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등 원도심 중심 빈집↑ 밀집구역 72곳… 악취·흉물 ‘눈살’ 1년 이상 빈집 ‘3천곳’ 안전 위협 전문가 “원인 분석 등 대책 시급”
“다들 신도시로 이사가고, 홀로 남은 노인들까지 세상을 떠나니…무너질 빈집만 잔뜩 남아 방치 중입니다.”
7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 538의88 일대. 발로 툭치면 와르르 무너질 듯한 빈집 2~3채가 줄지어 서있다. 주황색 기와 지붕은 다 뜯겨 회색 철근이 다 드러났고, 콘크리트 벽면은 부서져 속살이 훤히 보인다. 깨진 창문 유리조각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창문 사이로 보이는 집 내부에는 침대, 선반 등 가구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뜯긴 지붕부터, 항아리, 고무다라, 플라스틱 책상 등 각종 쓰레기는 빈집 마당을 비롯해 주변에 쌓여 주민 피해도 심각하다. 옆집에 사는 윤주훈씨(56)는 “벌써 10년 넘게 저런 빈집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길을 지나가다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집 주인이 누군지 몰라 구청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같은시각 동구 만석동 9의279 일대도 마찬가지. 골목길 한편에 자리잡은 빈집 5~6채가 곧 무너질 것 같이 흉흉하다. 녹슨 현관문과 깨진 벽, 이미 무너져 철근만 남은 지붕 등이 위태롭게 빈집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빈집 앞에는 생수 빈통부터 박스, 음식물 등이 쌓여 악취도 심각하다. 60년 넘게 이곳에 산 주민 A씨(90)는 “전에 살던 집 주인들이 다 죽어버리니 계속 빈집들이 나오고 있다”며 “각종 쓰레기 때문에 냄새가 너무 심한데, 그냥 참고 살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쇠퇴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빈집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빈집들이 모여 공동화가 이뤄진 빈집밀집구역이 인천에 72곳에 이른다. 지역 안팎에선 장기간 방치하면서 지붕이 무너지는 등 당장 철거가 필요한 빈집이 1천채에 육박하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빈집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군·구와 함께 1년 이상 주민이 살지 않는 집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한 결과, 인천의 빈집은 2천962채에 이른다.
이들 빈집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의 이유로 대부분 원도심에 몰려있다. 지역별로 빈집은 중구 28.7%, 부평구 17.8%, 미추홀구 15.9%, 동구 9.4% 등이다. 전체 빈집의 71.8%가 원도심이며, 그중에서도 노후 저층주거지에 몰려 있다.
현재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중·연수·서구) 과 택지개발사업지구(남동구)를 중심으로 인구가 늘고 있지만 중·동·부평·계양구 등 원도심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30년 인천시 도시재생전략계획 보고서에 따라 인천에서 인구 감소, 산업체 감소, 노후주택 증가 등이 이뤄진 쇠퇴지역은 강화·옹진군을 뺀 136개 동 중 107개 동(78.68%)에 이른다.
특히 이 같은 빈집들이 한 곳에 몰리면서 공동화가 나타난 빈집밀집구역은 72곳에 이른다. 빈집밀집구역은 빈집이 증가하거나 빈집 비율이 높은 지역, 노후·불량건축물이 증가하거나 정비기반시설이 부족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뜻한다. 이들 빈집밀집구역에 몰려 있는 빈집은 661채다.
더욱이 이들 빈집은 인근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재 빈집 중 상태가 불량하거나 당장 철거가 이뤄져야하는 3·4등급 빈집도 무려 1천여개에 육박한다. 빈집 3채 중 1채는 철거 등의 정비가 필요한 셈이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는 “1개의 빈집은 결국 일대 공동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늘어나는 빈집을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 주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빈집이 발생하는 원인별 진단을 한 뒤, 그에 맞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개발이익 등을 노리고 임의적으로 멀쩡한 주택을 방치하는 경우에 대해선 행정조치 등을 통한 빈집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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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yeonggi.com/article/20250107580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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