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딥테크 분야 글로벌 기술혁신 경쟁 속 과학기술 인재 부족... 위기 봉착한 한국 이공계 기피·의대 쏠림·인력 해외 유출 등 해결 위해선 ‘파격적 지원’ 정책 마련해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Deep Tech)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를 비롯한 최신 첨단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혁신의 결과물이 곧바로 막대한 규모의 신시장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을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이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현재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전의 자원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분야는 기술혁신의 많은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와 알고리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술혁신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딥테크의 발전은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재다.
자원이 부족한 경제적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사람의 힘’이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한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해외 유학 지원,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들의 연구 환경 제공을 위한 과학기술 출연연의 설립, 기업 부설 연구소의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핵심적 요인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출연연의 혁신 성과들이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자력,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이 기술 창업에도 뛰어들면서 출연연은 현재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는 여러 이유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고 인재들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가 심화하면서 양과 질의 모든 면에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구 인력 부족 규모는 2024~2028년 약 4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불과 5년 만에 약 60배 급등한 수치다. 여기에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낮은 처우, 사회적 인식 저하 등의 문제로 인력의 해외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어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딥테크 분야의 인재 부족이 더욱 심화하고 국가 경쟁력도 추락할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와 인력 양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공계 대학생 및 박사 후 연구원 처우 개선을, 김문수 후보는 AI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을, 이준석 후보는 전문 기술 석·박사 양성을 위한 인재 공급 구조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우리는 ‘심각한 인재 부족’이라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개발기에 정부가 했던 것과 같이 ‘사람’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수한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연구 환경이나 주거,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인 미국 이상의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그야말로 이전에 없었던 파격적인 지원책 말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변화가 아닌, 근본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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