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백골단

최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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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과 두 귀를 의심할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이 ‘백골단’을 자청하는 청년들과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백골단은 1980, 90년대 시위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진압복 대신 움직이기 편한 청바지와 청잠바를 입고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은 무술 유단자들로 구성돼 시위대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둘렸다.

 

많은 학생과 노동자가 백골단의 폭력에 중상을 당했고 장애인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유족들이 보는 앞에서 영안실 문을 부수고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시신을 찬탈하는 패륜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1991년에는 명지대생 강경대와 성균관대생 김귀정이 시위 중 백골단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인 분노와 비판에 직면하자 백골단은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21세기 벌건 대낮에 내란수괴인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극우 청년들을 동원해 백골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대놓고 ‘우익 정치테러 집단’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목후이관(沐猴而冠), 원숭이가 목욕을 하고 관복을 입은 꼴이라는 말이다. 윤석열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 운영에 대한 고민과 신념도 없고 검찰이라는 상명하복의 권력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자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석열의 시대착오적이고 비현실적인 계엄 선포는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싹트고 있었는지 모른다.

 

정치적인 경험과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되다 보니 주변에는 온통 법사, 정치 브로커, 뉴라이트 인사,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 투성이다. 결국 정상적인 사고 기능을 하지 못하고 몽상과 망상에서 헤매면서 대한민국을 퇴행시키고 계엄령까지 선포한 것이다.

 

공수처가 천신만고 끝에 윤석열을 체포했다. 하지만 윤석열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영상 메시지를 남겨 국민의힘, 극우 종교인, 유튜버들이 그를 지키겠다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백골단이 출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을 방치하다가는 2차 내란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헌재는 하루속히 윤석열에 대한 탄핵을 인용해 대한민국 헌정사에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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