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학교 내 갈등’ 해법 찾아야 한다

교육활동 침해행위·악성민원 엄중 조치
정부 차원서 실효적인 해결법 고안해야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 연구소 변호사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 연구소 변호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5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수업권을 위한 ‘교권’이 강화됐는가. 학교 내 갈등은 줄어들었는가.

 

지난 14일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총 4천234건으로 서이초 사안이 있었던 2023학년도 5천50건에 비해 일부 감소한 편이나 2021학년도 2천269건, 2022학년도 3천35건에 비해서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소위 교권보호 5법이 개정·시행되고 다양한 보호 정책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무적으로 교육활동 침해행 위는 피해 교원의 공식적인 신고를 통해 사안 처리가 진행된다는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수치는 건수 자체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자인 학생이나 보호자와의 관계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이나 보호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었다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까지 오지 않았을 사안도 많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제주 한 중학교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안이 또 발생했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 또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현장에서 일부 학생들의 심각한 수업 방해나 보호자로부터의 악성민원은 오롯이 교사 개인이 받아내야 하는 구조다. 학생 및 보호자가 의견을 개진하거나 한두 번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 자체를 모두 나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나 충분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민원, 건전하고 통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속적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악성민원으로 보고 더 이상 해당 교사에게 직접 접촉(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악성민원이나 특이민원으로까지 치닫지 않기 위해 학교(교사)와 보호자 간 이뤄지는 일상적인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일부 학생 및 보호자가 악성민원, 특이민원을 일상적인 소통이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가 우리 아이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강력한 안내와 교육, 그리고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엄중한 대처는 분명 필요하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보복성 등으로 이뤄지는 악성민원 제기, 아동학대나 업무상과실치상 신고(고소) 단계의 허들을 높일 필요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학교 내 갈등이 교육활동 침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 간 이뤄지는 학교폭력 사안에 있어서도 학교 내 갈등은 꽤 위험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받은 사안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사법부조차 학생들 간 갈등이나 다툼, 학교폭력에 있어 법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학교 안에서는 교육적 해결의 회의론이 들려온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학생들 간 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그럼에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한 조정이나 중재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학교 현장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학교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 이뤄지는 다양한 갈등(교육활동 침해 행위, 학교폭력 등)의 해결을 지원해줄 17개 시·도교육청 단위의 분쟁해결센터 건립 등 보다 실효적인 정부 차원의 방법을 고민해보자. 더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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