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안녕, 불확정성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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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답을 좋아한다. 2+2=4, 2×3=6. 숫자를 배우면서 함께 외운 구구단은 잠결에도 정답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유치원 및 초·중·고교, 성인이 되기까지 15년간 정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익히느라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교수는 학문에 정답이 없단다. 필자가 대학에 간 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과서에 있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그동안 난 무엇을 공부한 것일까’ 깊은 혼란에 빠진 순간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정답을 추구한다. 정답은 분명해서 편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정형화된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이미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공상과학 (SF)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고하고 있다.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은 무엇이며 지금 인간을 대체할 기계가 얼마나 빠르게 개발·보급되고 있는지.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더해 주지만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은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기계는 인간보다 정답을 빨리 찾지만 인간은 기계보다 해답을 잘 찾는다. 정형화돼 기계적이며 상상과 해석의 틈이 없는 정답 찾기를 넘어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할 인재는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종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 타인에 대한 공감, 이를 바탕으로 한 협업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는 인간만이 가능하다.

 

대학 신입생이 돼 혼란에 빠졌던 그날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정답이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즐겁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사고의 불확정성’은 기계는 불가능한, 인간만이 가진 자산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은 신입생 맞이로 분주하다.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회 등 신입생을 위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바쁘다.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신입생, 그대여, 불확정성의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 반갑게 인사하자. “(Bye가 아닌) 안녕(Hi), 불확정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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