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근무 조건 등 열악한 현실의 벽... 마이스터高 졸업생 1년도 안 돼 이탈 건설공제회, 기술 교육 야심찬 계획 ‘뉴 마이스터 양성 훈련’도 흐지부지
건설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오랜 시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향후 건설업을 이끌어 갈 청년 인재마저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관, 지자체는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사업은 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일회성 정책으로 사라지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건설업계의 현 상황을 청년 육성 대표 사업인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통해 살펴보고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빛바랜 ‘건설 기능인’ 육성 교육
13일 성남시에 위치한 A건설 업체의 아파트 공사 현장. 이곳은 경기지역 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2명이 건설 기능인으로 채용된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6개월만에 모두 현장을 떠나버렸다.
A업체 관계자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세상에 많은 꿈을 꾸고 있던 직원이었는데 꿈과 현실이 달랐는지 그만두고 말았다”고 말했다.
의왕시의 B건설업체의 경우 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을 채용했지만, 해당 직원이 8개월여 만에 대학 진학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인력을 구하는 중이다.
이들 업체에 고용된 학생들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실시한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받은 학생들이다.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 사업은 건설공제회가 지난 2023년 하반기 경기지역 5개 학교를 포함, 전국 10개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건설 기술 교육을 해 젊은 건설 기능인을 육성하고, 건설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추진됐다.
당시 경기도내에서는 5개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43명의 학생이 기술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사업은 불과 4개월 만에 종료됐으며, 현재까지 현장에 남아있는 교육생은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진행한 한 마이스터고등학교 담당 교사는 “건설공제회에서 교육부터 취업까지 이어지는 사업을 진행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큰 희망을 품었었다”며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이후 현실에 좌절하고 업계를 많이 떠난 것으로 파악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향후 건설업계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사업이 한시적으로 사라져가는 가운데, 최근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11월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는 76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입자 수는 지난 16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8월 처음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0명을 기록한 뒤 ▲2023년 9월 2천명 ▲2023년 10월 3천명 ▲2023년 11월 3천명 ▲2023년 12월 6천명 감소하면서 불과 5개월 사이 1만4천명 줄었다.
지난해 1월에는 2천명 감소하면서 소폭 반등하는 듯했으나 ▲2월 4천명 ▲3월 6천명 ▲4월 7천명 ▲5월 8천명까지 확대되더니 6월에는 한 달 만에 1만명이 줄었다.
건설업계 인력 유출은 물론 고령화 또한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이 20년 사이 급속도로 고령화하며 평균 51세를 넘겼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의 청년 인재 확보 전략’에 따르면 2004년 평균 38.1세였던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지난해 6월 기준 51.2세로 20년 새 13년이 늘었다.
특히 20∼30대 연령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2004년 전체 건설기술인 중 20∼30대 비중은 64.0%였으나 현재는 15.7% 수준으로, 10명 중 8명 이상이 중장년층이며 건설산업의 주력 세대는 50∼60대 장년층으로 이동했다.
발 벗고 나선 건설공제회…청년 건설 기능인 육성 사활
오랜 인력난으로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자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청년 건설기능인을 육성, 건설업계에 안정적인 인력 공급을 위해 나섰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공제회는 지난 2023년 6월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진행했다. 대상은 경기권 5개교(부천공업고등학교·의정부공업고등학교·경기폴리텍고등학교·안양공업고등학교·부평공업고등학교)와 서울권 3개교, 전남권 2개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공제회는 훈련 직종을 타일, 측량, 건축목공, 형틀목공, 조적 등으로 세분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결과 최초 등록된 훈련생 120명 중 115명이 교육을 이수하게 됐다.
또 공제회는 건설 현장의 청년 건설인 유입을 위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손을 맞잡았다. 양 기관은 양성교육을 수료한 훈련생들이 전문건설사에서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 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전문건설사 채용 전형 응시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양성 과정을 통해 115명 중 절반가량인 51명의 훈련생이 교육부터 졸업, 취업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사업 혜택을 제공받았다.
1년 만에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현실의 벽 높았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 투입된 51명의 교육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적성 미적합 등을 이유로 현장을 떠났다. 현재 현장에 몇 명의 교육생들이 남아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역시 공제회를 통해 교육생 채용에 적극적이었지만, ▲대학 졸업자와의 형평성 ▲기능 부적합 ▲부족한 기능 수준 등의 이유로 4개월밖에 안되는 수료 과정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교육생의 채용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당 사업은 1회차 만에 종료됐다.
건설공제회 관계자는 “4개월의 현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건설업계에서 기능인으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대학 진학이나 군대, 진로 변경 등을 이유로 대부분 건설업계를 떠난 상황”이라며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건설업계에 젊은 건설 기능인을 양성하고자 했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직업 훈련 지원금 지급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 수를 조사했지만,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더 이상 관련 내용 집계를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 남아있는 학생이 있는지 다시 한번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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