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년의 미래가 여기에…가족돌봄·고립은둔 청년을 사회로 [핫이슈]

유정복 인천시장 “지친 청년의 자립 및 사회 복귀 지원”

인천시 청년들의 미래가 빛을 내뿜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시가 지난해 2024년 8월 문을 열고, 현재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이 맡아 운영 중인 인천시청년미래센터다. 센터는 우리 사회가 비로소 주목하기 시작한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청년이 주인공이다. 이 청년들에게 ‘청춘’은 다른 세상이었고 사회 구성원이지만 섞이지 못하는 존재다. 센터는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던 청년들이 더 이상 멀어지지 않도록 붙잡았다. 지금은 버겁지만 같이 이겨내 보자고.

 

인천시는 센터에 별도 예산을 지원해 센터장을 두는 한편, 지난해 가족돌봄청년 집중 발굴 기간을 갖기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센터를 통해 가족돌봄과 외로움에 지친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센터는 인천을 비롯해 울산, 전북, 충북 등 전국 4개 지역에 시범으로 들어섰다. 현재 센터는 어느 지역보다 부지런히 청년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어떤 희망을 찾았을까? 센터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인천시청년미래센터 현판.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인천시청년미래센터 현판. 인천사서원 제공

 


■ 우리는 아픈 가족을 돌봅니다 - 가족돌봄청년


 

“누군가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 기분이에요.”

 

직장인 가족돌봄청년 A씨(28)는 ‘칼퇴’가 기본이다. 5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은 엄마를 돌보며 생계도 책임지고 있는 탓에 늘 마음이 바쁘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엄마를 돌봐야 하니 몇 년 전 우울증이 생겼다. 가끔 엄마와 외출하지만 그때 뿐이다. 여행은 언제 가봤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상황을 아는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는 것도 이제 하지 않는다. 너무 달라 내 상황을 말하기도 지치고 자존심도 상한다. 너무 힘들 때는 조금 떨어져 사는 다른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가끔일 뿐, 매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A씨다.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고 있을 때 지난해 말 우연히 센터를 발견했다. 연간 200만원의 자기돌봄비 지원도 받았다. 그 돌봄비로 자격증 학원에 등록했다. 자격증을 따서 더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려고 한다. A씨는 “세상에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미래센터를 알고 나서는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비로 쓰다 보면 나에게 쓰는 돈은 남지 않는다. 자기돌봄비가 있어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청년미래센터가 가족돌봄총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상담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청년미래센터가 가족돌봄청년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상담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가족돌봄청년들에게 ‘희망 씨앗’을

 

가족돌봄청년은 아픈 가족과 함께 살면서 주된 돌봄을 하는 13~34세 청년을 말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센터가 발굴한 청년은 439명이다. 우선 이 청년 중 중위소득 100% 이하라면 연 200만원의 자기돌봄비를 지원받는다. 자기돌봄비는 오로지 청년 본인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자조모임 ‘희망씨앗’, 돌봄·미래 코칭 프로그램, 힐링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돌봄청년 대부분 학업과 경제활동, 돌봄을 함께 하기에 주로 평일 저녁에 열린다.

 

희망씨앗은 긍정심리기반 자조모임이다. 청년들이 스스로 마음을 챙기면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청년과 소통하고 지지 관계를 만들도록 돕는 과정이다. 많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매월 10명을 새로 모집한다.

 

■ 도움이 필요하다면

 

코칭 프로그램은 돌봄, 미래코칭으로 나뉘어있다. 먼저 돌봄코칭은 청년 개인과 가족 돌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간호·간병, 건강관리 방법 등을 알려준다. 미래 코칭은 사회적으로 자립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간이다.

 

엑셀 프로그램 활용 방법, 직장인 청년 대상 직장생활 꿀팁, 자기 탐색 교육 등 취업역량 키우기 과정을 마련한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함께하는 금융 교육,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의 금융·상담 코칭 등도 있다.

 

힐링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치유하는 시간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정이다.

 

이지혜 가족돌봄팀장은 “가족돌봄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좋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홀로 있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었던 청년들이 이곳에서 용기를 얻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청년미래센터에서 고립·은둔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청년미래센터에서 고립·은둔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함께 사는 거야 – 고립은둔청년


 

5년이 넘도록 집 밖을 나서지 않았던 B씨(39)는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B씨는 “사람이 혼자 살 수는 없고 이러다 고독사로 발견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 찾아보다가 행정복지센터에서 센터 개소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규칙적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니 가족들이 반가워한다”며 “처음엔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말이 통하는 또래가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고립은둔팀을 찾아오는 청년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가까이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센터 홍보, 가족이나 지인 소개, 웹툰 등을 보고 찾아온다.

 

올해 3월 말까지 센터가 발굴한 19~39세 고립은둔청년은 모두 456명이다. 고립은둔청년으로 선정되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안내받는다.

 

인천시미래센터의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위한 일상회복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청년미래센터의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위한 일상회복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일상 회복의 시작, 가상회사 ‘미래컴퍼니’

 

프로그램은 소소한 일상과 사회적 관계 회복, 마음 치유 등을 주로 다룬다. 먼저 가상회사 ‘미래컴퍼니’는 주 5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익히고 집 밖으로 나오는 연습을 한다. 지난해 9~12월 모두 6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4개월씩 3회로 나눠 열린다. 모집 인원은 회차별 5~7명이다. 2월~5월 과정엔 6명이 함께하고 있다. 월요회의, 자기 이해 프로그램, 일상회복프로그램, 원데이 클래스, 문화활동 등으로 구성했다.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인기다. 심리상담과 미술치료, 도예 예술 치료 과정으로 꾸몄다. 전문 상담사를 배정해 개인 맞춤 상담을 하고 인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인천시청년마음건강센터, 군구 정신건강복지센터 등과 연계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 C씨(33)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로 자존감이 크게 낮아져 집과 직장 외에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로 몇 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인천시미래센터의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청년미래센터의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복귀를 위한 취업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청년들의 소통창구 ‘고은참여위원회’

 

지난 3월 ‘고은참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회는 센터 고립은둔팀 소속으로 다른 청년들의 의견을 센터에 전달하는 일을 담당한다. 위원회 이름은 ‘고립’ ‘은둔’의 앞 글자를 땄다.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 6명이 위원으로 나섰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동체에서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과정은 고립은둔을 해소하는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활동기간은 3월~12월이다.

 

■ 사회성 역량 강화 회복지원 프로그램

 

청년들의 경제활동도 돕는다. 인천시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인천북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 등과 함께하는 특강을 마련했다.

 

여기에 자립 지원 아카데미와 기업 탐방, 일 경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을 돕고 모의 면접, 컨설팅 등도 진행한다.

 

청년 10명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치유해가는 집단심리상담 프로그램 ‘우리 지금 만나’와 고립·은둔청년 자조모임 ‘우리들’, 노래로 사회와 소통하는 ‘Sing again’ 등 흥미로운 과정으로 청년들을 만난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퀘렌시아 전경. 인천사서원 제공
인천시청년미래센터의 마음이 쉬어가는 곳, 퀘렌시아 전경. 인천사서원 제공

 

■ 마음이 쉬어가는 곳, 퀘렌시아

 

지난해 12월 퀘렌시아 공간이 문을 열었다.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하는 공간, 치유 공간을 뜻하는 말이다.

 

인천IT타워 10층 957.39㎡(290평) 전체에 조성한 공간은 가족돌봄, 고립은둔청년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들어서자마자 수봉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대로 앉아 쉬어가도록 의자와 테이블을 여러 개 마련했다. 공간 한쪽엔 커다란 조리대가 있어 불을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조리가 가능하다.

 

퀘렌시아 가장 안쪽엔 작은 방 4개로 이뤄진 독립공간이 있다. 기본 2시간 이용할 수 있다. 퀘렌시아 맞은 편엔 방음벽을 설치한 상담실 4개와 10㎡ 안팎의 프로그램 실 3개가 있다. 공간이 넓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조윤정 고립은둔팀장은 “가족돌봄청년들은 삶이 힘들어서, 고립은둔청년은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는 게 어려워서 집 밖을 나가는 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퀘렌시아는 마음 편하게 언제든 찾아오면 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이만한 공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 신청방법

 

센터가 운영하는 가족돌봄, 고립은둔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청년온’ 홈페이지에서 상담을 신청한다. 여기에 작성한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센터 담당자가 전화나 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가족돌봄청년 기준은 13~34세로 아픈 가족의 상태, 동거 여부, 돌봄전담 여부 등을 확인한다. 상담 후 가족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다는 사실, 동거 사실을 증빙하는 자료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중위소득을 확인한다.

 

고립은둔청년은 19~39세로 고립·은둔 척도검사 후 고립·은둔 기간과 현재 상황, 고립 이유, 필요한 서비스 등을 상담한다. 상담 후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으로 선정하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지원 및 프로그램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센터로 전화 문의할 수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0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