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숙 ㈔한국관광개발연구원 실장
벚꽃엔딩.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이 노래를 올해는 유독 듣기가 힘들었다. 그간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혼란과 항공기 사고, 대형 산불 등으로 인해 전 국민이 봄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가슴 졸이던 시간이 지나고 진짜 봄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때마침 이번 주부터 수도권은 본격적인 봄꽃 개화기에 돌입한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아픔을 생각하면 봄 꽃놀이를 논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봄꽃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과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선조들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화류, 화전, 화취, 답청놀이로 불리는 봄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화류놀이를 ‘음력 3월 무렵 화창한 봄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서 하루 종일 즐기는 민속놀이, 세시풍속’, 화전놀이는 ‘진달래가 피어나는 춘삼월에 여성들이 인근의 산천을 찾아 벌이는 집단적 놀이활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봄놀이는 진달래, 살구꽃, 복사꽃이 필 무렵 절정을 이뤘고 단순히 꽃 감상에 그치지 않고 시와 가무를 함께 즐겼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봄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시와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봄꽃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은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라면 저마다 나만 아는 봄꽃 명소 한두 곳쯤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좀 더 색다른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일본 에도시대로 떠나 봄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종종 왜색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오해받지만 이곳은 원래 일본 로케이션을 대체하기 위해 조성된 촬영 세트장으로 미스터선샤인 등의 시대물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타 지역의 촬영세트장과 달리 모든 시설물을 카페, 전시장, 숙박시설 등으로 실제 활용해 수준 높은 전시와 일본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봄에는 쇼죠마쓰리가 개최돼 좀 더 색다른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인천 강화군의 북문길은 인천관광공사가 선정한 10대 봄꽃 명소 중 한 곳으로 벚꽃의 개화 시기가 늦고 야간조명이 설치돼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고려시대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강화산성 북문에서 고려궁지까지 아름드리 벚꽃터널 구간을 지나 강화군의 원도심으로 내려오면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이화견직 담장길, 소창기념관, 조양방직 카페 등 우리나라 근현대의 이야기를 품은 장소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강화군의 이색 먹거리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과 함께한다면 더욱 특별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삼국시대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연천군의 호로고루는 봄꽃은 아니지만 청보리밭과 주상절리를 함께 볼 수 있는 봄여행 명소로 6·25전쟁 이전 번성했던 고랑포구 일대의 역사와 이후 분단된 한국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또 예부터 복사골로 유명한 부천시는 3대 봄꽃(진달래, 벚꽃, 복사꽃)과 튤립, 장미를 릴레이로 즐길 수 있는 봄꽃관광주간을 운영 중으로 좀 더 오래 다양한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곳곳의 수목원들도 수선화 등 봄꽃을 테마로 축제와 이벤트를 운영한다고 하니 인근의 봄꽃 명소를 찾아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물론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사람들과 자연을 돌아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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