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무전공 입학 시대, 대한민국의 교육

황종원 단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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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국내 대학가의 풍경은 자못 이채롭다. 전국 대다수 대학가 처음으로 무전공 입학생을 수백명씩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무전공 입학은 작년 이맘때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 교육 분야의 이슈 가운데 하나였는데 어느덧 대학에는 특정 전공을 정하지 않은 대학생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는 문과대학, 공과대학 등의 계열 구분이 전혀 없이 완전히 자유전공학부 학생처럼 입학한 유형의 학생들도 있고 특정 계열은 정하고 들어온 무전공 입학생도 있다.

 

현 정부가 애초에 이 입학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미래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서였다. 산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융합 기술의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이것이 하나의 새로운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치열한 입시 경쟁 교육으로 중·고등학교 때 적지 않은 학생이 전공 탐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도 이 제도 추진의 또 다른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 제도는 제안 당시부터 여러 반론이 있었다. 무엇보다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무전공 입학생들이 결국 특정 인기 학과로 몰릴 게 뻔하고 그로 인해 인문학이나 순수과학 분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우려였다. 그리고 그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입학 직후 무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공 선호도 조사 결과 상경대와 공과대 등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은 매우 심했다. 또 1년 후 무전공 입학생들이 전공을 정하고 나면 이들은 기존 전공별 입학생들과 학습 내용에 아무 차이가 없어진다. 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애초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물론 무전공 입학제도는 잘만 보완하면 좋은 제도로 안착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계열 구분 없이 모집하는 무전공 입학제도의 경우 명실공히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적어도 완전히 다른 두 계열의 학문, 예컨대 철학과 컴퓨터 공학, 국어국문학과 언론학 등을 필수적으로 심화 탐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계열별로 입학하는 학생들도 계열 내의 여러 학문을 두루 배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의 협소한 전공만이 아니라 인접 학문에 대해서도 폭넓은 지식과 소양을 갖춘 인재로 자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년간 끊임없이 제안되는 새로운 교육제도의 시행을 경험하면서 갈수록 깊이 절감하는 문제의식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현재의 이런저런 교육 혁신 제안이 과연 정말 우리의 교육을 혁신으로 이끄느냐다. 우리 교육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누구나 인지하듯 어릴 적부터 거의 ‘아동 학대’ 수준에 가까운 ‘지옥’ 같은 입시경쟁이다. 이 문제를 상당한 수준에서 완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교육의 혁신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상공업사회에 단지 적응할 뿐인 인간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주된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육이 현존 경제 질서를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지만 시장경제의 ‘노예’가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의 최우선 목적은 시장의 융성이 아닌 인간을 인간답게 기르는 데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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