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민축구단 후원금 일부 유흥비 사용 정황… "감사기구 도입해야"

月 단장 150만원·감독 50만원... 법인카드 형태 규정 밖 업추비
유흥주점 등서 사용… 팬 반발, 전문가 “감사 시스템 도입해야”

지난해 말 시흥시민축구단 유소념팀 운영과 관련 학부모들이 시흥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김형수기자
지난해 말 시흥시민축구단 유소념팀 운영과 관련 학부모들이 시흥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김형수기자

 

시흥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시민축구단이 공식 후원금 일부를 유흥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선수단 운영경비로 쓰여야 할 후원금을 단장에게 근로계약서에도 없는 매월 일정액의 업무추진비 형태로 지급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흥시민축구단은 유소년팀 감독 선임과 학부모들이 낸 회비 사용 투명성 문제를 놓고 구단·학부모 간 갈등으로 내홍(본보 1월8일자 12면)을 겪은 바 있다.

 

17일 시흥시와 시의회, 시민축구단, 학부모 등에 따르면 사단법인 시흥시민축구단은 시로부터 매면 25억원가량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감독 및 선수단 인건비와 출전수당, 대회출전 경비 등 대부분이 선수단 운영비로 쓰인다.

 

이와 별도로 축구단 대표와 이사들이 매년 내는 후원금이 8천만원 정도로 이렇게 모인 후원금 또한 선수단 식비나 대회 출전 시 부족한 선수단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돼 왔다.

 

이 과정에서 후원금 계좌에서 법인카드 형태로 단장에게 매월 150만원, 감독에게 50만원씩 규정에도 없는 업무추진비를 책정해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축구단이 사용한 2023년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법인카드를 단란주점 등 유흥비로 사용한 내역이 최소 6건 발견됐다. 해당 결제 내역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법인카드 사용 기준을 벗어난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시 단장이던 A씨 명의로 특정 유흥주점에서 1건, 100여만원의 결제 내역까지 등장한다. 연간 수천건에 달하는 후원금 계좌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식비로 지출됐지만 ‘축구단 운영과 무관한 지출이 적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공식적인 업무 관련 비용으로만 사용해야 하지만 문제가 된 일부 내역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2023년까지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다 문제가 있어 지난해부터 아예 없앴다”며 “대부분 대표와 이사들이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으로 시로부터 받는 보조금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지역주민과 축구 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민은 “시흥시민축구단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한 재정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개인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축구 팬들도 “시민구단은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며 “팀 운영진이 도덕적 해이를 보인다면 시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구단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 B씨는 “시민구단은 공적 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철저한 감사 시스템을 도입해 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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