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등번호 연쇄이동에 등터진 이형종(?)

눈물의 역투 이형종, 눈물 머금고 양보

4년만에 이병규(36)가 복귀하면서 LG에 복잡한 등번호 연쇄이동이 일어났다.

 

LG가 13일 발표한 올 시즌 새 등번호에서 이병규는 왕년 사용하던 9번을 되찾았다. 이병규가 없던 4년 동안 다른 선수가 사용했던 만큼 복잡한 과정이 필연적이었다.

 

일단 지난 시즌 신인으로 9번을 달았던 내야수 오지환이 선뜻 이병규에게 배번을 양보했다. 오지환은 "지난해 오키나와 캠프에서 당시 주니치 소속인 이병규 선배를 만났는데 'LG로 다시 돌아가면 번호를 양보해달라'고 하더라"면서 "좋은 번호지만 특별히 원했던 것은 아니라 당연히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름다운(?) 양보 이유를 밝혔다.

 

대신 오지환은 7번을 얻었는데 이것도 다소 자의와 타의가 섞였다. 원래 주인인 김광삼이 투수로 전향하면서 22번을 원했던 까닭이다. 22번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로저 클레멘스의 번호로 김광삼의 투수 부활 의지가 담겼다.

 

원래 22번이던 좌완 서승화는 47번으로 옮겨갔다. 47번으로 LG 시절 좌완 에이스로 군림한 이상훈과 같은 공을 던지겠다는 이유다.

 

다만 원래 47번인 신인급 우완 이형종이 다소 피해(?)를 입게 됐다. 당초 이형종은 지난해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달던 29번을 강력하게 원해왔다. 사이판 재활 훈련에서도 페타지니의 재계약 여부를 국제전화로 물어올 정도였다. 페타지니와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이형종은 꿈을 이루나 싶었다.

 

하지만 재활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29번은 임자가 이미 생겼다. 다름아닌 히어로즈에서 이적해온 10년 가까운 선배 이택근이었다. 이택근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달던 번호라는 이유로 29번을 택했다.

 

결국 이형종은 20번을 택했다. 다른 선수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지만 이형종은 일단 선배들의 연쇄 이동에 밀린 형국이다.

 

이형종은 지난 2007년 서울고 시절 대통령배 광주일고와 결승전에서 눈물의 역투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 시즌 배번 선택에서도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형종은 "20승은 투수들의 영원한 로망"이라며 의연한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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