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현행 제도로는 피해자 구제 어려워” 中·日 별도 대응책 만들 때 우리나라는 '글쎄'
SNS 부업 사기 해부⑤ 통계도 없는 ‘부업 사기’
SNS 부업 사기 등 지능형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로썬 관련 통계조차 취합할 수 없고 처벌 기준 및 컨트롤타워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투자리딩방처럼 ‘사이버 범죄’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순 있어도 세부적으로는 형태가 달라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전국 경찰에는 SNS 부업 사기 관련된 신고가 다량 접수됐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를 무엇으로 칭할 것인지, 어떤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현황은 경찰청 차원에서도 알 수 없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는 각종 금융·통신기술을 활용한 사기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접수창구 단일화 ▲수집된 사기정보의 통합 분석 ▲피해 회복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사기방지기본법’을 발의한 바 있다. 사기범죄 관련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취지였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 들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사기방지기본법의 이름을 바꿔 ‘다중피해사기방지법(가칭)’을 재추진하려 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이 안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투자 리딩방, 스미싱(문자 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내용을 담겼다. 그러나 아직 컨트롤타워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SNS 부업 사기는 ‘용역 제공을 대가로 한 행위’에 속한다. 법의 허점을 노린 케이스여서 관련 피해 현황을 파악할 길이 없고, 가해자를 처벌할 근거가 불명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부실하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만 봐도, 범죄 통계와 검거율, 신고가 급증한 번호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부업 사기를 개별 관리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접수해도 일선 경찰서 수사과마다 제각기 다른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 내 한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 신고가 일반 사기로 들어오기 때문에 상부 지시가 없는 한 사기 유형별로 별도 관리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워낙 많아서 따로 관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이후로 (별도 관리)한 것인데 부업 사기 같은 유형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현 제도에선 피해자 구제책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부업 사기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돕고 있는 김준수 법무법인 로인 대표변호사는 “현재는 수사기관을 통한 (사기계좌의) 지급정지 외에는 민사 절차를 통해 채권을 확보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실정”이라며 “가해자가 얼마나 빨리 특정되는지, 은닉한 재산을 찾아냈는지 여부에 따라 피해 복구 가능성이 다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 사례를 병합해 책임지고 수사하는 관할 주체가 없다는 부분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상훈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피해 보상을 받고 피해 금액을 회수하려면 사기 행위의 상습성과 고의성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도 수사 단계에서는 비슷한 사건을 병합 수사할 권한이 없어 상습성 인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즉, 부업 사기의 상습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배 교수는 “수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경찰은 개별 사기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할 여력이 없다”며 “수사 주체가 분명해지고 미루기 식의 수사 관행을 없애려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공조할 수 있는 통합된 체계, 이를테면 전담 수사부서 신설이나 시스템 전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온라인 사기가 급증하자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법을 만들어 은행부터 결제기관까지 사기방지를 위한 업무 협조 및 법적 책임을 강화했다.
일본 역시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신종 온라인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SNS 사업자 역시 광고 심사 체제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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