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국민주권·사람 중심’ 관광 시대 열자

지역 고유자원 활용... 콘텐츠 개발 ‘차별화’
주민 삶·문화 초첨 맞춰 스토리텔링 관광을

image
정란수 미래관광전략연구소장·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

경기도 지자체의 여러 관광지를 갈 때마다 느꼈던 것은 비슷한 시설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본 것과 똑같은 레일바이크가 있고 또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던 것과 거의 동일한 출렁다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국내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것이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레일바이크, 출렁다리, 스카이워크, 집라인이 반복되는 현실 말이다. 마치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원 프랜차이즈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벤치마킹’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 있다. 성공한 다른 지역의 관광시설을 보고 “우리도 저런 것을 만들자”는 식의 접근이 전국을 하나의 복사본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진정한 벤치마킹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의 어원을 살펴보면 측량할 때 기준점을 표시하는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나온 말로 자신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다른 곳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되 우리 지역만의 고유한 자원과 특성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관광의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사람’이다. 제주도 ‘해녀의 부엌’을 떠올려보자. 이곳의 특별함은 화려한 시설이나 최신 기술에 있지 않다. 1970•80년대 해녀 할머니들이 직접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음식을 만들고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방문객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해녀 할머니들의 삶과 지혜를 경험하게 된다. 방문해 해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최근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절로 생각난다. 이는 관광의 본질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관광객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인스타그램용 인증샷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의 진솔한 만남과 교류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인 것이다.

 

경기도만 해도 수원 화성의 역사적 가치, DMZ의 생태적 특수성, 이천 도자기의 전통 기술, 가평의 청정 자연환경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유 자원을 바탕으로 그 지역만의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관광객들은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시설은 비슷할 수 있어도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은 절대 복사할 수 없다.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 그들만의 이야기를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의 열쇠다.

 

다행히 최근 출범한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국민이 주인이 돼 다양한 경험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관광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관광 목적지로서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몇 가지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먼저 지자체의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시설 개발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관광시설 개발 시 반드시 지역 고유성과 차별화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원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지역주민들의 관광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관광의 본질이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그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스토리텔링 교육, 서비스 마인드 교육, 외국어 교육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관광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지역 간 관광 콘텐츠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유사한 시설의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의 획일화된 관광 개발은 이러한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와 함께 이른바 복사·붙여넣기식 관광에서 벗어나 국민주권과 사람 중심의 관광 시대를 열어가길 희망한다. 이것이야말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