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홍 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
6월20일은 세계난민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 관련 조항을 신설했고 2012년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그러한 공포로 인해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상주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무국적자를 말한다. 박해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국제사회가 난민을 비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심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어 진정한 난민을 신속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 건수는 1만8천336건으로 1994~2015년 건수(1만5천250건)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 심사종료까지 평균 4년 이상 소요된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민심사가 종결된 누적 건수(9만4천391건) 중 이의신청 건수(4만8천563건)의 비율은 51.4%로 높다.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2023년 난민소송은 전국 법원 행정 사건 중 약 20%를 차지하고 2023년 기준으로 1심 행정 사건 중 난민 사건의 비율은 13.4%, 2심 26.2%, 3심에선 41.8%에 달할 정도로 상소 비율이 다른 사건보다 높다. 또 2018~2023년 난민소송을 통한 난민인정 비율은 약 0.3%로 같은 기간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 사건의 평균 승소률 10.1%에 비해 매우 낮다.
난민 심사·결정이 지체되는 것은 ▲국적국의 정황, 난민요건 충족 여부 등 심사에 많은 시간 소요 ▲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강제송환이 금지되고 난민신청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취업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이의신청, 쟁송 등의 남용 사례가 증가하는 점 ▲난민심사 전담공무원 양성과 확충, 쟁송제도 개편 같은 조치가 미흡한 점 등에 기인한다.
난민쟁송제도 개편과 관련해 우선 독립적 심판원을 설치, 행정심판을 먼저 거치게 하거나 행정심판과 동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최소한 제1심의 경우 난민전담법원을 신설함으로써 난민사건을 집중 심리토록 해야 한다. 난민이 다수 발생한 국가 출신이고 사회적 지위와 활동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서류심사만으로도 난민 인정 가능성이 있는 사건과 패소판결이 확정된 후에 사정변경 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소권 남용 사건은 우선 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신속 처리해야 한다.
둘째, 소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제2심부터 특별한 사실적 또는 법적 어려움이 없는 사건은 대면심리 없이 간이 소송 절차에 따라 행정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특히 난민 관련 간이 소송 절차의 경우 1개월 이내에 대면심리 없이 소송을 종료할 수 있다. 또 명백히 근거없는 난민 신청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본안심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제1심 소송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경우 제1심 결정이 상급법원 판결(근거)과 다른 경우 또는 소송 절차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 미국은 입국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난민신청을 하지 않다가 이후에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신청을 한 경우 난민신청이 불허됐음에도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신청한 경우 또는 국가 간 협정에 따라 안전한 제3국으로 출국시키는 경우에는 처분청은 난민신청 접수를 거부할 수 있고 법원이 그 접수 거부의 적법성을 심리한다.
또 연방행정소송규칙에 따라 법원은 부당한 소송에 대해 소송 비용 담보 제공, 제소 금지 등을 할 수 있다. 영국은 제소 금지와 함께 높은 소송비용을 청구한다. 반면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처분청이 패소하면 기속력을 인정해 처분청이 그 판결의 내용에 따라 처분해야 하지만 난민 신청자가 패소하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토록 규정돼 있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한 소송제기에 대해 판례로써 심리 없이 기각판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간이 소송 대상과 절차를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 기판력에 반한 소송 제기를 각하 사유로 명시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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