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생명력이 다시 꽃피우는 봄이 온다.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하고 싶지 않은가. 따뜻하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만끽하고 싶은 봄의 시작 즈음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들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하이든은 생의 대부분을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음악감독으로 고용돼 성실하게 일하며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 올렸다. 니콜라스 에스테르하지가 세상을 떠난 후 거의 60세가 돼서야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벗어나 빈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던 하이든은 이때 런던의 음악흥행사 잘로몬의 초청을 받아 런던 청중을 위해 93번에서 104번까지 소위 런던교향곡을 작곡했다. 이 12개의 런던교향곡은 하이든 교향곡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걸작이다.
런던교향곡 중 느린 악장의 약박에 갑작스러운 포르티시모의 음향 효과를 넣어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집중력을 사로잡은 94번 놀람교향곡은 새롭고 신선한 요소를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100번 군대교향곡은 2악장 알레그레토에 이전까지의 교향곡 편성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고전주의 시대 교향곡으로는 획기적인 다양한 타악기가 등장한다. 트라이앵글, 심벌즈, 베이스드럼이 등장하고 트럼펫은 군대 신호를 연상하게 하는 팡파르를 연주한다. 4악장의 주요 선율은 영국민속무곡집에 실렸을 정도로 이 교향곡은 런던 청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또 101번 시계교향곡은 2악장에서 시계추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반주음이 끊기지 않고 그 위로 하이든 특유의 소박하지만 우아한 선율이 따뜻하게 노래한다.
이처럼 런던교향곡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과 특유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면서도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답게 탄탄한 구성미와 연륜이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따뜻한 인품과 모범적인 통솔력으로 ‘파파 하이든’이라 불리던 그의 품격이 배어 나오듯 담겨 있어 시작되는 봄, 누구나 듣기에 매력적인 작품이라 확신하며 선뜻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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