소는 쓸쓸하기만 하다.

 

부친과 부인 김영주씨등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속속 조화가 도착해 빈소를 채우고는 있지만 직접 찾아와 조문하는 이들은 매우 드문 상태여서 선수시절 환하게 웃고 있는 임수혁의 영정사진이 더욱 애잔하다.

 

임수혁의 아버지 임윤빈씨는 "의사들이 처음 3년,5년을 예상했는데 오랫동안 버텨줬다"며 "이제 70넘은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좋은곳으로 가라는 말 밖에는..." 이라며 덤덤하게 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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