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평택대 중국학과 교수
우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과 지경학적 특징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문장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호전적인 팽창정책을 전개하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압력을 구사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비대칭적 전쟁(Asymmetric Warfare)’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대칭적 전쟁은 서로 다른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가진 두 세력이 군사적 충돌이 아닌 비정규적이고 창의적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22년 등장한 챗GPT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고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이 영원한 승자의 자리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1월27일 갑자기 딥시크(DeepSeek)란 이름의 앱이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에서 1위를 달성하고 챗GPT를 2위로 몰아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를 만들기 위해 1천700명의 연구자가 개발에 투입된 것에 비해 딥시크는 단지 200명의 토종 중국 기술자들이, 그것도 30분의 1의 가격과 1년 반 만에 완성했다. 이 모델이 공개되자 미국의 기술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했고 엔비디아의 주가가 17% 폭락해 하루 만에 6천억달러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군사, 사회적 전방위적인 비대칭적 전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단순한 군사적 패권 경쟁을 넘어서는 전방위적 안보 경쟁으로 글로벌 질서와 각국의 외교 정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바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나 언론에서는 한국이 고래 싸움의 새우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 표현은 너무 극단적이거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서 핵심적인 영역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또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이니 스스로를 새우로 표현하는 자조 섞인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에 우리는 우리의 지위와 영향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정책을 펴고 강대국 간의 갈등 속에서도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정책을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이라고 하는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통적 동맹국과 필요에 따른 이익을 위해 다른 강대국과의 협력도 놓치지 않는 스마트함과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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