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새해 책 많이 받으세요!

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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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엔 만나는 이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해마다 이맘때면 건네는 의례적 인사이고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서로의 안녕과 행운을 빌어 주는 마음만큼은 진심일 것이다. 설 명절 전후로는 실제 선물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선물의 사전적 의미를 선물의 물성에 중심을 두고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나 선물을 주고받는 물건 정도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저서 ‘선물(The Gift)’을 통해 선물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선물이 오가는 과정 안에 ‘주기’와 ‘받기’라는 행위가 이뤄지는데 이는 단순히 물건이 오가는 차원이 아니라 주고받는 관계 간 의무와 책임이 뒤따르는 사회문화적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선물을 받으면 되돌려 줘야 하는 의무 혹은 부담이 생기는데 이렇게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즉, 선물에는 경제적 교환과 함께 사회문화적 결속력 강화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의미다. 또 그는 되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고 주고받는 공짜 선물은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는데 길에서 공짜로 받은 판촉물에 빚진 느낌을 갖지 않는다거나 무언가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선물을 줬다 하더라도 계속 주기만 하고 하나도 받지 못하면 받기만 하는 이에게 서운함이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을 보면 선물 주고받기가 사회적 유대감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그의 이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외에는 선물에서 여러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선물은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정한 순간의 사건을 기념하거나 기억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작은 선물 하나에 개성이나 취향 등이 반영되기에 주고받는 사람들의 정체성 그 자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따라서 선물이나 그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선물을 주는 사람이 선물을 받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다수에게 보내는 의례적 답례품조차 심사숙고해 결정하기 마련인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에 들인 정성이 적을 리 없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들의 생활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원하는 것을 탐색하거나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직접 물어보지 않는 한 정말 마음에 딱 드는 선물에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종종 명절이나 생일에 받고 싶은 선물이라든지 어린이날이나 성탄 선물로 받고 싶은 선물 목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곤 한다.

 

연령대나 성별, 조사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다양한 조사 결과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제일 많이 보이는 건 ‘현금’이다. 그 외에 고가의 선물이나 받은 이의 자율적 활용도가 높은 상품권도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다. 받기 싫은 선물 목록도 함께 언급되곤 하는데 대부분 성의 없이 느껴지는 선물류다. ‘책’은 최악의 선물은 아니지만 그다지 인기 있는 선물도 아닌 듯하다. 하지만 책만큼 상대에 대한 높은 애정이 담긴 선물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상대의 취향이나 관심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그에 맞는 책을 선물할 수 있고 책을 함께 읽는다면 이를 매개로 서로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성의 가치에 비해 그 안에 담긴 지적·감성적 무한 성장 가치를 생각하면 책이야말로 상대에 대해 갖고 있는 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새해엔 서로 기쁘거나 축하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다른 여러 선물도 좋지만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시작하는 독자들께 새해 인사를 건네고자 한다. 모두 새해 책 많이 받으세요!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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