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K-뮤지컬 펼칠… 탄탄한 꿈의 무대 키울 것”

바야흐로 뮤지컬 열풍이다. 해외에서 비싼 값에 들여와 일부만이 누리는 공연으로 인식됐던 뮤지컬이 창작의 시대, 800만 관객 시대를 거치며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을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 됐다. 뮤지컬 관련 일자리와 학과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뮤지컬 산업은 어떤 고군분투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안착했을까. 노래와 영화, 드라마, 소설에 이어 세계시장에서 한국문화 열풍을 잇는 또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을까. 2021년부터 ㈔한국뮤지컬협회를 이끄는 이종규 이사장은 “뮤지컬 산업진흥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창작자들의 끊임없는 열정이 이어진다면 한국 뮤지컬은 단순한 향유의 문화 예술을 넘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큰 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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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현 상황과 과제, 미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Q. 제11대에 이어 12대까지 한국뮤지컬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있다면.

A. 우선 협회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 협회가 주최하는 한국뮤지컬어워즈가 대한민국 뮤지컬 페스티벌로 확대됐다. 지난 1월 제9회 행사가 열린 가운데 10주년을 올해 준비하게 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 

 

이와 함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작자 육성’ 사업을 4년 연속 맡으며 창작의 토대를 튼실히 다졌고 2년 전 ‘국제뮤지컬 콩쿠르 사업’을 출범해 뮤지컬 꿈나무들이 국제무대에서 꿈을 키우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제1회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협회가 함께했는데, 젊은 친구들의 끼를 발산할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재밌고 뜻깊었다.

 

Q. 한국 뮤지컬 산업의 성장세를 설명해 달라.

A. 현재 뮤지컬 산업의 시장 규모는 4천500억원대에 안착했다.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1년께 2천억원 규모에 도달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져 1천억원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2022년에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며 곧바로 4천억원 선에 안착하며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등이 컸다. 공연과 라이브 예술에 대한 갈증이 누적돼 있다가 폭발적인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Q. 한국에 뮤지컬이 뿌리내린 게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규모가 15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성장 요인은 무엇인가.

A. 인프라와 콘텐츠 두 축이 고루 성장했다. 우선 공연예술은 공급이 있어야 소비가 따라온다. 신규 공연장에 해외 창작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2011년 처음으로 뮤지컬 산업이 2천억원을 돌파했는데 그해에 서울에 전문 뮤지컬 공연장인 블루스퀘어와 디큐브아트센터가 각각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소비를 끌고 왔다. 두 번째, 콘텐츠 측면에서 우리나라 제작자들의 도전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지원이나 뒷받침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뮤지컬 뿌리를 심고 해외 시장도 개척 중이다.

 

Q. 예전엔 대작 위주였다면 최근엔 중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도 성행하고 있다.

A. 해외의 유명한 작품을 서로 국내로 들여오려 경쟁한 시기가 2000년대 초반이다. 이 시기에 국내 뮤지컬 시장의 기초를 닦았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등의 작품을 비롯해 라이선스 대작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인프라를 추가 공급하면서 해를 거듭하며 창작물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명성황후’를 필두로 2009년 ‘영웅’, ‘광화문 연가’, ‘프랑켄슈타인’, ‘그날들’, ‘웃는 남자’ 등 창작 뮤지컬이 대극장에서 상연됐다. 요즘엔 창작 뮤지컬 신작이 한 해에 30~40편 나온다. 지난 1월 어워즈 창작 초연에 출품된 작품만 34개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창작 초연 출품작이 연간 10편 내외였는데 초연작이 급증했다. 

 

인프라와 콘텐츠, 중소 극장의 물량들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면서 급성장한 것이다. 이 기세가 갑자기 꺾이진 않을 거다. 이러한 바탕에서 뮤지컬 산업 규모는 이제 5천억원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거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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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 한국 뮤지컬 산업의 현 상황과 과제, 미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Q. 급성장한 만큼 부작용도 있지 않나. 높은 제작비, 부익부 빈익빈, 스타 캐스팅 의존, 프로덕션의 열악한 수입성 등이 문제로 뒤따르는데.

A.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이를 해소하려면 창작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중소 공공 공연장이 필요하다. 특히 신작은 리스크가 있지 않나. 그동안 블루스퀘어와 샤롯데, 디큐브 등 대극장 이 외에 대학로를 중심으로 꽤 좋은 중소 공연장이 리모델링되거나 공급됐다. 급증하는 창작 뮤지컬 초연이 잘돼야 부익부 빈익빈이 줄어들고 국가적인 콘텐츠 대작도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다. 

 

또 우수한 창작자 양성과 제작 투자펀드 등 뮤지컬 전문 펀드 등의 투자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뮤지컬 산업진흥법 제정이다.

 

Q. 뮤지컬 산업진흥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2024년 6월 국회에 상정됐다. 뮤지컬 산업 진흥을 의무로 규정하고 그 아래 사업 조사 연구, 인력 양성, 인프라 확충, 저작권 보호, 수출 지원, 전담 기구 지정, 국가의 재원 확보 등이 주요 골자다. 전체 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자는 거다. 뮤지컬은 그동안 공연법에서 연극의 하위 장르로 분류돼 있다가 2023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으로 법령상 처음 명시됐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 정책 발표를 보면 여전히 예전의 공연법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다. 뮤지컬법으로 산업의 데이터 및 산업 효과 측정, 데이터 및 히스토리 관리 부분을 일원화해 지원하고 효과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뮤지컬 진흥의 파급효과는 국제 경제에 이바지한다.

 

Q.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확신하는 근거가 있나.

A. 케이팝, K-무비, K-드라마에 이어 K-클래식까지 세계에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을 합친 장르가 뮤지컬이다. 춤과 노래, 연기, 무대예술, 오케스트라, 가상현실(VR), 첨단영상기술 등이 가미된 종합예술이다. 뮤지컬을 한 번 올리면 100~200명의 인력이 달려 든다. 또 세계시장에 수출하면 국가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할 수 있다. 지원 시 흥행과 산업 확장에서 장기 지속성이 충분히 있다. ‘오페라의 유령’ 등 잘 만든 뮤지컬 하나가 수십년간 리바이벌되면서 새로운 배우와 연출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관객을 창출하면서 천문학적인 수입을 가져오는 오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 열매는 국가 콘텐츠산업 경쟁력을 이바지 하는 데 쓰인다.

 

Q.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상황이 궁금하다.

A. 특히 일본, 중국에서 한국 작품의 IP를 많이 사간다. 영미권 중 브로드웨이에선 ‘어쩌면 해피엔딩’, 웨스트엔드에선 ‘마리퀴리’ 공연을 했다. 이 외에 지속적으로 수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뮤지컬 전담 진흥법을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정부에선 장르가 워낙 많다 보니 장르 전담 기구 설립이 부담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앞서 말했던 산업적 잠재력이다. 업계의 이익에 머무는 것이 아닌 국가 전체 경제에 기여하는가, 부가가치를 가져오는가를 봐야 한다. 영화의 경우 1999년 정부가 영화진흥위원회를 설립해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고 투입하면서 하나의 장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지원과 진흥책으로 K-무비가 성장하고 발전했다고 본다.

 

Q. 지난해 협회와 경기문화재단의 ‘제1회 경기대학생뮤지컬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사업의 의의와 결말을 평가한다면.

A. 재단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을 했다. 경기도에 뮤지컬과 직간접적 관련된 학과가 60개가 넘는다. 첫 행사인데도 뜨거운 참여 열기와 높은 수준에 놀랐다. 대학생들이 좋은 공연장에서 경연을 펼치고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와서 심사를 해 기량을 평가받고 또 이를 위해 오랜 기간 열정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상당한 에너지를 일으킨다. 개인은 물론이고 해당 학과에 기량이 개선된 노하우가 쌓일 거다. 

 

이러한 여정 후 마침내 전문 무대에 설 수 있다. 한국뮤지컬협회가 프로그래밍과 심사 전반에 참여할 수 있어 매우 보람을 느꼈다.

 

Q. 뮤지컬은 아직 ‘서울의 이야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경기지역에서도 관련 학과 등과 연계해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A. 서울에 집중됐다는 것은 공연 소비와 함께 생산 역시 집중된 것을 의미한다. 과연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고민거리다. 지역 브랜드에 너무 집착한 목적 사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가 난립해서도 안 된다. 거점별 단계가 필요하다. 

 

특히 경기도엔 주요 권역별로 좋은 공연장이 많다. 광역재단과 기초재단이 어떻게 상호 협력하며 시너지를 낼 것인가가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경기대학생페스티벌 등의 사업을 지속하면서 도내 학생들에게 기회를 듬뿍 주고 장기적으로는 창작자들을 위한 트랙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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