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명산인 지금의 심학산(深鶴山) 명칭은 당초 일제가 심악(深岳山)이던 것을 식민지배를 위해 심학산으로 창지개명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창호 파주시의원은 지난 5일 파주시민네트워크(대표 김성대)가 파주시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주최한 을사늑약 120주년, 광복 80주년 ’심학산, 이름 누가 바꿨나‘ 시민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최 의원은 발제에서 “심악이 음운 현상에 따라 심악, 수막, 심막, 심학으로 이형이 생겨 명칭이 바뀌었을 가능성 하나와 일제의 창지개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여러 문학작품과 고지도에서 심악산의 명칭을 확인할 수 있다”며 “ 지난 1913년 일제강점기에 지금의 심학산 명칭이 조선총독부 ‘조선전설급동화’에서 처음 기록됐다. 이는 풍수적 명당인 심악산 명칭을, 식민지배를 위해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료를 면밀히 검토해 일제에 의해 개명된 심악산이 원래 명칭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잊어진 심악 문화 지형의 역사·문화적 기억을 되살리고, ‘심악산’의 가치와 위상이 제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이재석 DMZ 생태평화학교장은 “심(深)이라는 글자가 깊다는 뜻으로 심학강의 이름과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공릉천의 다른 이름인 보심천과도 연계된다. 심학산의 심자가 깊을 신자를 쓰는 것이 동일하다”며 “ 다양한 명칭이 존재하며 구전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기에 심학산이 현재 시점에서 반드시 폐기 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기상 파주위키 대표는 “일본제국주의가 음가가 비슷한 명칭으로 교묘하게 심악산 이름을 바꾸었다”고 지적하고 “1984년에 파주시에서 발간한 파주군사까지는 ‘심악산’으로 표기돼 었지만 1995년 파주군지부터는 ‘심학산’으로 변경됐다. 2007년부터 심학산 돌곶이 꽃축제를 추진하며 심학산 둘레길에서 이름이 고착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차문성 파주학연구소장은 “1913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전설급동화는 당시 조선의 문화와 전설을 채록하고 조사하는 과정이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으며 과정을 볼 때 향촌의 이야기를 채록하는 수준이었다. 조선과 일본의 공통적 분모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것 자체로 창지개명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심학산 명칭은 1955년 심학국민학교 개교와도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며 지도와 행정개편 자료를 검토할 때인 1955년도 지도에서 심악으로 표기하던 것을 1965년도 지명조사표에 심학산으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통해 우리는 공식·비공식적으로 병행해 심학산 명칭을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1974년 지도에서는 심학산이 명기돼 있기에 심악산 지명 회복은 정체성을 찾는다는 의미에서는 동의하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주 파주에서 편집장은 “고려시대부터 사용해 온 심악산 명칭으로의 변경은 역사적인 근거로 보아도 타당하며 관련 논문을 근거로 연구 활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석자 질의시간을 통해 교하동 주민자치회 박용호 회장은 “일제에 의한 것이라면 추후 활동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주마을공동체네트워크 김성희 운영위원은 “심학국민학교 개교 시 명칭변경을 위한 위원회 회의록을 찾아 검토하면 심학의 명칭에 관한 당시의 인식을 확인 할 수 있다”며 “1990년 초반은 지역 사회 교과서를 초등학교에서 만들면서 지방자치제도와 함께 지역의 스토리를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며 심학산에 학이 날라왔다는 내용도 이때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토론회를 주관한 파주시민네트워크 김성대 대표는 “1965년 지명조사표에서 ‘심학산’ 명칭, 1974년 지도에서 ‘심학산’ 명칭이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심학산의 지명이 사용된 것의 원인을 찾는 과정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명칭은 사회, 문화, 전통을 기반으로 지역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심학산 및 파주 지역의 지명에 관한 논의를 심화시키고 교하 지명을 비롯해 지명의 의미를 찾고 올바른 표기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2차 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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