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대립 지배한 분열의 정치, 우리의 선택이 ‘통합의 시대’ 견인 새정부, 정의 실현·정치 안정 추구를... 정치권 성숙한 자세·국민 참여 필요 과도한 민주주의적 요소 해소하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 지혜 모을 때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후 우리 사회는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격변을 마주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고, 오랫동안 쌓여온 갈등과 정치적 양극화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거리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져 극렬한 대립의 한복판에 서 있는 중이다.
우리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대선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합’이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상관없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다.
오늘은 그 시작인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바로잡고,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방향을 정하는 가장 평화롭고 강력한 방법인 투표. 투표는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일이 아니다. 한 표 한 표가 모여,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갈지 정하게 된다. 헌법을 지키고, 상처받은 공동체를 치유하며, 다시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 첫걸음이 투표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계기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 그 방향을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예정에 없던 대통령 선거가 3년 앞당겨 치러지게 됐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축적된 우리 사회의 상처와 갈등이 드러난 충격적인 사태다. 오늘날까지 보수는 상대를 ‘친북 좌파 이념’을 가진 대상으로 간주하고, 진보는 운동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모든 문제를 투쟁과 쟁취로 해결하려 한다. 이번 사태는 이념, 세대, 지역을 가르는 극단적 대립과 소통 대신 호통이 지배해온 정치 문화가 빚어낸 결과다.
그러나 절망에 머물 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투표로 통합을 이뤄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이 초래한 폐해를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번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87년 체제 속 대통령과 입법부의 절대 권력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투표소에서 만나자. 우리의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며, 상처 입은 공동체를 치유하는 힘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위기를 극복해냈고, 이번에도 더 강해질 수 있다. 우리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통합의 시대로 이끌 것이다.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적 극단에 서 있지 않은 중도층, 즉 ‘조용한 다수(silent majority)’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갈망하고 있다. 이들은 정의 실현이나 책임 추궁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일상의 삶을 영위하기를 원한다. 정치적 불안정은 곧 경제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개인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소비는 감소하며, 전반적인 경제 활력도 저하된다. 한국 경제가 이미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 감각이다. 정의 실현과 정치적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성숙한 자세와 국민의 참여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은 완벽한 합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공존의 길을 찾아가는 집단지성에 있기 때문이다.
■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이번 선거는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현재 한국 사회에 과도하게 분출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가 해소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최근 몇 년간 국가 리더십이 무너지고 정당 정치가 붕괴되면서, 대의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태극기’, ‘촛불’ 등의 이름으로 거리의 정치가 대의 민주주의를 위협해 왔다. 이는 국가 에너지의 낭비로 이어졌고, 사회 분열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둘째, 대선은 흔히 ‘전망적 투표’로 불린다. 이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경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선거 과정에서 후보 간 무의미한 상호 비방이 이어진 점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미래 이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특히 트럼피즘, 국가 이기주의의 확산, 세계적 기후 위기, 북한 문제의 장기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높은 상호 의존성을 지닌 만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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