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원 경기일보 지역사회부 기자
‘빛 좋은 개살구’. 겉으로 보기에 좋지만 내실이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 속담이다.
안산시가 2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들이고도 개장도 못한 채 준공한 생존수영 체험전용 수영장이 이 속담과 많이 닮았다.
안산시는 ‘세월호 참사’ 이후 2019년 9월 어린이들 스스로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하겠다며 차별화 정책의 하나로 해당 수영장 조성사업을 계획했다.
당시 시는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상록구 사동 호수공원 내 이미 조성된 야외수영장을 실내수영장으로 개선해 사계절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강풍과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에어돔 형태로 유사시 재난대피시설로도 사용해 공공체육시설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명분도 더했다.
그러나 과연 ‘세월호의 아픔이 남아 있는 안산에 생존체험 전용 수영장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통해 생존수영교육 확대는 물론이고 해양안전문화 정착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내린 눈이 에어돔 지붕에 쌓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에어돔에 침하가 발생한 데다 에어돔에 쌓였던 눈이 미끄러져 내리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에어돔 막재가 찢어졌다.
결국 시민들이 사계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자연의 무게로부터 안전한 에어돔 체험전용 수영장의 지붕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침하하자 시는 내부에 철골조를 설치하는 방안 등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이 공사를 수주한 업체 관계자에게 “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공사가 힘들 것”이라고 강요했고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6개월여 동안 수사를 거쳐 해당 공무원과 수혜를 입은 관계자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생존수영 체험전용 수영장의 안전이 부실해지면서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이제라도 당초 계획대로 안전이 담보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진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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