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가는 삶의 불씨… 인천 고독사 ‘年 200명’ [집중취재]

2023년 208명 중·장년 남성 多... 취업실패·따돌림 등 청년도 급증
1인가구 조사 결과 8.4% 위험군... 전문가 “민·관 협력해 발굴해야”

한 청년이 사회와 단절된 채 자신의 방에 갇힌 듯 지내고 있다. 경기일보DB
한 청년이 사회와 단절된 채 자신의 방에 갇힌 듯 지내고 있다. 경기일보DB

 

인천의 한 빌라에 살던 A씨(72)는 사업 실패로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심리적인 좌절감을 겪어왔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고, 기초연금으로 산 막걸리를 자주 마시면서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주변 지인들에게 툭하면 “죽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결국 지난해 말 집 화장실에서 사망했다. 숨지기 1개월 전 아들과 목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생기가 돈 얼굴을 지인들이 본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반지하 원룸에 살던 B씨(75)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상실감이 컸다. 자식들과는 연락도 하지 않고 친구도 만나지 않는 등 수년간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지속적인 허리통증과 관절염 등 건강까지 악화했다. 결국 지난해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에서 해마다 200여명씩 고독사(孤獨死)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 혼자 살면서 숨져 아무도 그의 마지막 길조차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취업 실패 및 실직 등으로 인한 청년 고독사도 잇따르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고독사 예방을 위한 위험군 발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경찰청 형사사법정보 등을 토대로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한 사람이 자살·병사 한 사례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인천에서는 해마다 200여명의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90명, 2020년 248명, 2021년 248명, 2022년 215명, 2023년 208명 등이다.

 

지난 2023년 기준 고독사는 남성이 172명(82.7%)로 여성보다 많다. 연령대별로는 주로 50대(33.6%)와 60대(30.8%)의 비율이 높다. 복지부는 실직 및 이혼, 사별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낮고,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 등이 익숙치 않은 50~60대 중·장년 남성이 주로 고독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최근에는 40대 이하 청년 고독사도 10명 이상 나오고 있다. 취업 실패, 직장따돌림, 부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청년 고독사는 지난 2019년 11명에서 2021년 17명, 2023년 10명 등이다.

 

시는 이 같은 고독사 증가는 1인 가구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의 1인 가구는 39만5천278가구로, 지난 2019년부터 연평균 7.3%씩 증가하고 있다. 시가 인천에 사는 청년, 중·장년, 노년 등 3천500명의 1인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8.4%가 자살 고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고독·외로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 안팎에선 시와 군·구 등이 이 같은 고독사 위기에 놓여있는 위험군을 발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관이 함께 협력해 고독사 위험군 발굴에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고 이들에 대한 위험 정도를 파악해 집중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입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 실직으로 인한 이혼 등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 고립·은둔·고독사로 이어지는 악순환 우려가 크다”며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반 마련과 중장년 돌봄 체계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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